윤경희 청송군수 “북한에 ‘청송사과원’ 조성할 것”
  • 심충현 대구경북취재본부 기자 (sisa514@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7 14:00
  • 호수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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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경희 경북 청송군수 “청송사과와 ‘체류형 관광’으로 郡 위상 회복하겠다”

인구 2만5600여 명으로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218위. 고령화 비율 35%로 82개 군 단위 지자체 가운데 74번째. 그야말로 군의 존립까지 우려되는 경북 청송군의 현주소다. 하지만 윤경희 군수는 좌절하지 않는다. 군의 자랑인 ‘청송사과’를 명품·세계화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유네스코가 인정한 지질공원 등 청송군의 자연환경을 관광자원으로 삼는다면 위기는 곧 기회가 될 것으로 자신했다.

윤 군수는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사과의 고장 청송군이 ‘통일사과’로 세계시장을 선점하겠다. 또한 그 첫걸음으로 북한에 청송사과원도 조성할 계획이다. 청송이 사과, 사과가 곧 청송이다. 세일즈 군수가 앞장서서 전 국민에게 청송사과를 팔아 농가소득을 올리겠다”며 청송사과에 대한 애정을 거듭 밝혔다. 그는 이어 청송군 파천면 일원 약 200만㎡ 규모에 숙박시설을 갖춘 27홀 규모의 대중골프장을 조성하는 등 관광객 500만 명이 방문하는 ‘체류형 관광도시’로 변모시킨다는 복안을 밝히며 “청송군은 자생력을 갖춘 군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군수의 취임 후 지난 1년간 행보는 다소 파격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직후 경상북도와 중앙정부를 연이어 방문하며 신사업 발굴 등에 주력한 결과, 지난해 9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에 6개 사업이 선정돼 총 202억원(국비 70%, 지방비 30%)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이 금액은 전국 군 단위 일반농산어촌 분야 가운데 역대 최대 액수다. ‘청송황금사과’의 상표권을 출원해 브랜드도 선점했다. 이에 힘입어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7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은 민선 7기 기초단체장 공약 이행 실천계획평가에서 최우수등급(SA등급)으로 이어졌다.

ⓒ 청송군 제공
ⓒ 청송군 제공

최근 ‘특례군(郡)’ 지정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청송군의 상황은?

“특례군 도입은 지속 가능한 지방자치 실현의 모델이자 지방 소멸을 막는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인구 기준으로만 재정이 지원되면 작은 군들은 실질적인 혜택이 갈수록 줄어들 소지가 높다. ‘특례군’ 제도를 도입해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 오는 7월27일 인구 3만 명 미만이거나 ㎢당 인구 밀도가 40명 미만인 전국 24개 지자체가 충북 단양에서 ‘특례군’ 법제화를 위한 실무협의회를 연다. 이를 통해 ‘특례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청송군의 인구는 2만5000여 명이고, ㎢당 인구 밀도는 31명이다. 24개 지자체에 포함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웃음).”

‘청송사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인다.

“당선 후 농업인이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부자농업’ 만들기에 힘을 쏟았다. 청송사과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청송군은 전체 가구의 28%가 지난해 3339㏊에서 6만2606톤(전국 54만5000톤·11.3%)의 사과를 생산해 연간 130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사과의 지역 농업 비중은 70%가 넘는다. 높은 일교차와 일조량 등이 품질 좋은 사과 생산의 원천이다. 군은 명품 사과 생산을 위해 과수 결실 안정 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과 꽃가루와 수정벌을 보급하는 한편 청송황금사과 조성, 우리품종 과원 조성, 유해동물 방지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인터뷰에서 ‘청송사과’에 대한 국민들의 많은 성원을 바란다고 말하면 ‘광고’가 될까(웃음)?”

청송사과가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에 7년 연속 선정됐다 ⓒ 청송군 제공
청송사과가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에 7년 연속 선정됐다 ⓒ 청송군 제공

북한에 청송사과 기술력을 이전해 ‘통일사과’로 세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 흥미롭다.

“100년에 가까운 청송사과 기술력을 북한으로 이전, 청송사과원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지난해 8월 농업교류협력TF팀을 신설했고, 관련 조례 제정과 위원회 구성 등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로 미뤄볼 때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직자를 대상으로 통일 대비 역량교육도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준비 중인 계획과 별도로 통일부 등 관계부처와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차질 없이 진행되면 청송사과는 ‘통일사과’ ‘평화사과’ 등 애칭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관광객 500만 돌파 등 최근 청송군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관광이 당일코스에 그쳐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청송이 생태 관광도시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15년 역사의 청송사과축제가 군 전체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주민이 주도하는 축제로 변화하면서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축제에 세계지질공원, 국제슬로시티 등 글로벌 문화관광 브랜드를 접목하면서 관광객은 청송군 전체 인구(2만5600여 명)의 21배 가까운 540만 명에 달했다. 경제유발효과도 25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청송에는 한꺼번에 3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리조트가 3곳이나 있고, 그 밖에 소규모 숙박시설도 즐비하다. 여기에 현재 추진 중인 대형 골프장과 숙박시설이 들어서면 청송의 관광은 자연스럽게 체류형으로 바뀔 것이다.”

청송군은 군 전체가 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지질공원에는 청송자연휴양림 퇴적암층과 방호정 감입곡류천 등 퇴적 명소와 급수대 주상절리, 나실 마그마 혼합대 등 화성 명소, 그리고 백석탄 포트홀 등 24개 지질 명소가 있다. 이렇듯 선캄브리아기, 쥐라기, 백악기, 신생대 지질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는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군민의 자긍심이 매우 높다. 앞으로도 지질공원 브랜드를 활용한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을 더욱 개발·발전시키겠다.”  

임기가 3년 남았다. 지지하는 군민이 있고 비판적이면서 지켜보겠다는 군민도 있을 것 같은데.

“공약 이행과 관련해 ‘2019년도 전국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지난 4월에는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한 기초단체장 실천계획평가에서도 종합 최우수등급인 SA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미흡한 부분도 있고 군민들의 걱정과 기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우려하는 군민들을 위해서는 지켜봐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주요 공약은 차근차근 실천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하고 성과를 낼 것이다. 남은 임기 동안 군민들과 쉬지 않고 뜨겁게 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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