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인사 폭풍’에 숨죽인 금융권
  • 이기욱 시사저널e 기자 (gwle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7.10 08:00
  • 호수 15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한·우리·BNK금융 회장, 8월초부터 임기 만료…수장 변동 여부에 금융권 촉각

올해 하반기 금융권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BNK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의 임기 만료가 8월초부터 시작되면서 연임과 교체에 대한 다양한 추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케이뱅크와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의 은행장들도 연임의 기로에 서 있어 시장 전체가 긴장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임기 만료를 앞둔 회장 중 금융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인사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다. 조 회장은 2017년 3월 한동우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신한금융 회장 자리에 올랐다. 임기 첫해인 2017년 KB금융그룹에 실적, 주가 등이 밀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듬해 정상 궤도를 찾았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3조15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KB금융(3조689억원)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재탈환했고,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인수·합병(M&A) 이후 성공적인 정착도 이뤄냈다. 한때 2만원 이상 벌어졌던 주가는 현재 1000원 안팎으로 차이가 좁혀진 상태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회장과 은행장들의 임기가 8월초부터 줄줄이 만료되면서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2018년 5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 모습 ⓒ 연합뉴스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회장과 은행장들의 임기가 8월초부터 줄줄이 만료되면서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2018년 5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 모습 ⓒ 연합뉴스

수장 교체로 대규모 지각변동 가능성

금융권에서는 연임의 최대 걸림돌이자 경쟁자로 꼽히는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의 경우 1년의 업무 공백이 있는 만큼 ‘조용병 대세론’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해 불거진 위증 혐의를 무혐의로 털어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활한 우리금융그룹의 첫 회장으로 선임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내년 초 임기가 종료된다. 손 회장은 성공적으로 지주사를 출범시키고, 장기 로드맵에 따라 그룹 체제를 안착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4월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을 한 번에 인수하며 첫 M&A를 성공시켰으며, 6월에는 국제자산신탁 경영권 지분인수 결의도 마쳤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실적도 2조19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5%나 증가했다. 하반기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자회사 편입이 무난히 진행된다면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도 증권사 M&A와 정부 소유 잔여 지분 매각 등 다양한 현안들이 있어 연속성 측면에서 연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회장 연임 문제보다 회장·행장 분리 여부가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3월 개정된 BNK금융 내부 규정에 따르면 회장은 나이에 상관없이 1회 연임이 가능하다. 김 회장은 시세조종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 성세환 전 회장의 뒤를 이어 불안정한 조직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시키고 실적 개선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BNK금융의 당기순이익은 5021억원으로 전년 대비 24.6%나 증가했다. 다만 1946년생, 만 73세의 고령이 가장 큰 불안요소로 꼽히고 있다. 다른 주요 금융그룹의 경우 대부분 만 70세를 연령 제한으로 두고 있다. 김 회장 외에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내부 출신의 빈대인 부산은행장이 있다.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함 전 행장은 비록 올해 초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룹 부회장으로 현직에?있으면서 여전히 왕성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함 전 행장의 부회장 임기는 오는 12월31일까지다. 만약 함 전 행장의 부회장 임기가 1년 더 연장될 경우 2021년 초에 열리는 차기 하나금융그룹 회장 레이스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주요 은행장 중 임기가 가장 빨리 끝나는 이는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다. 심 행장의 임기는 오는 9월까지다. 지난 2016년 9월 초대 은행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심 행장은 2017년 성공적인 케이뱅크 출범을 이끌었다. 하지만 경쟁사 카카오뱅크의 성장, 자본 확충 한계 등으로 케이뱅크는 더딘 성장을 이어갔고, 일부 신용대출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6월27일로 예정됐던 412억원의 유상증자도 연기돼 자본 확충 난항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실적 역시 241억원 순손실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수치상으로는 심 행장의 연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KT가 케이뱅크의 경영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심 행장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KT의 의중에 따라 연임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심 행장은 KT에 30년 이상 몸담으며 KT 비서실장과 KT 시너지경영실장, KT이엔지코어 경영기획총괄 등을 지낸 인물이다.

 

주요 은행장도 올해 말 잇달아 임기 끝나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오는 12월 임기가 종료된다. 역대 기업은행장의 연임 사례는 단 한 차례(故 강권석 전 행장)라는 점과 김 행장이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된 인사라는 점 등을 이유로 연임보다는 교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은행의 경우 조준희 전 행장부터 권선주 전 행장, 김도진 행장까지 3연속 내부 출신 인사가 은행장에 올랐기 때문에 이번에는 외부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 존재한다. 현 정부 기조상 낙하산 인사를 최대한 배제하고 있지만 시기상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보은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허인 KB국민은행장도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임 체제 이후 처음으로 은행장을 맡은 허 행장은 윤 회장과 함께 시너지를 내며 그룹과 은행의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2243억원으로 허 행장이 취임한 2017년(2조1747억원) 대비 2.28% 증가했다. 다만 올해 초 노조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평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1년 연임에 성공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3연임에 도전한다. 농협은행 출범 이후 2회 이상 연임에 성공한 은행장이 지금까지는 없다. 이 때문에 이 행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최초’ 타이틀을 얻게 된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기 때문에 그간의 관행을 깰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