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8000원으로 깎자”…10년 만에 ‘삭감안’ 등장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4 10: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9년 이어 두 번째 ‘마이너스 인상률’ 제안…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고수

일주일 만에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한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깎자”고 제안했다. 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삭감안’이 나온 건 10년 만이다. 이에 근로자위원이 반발하면서 양측의 팽팽한 대립을 예고했다.

불참했던 사용자 위원들이 일부 복귀한 가운데 7월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 여전히 불참한 소상인연합회의 오세희, 권순종 위원의 자리가 비어있다. ⓒ 연합뉴스
불참했던 사용자 위원들이 일부 복귀한 가운데 7월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 여전히 불참한 소상인연합회의 오세희, 권순종 위원의 자리가 비어있다. ⓒ 연합뉴스

7월3일 세종시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8000원으로 제시했다. 올해 8350원에서 4.2% 낮춘 금액이다. 198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노사는 인상률 폭에 관해 꾸준히 대립해왔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9년 협상 때 사용자 측이 ‘-5.8% 인상률’을 제시했다. 처음으로 마이너스 인상률을 꺼내든 것. 이번 제안은 그에 이어 두 번째다. 

사용자위원들은 앞서 6월 27~28일 열린 6·7차 전원회의 때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회의를 보이콧해서다. 그런데 사용자위원이 2회 이상 불참하면 한쪽이 전부 빠져도 최저임금 의결이 가능해진다. 때문에 8차 회의에선 사용자위원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 유력했다. 실제 이날 회의엔 사용자위원 9명 가운데 7명이 참석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삭감 필요성에 관해 “최근 2년간 약 30% 오른 최저임금으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주장했다. 사용자 측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경제가 좋지 않다”며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고 수출은 7개월째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투자는 부진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반면 근로자위원들은 기존 입장대로 ‘최저시급 1만원’을 강조했다. 근로자 측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한국 경제는 정상적인 속도로 가고 있다”며 “오히려 더 속도를 내서 최저임금 1만원으로 가는 게 우리 경제의 규모에 맞는 수준이라고 본다”고 받아쳤다. 또 “계속 (사용자 측이) 중소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강조하는데, 대기업들 비용분담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는 밤새도록 이어졌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공익위원 중재 하에 7월9일 10차 전원회의를 열기로 했다. 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법정 시한(6월27일)은 이미 지난 상태다. 다만 최저임금 확정 고시일인 8월5일 전까지만 통보하면 되기 때문에 아직 여유는 있다. 박준식 위원장은 “차기 회의에선 논의 진전을 위해 (최초 제시안에 대한) 수정안을 반드시 내달라”고 당부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