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 살해’ 고유정, 범행 장면 사진으로 남겼다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19.07.0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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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유에 대해서는 침묵…시신 담은 캐리어 사진 등 찍어
고유정 ⓒ 연합뉴스
고유정 ⓒ 연합뉴스

제주 전남편 살해 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이 범행 직전과 시신 유기 전에 전남편의 시신이 든 가방 등을 휴대전화로 찍었던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지검은 7월3일 고유정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범행과 관련된 사진 3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2장은 전남편 강아무개씨(36)를 살해한 5월25일 펜션 안에서 촬영한 것이고, 나머지 1장은 범행 사흘 뒤인 5월28일 저녁에 시신을 버렸던 완도행 여객선 안에서 촬영한 것이다.

검찰은 "고유정이 중요한 행위를 하기 전에는 사진을 찍는 습성이 있다"는 현 남편의 진술을 확보한 후 고유정의 휴대전화 속 사진을 면밀히 검색했다. 사진 촬영은 찍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에는 앞서 언급한 사진 3장 외에도 여러 장의 사진이 저장돼 있었지만, 검찰은 해당 사진 3장이 범죄와 관련성 있는 유의미한 사진이라고 판단했다.

고유정은 사진을 찍은 이유를 비롯해 범행과 관련한 진술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

펜션 안에서 찍은 첫 번째 사진에는 오후 8시10분을 가리키고 있는 벽걸이 시계와 함께 오른쪽 하단에 놓이 전남편 강씨의 신발 모습이 담겼다.

두 번째 사진에는 펜션 부엌 싱크대 선반에 놓인 빈 즉석조리밥 그릇 2개와 일반 그릇 1개 담겼다. 그릇 옆에는 수면제 졸피뎀이 발견된 고유정의 분홍색 파우치(간단한 소지품을 넣는 작은 가방)가 놓여 있었다.

마지막 사진은 어두컴컴한 여객선 5층 갑판에 훼손한 시신을 담은 캐리어를 놓고 찍은 장면이다. 이 사진은 시신을 버리기 직전인 28일 오후 8시54분쯤 촬영됐다.

이후 오후 9시29분부터 43분까지 5분간 고유정이 주변을 살피며 캐리어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봉지를 5차례에 걸쳐 버리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검찰은 이 사진 가운데 두 번째 사진은 고유정이 피해자에게 졸피뎀을 먹인 경로를 추정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범행 당일 펜션에 함께 있었던 아들이 저녁식사로 카레를 먹었다고 진술했고 사진 속 빈 그릇에 카레로 보이는 물질이 묻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카레에 졸피뎀을 넣었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검찰은 졸피뎀 투약 경로가 카레 등 특정 음식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카레 이외에 음료수나 반찬 등 다른 음식을 먹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졸피뎀을 넣은 음식이 '카레' 등으로 특정되면 계획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 단서가 된다. 카레에 졸피뎀을 넣었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해를 끼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이 이번 사건을 고씨의 계획범행이라고 보는 근거는 범행도구 사전 구입과 인터넷 검색 흔적 등이 전부다.

문제는 졸피뎀의 흔적은 피해자의 혈흔에 남아 있는 것이 유일할 뿐 어떤 경로로 투약됐는지는 명확하지가 않다는 점이다. 정황상 고유정이 범행에 졸피뎀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수사 진행 결과만으로는 보면 졸피뎀 구입해 피해자에게 먹이기 전까지가 공백으로 남아 있던 상태였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생전에 졸피뎀을 처방받은 적이 없지만 이불에 묻은 혈흔에서 졸피뎀이 채취됐다"며 "고유정이 졸피뎀을 어떤 경로로 먹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범행도구 등의 재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지난 5월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에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 내용은 살인과 사체 손괴·은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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