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보복 조치 시작…“철회는 없다”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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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대내외 반발에도 추가 규제까지 검토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강행했다. 일본의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예정대로 7월4일부터 실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무기 등으로 전용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수출할 때는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항상 요구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부단히 재검토의 노력을 하는 것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당연하므로 철회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3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여야 당대표 토론회에서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 총리가 발언 중 손 제스처를 하고 있다. 그는 이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3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여야 당대표 토론회에서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 총리가 발언 중 손 제스처를 하고 있다. 그는 이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반발로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 조처를 철회할 뜻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수출 규제 품목을 앞으로 군사 전용이 가능한 전자부품과 관련 소재로까지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압박 수위를 높여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예고한 대로 7월4일부터 TV·스마트폰의 OLED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공정용 레지스트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총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크게 강화했다. 

그동안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기업이 한국에 수출할 때는 약정된 우대조치에 따라 간소한 절차만 거치도록 되어 있었으나, 앞으로는 개별 계약마다 대상 품목의 사용 목적이나 방법을 자세히 설명한 서류는 물론 무기 등으로 전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까지 제출해야 수출이 가능하게 된다.

수출 심사에는 약 90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 때문에 해당 품목을 일본으로부터 주로 수입해 오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일본 NHK방송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기업이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소재를 급히 납품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상시화했다"면서 "이런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전했다. 일본의 안보를 위해 해당 품목 수출 관리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일본 정부에 수출 규제 강화 철회를 요구해 왔지만, 일본 정부가 경제보복 조치를 밀어붙임으로써 향후 한·일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열린 정당 대표 토론회에서 이번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보복 조치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이 토론회에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2015년 위안부 관련 합의를 차례로 언급하면서, “한국이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우대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반발 기류가 만만치 않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정치 목적을 위해 무역을 이용하는 어리석은 보복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도쿄신문도 사설에서 과거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벌이던 당시 일본은 희토류에 대한 일본 수출 제한 조치를 실시한 중국을 비난했었다면 규제가 특효약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이 현실화하면서 일본 소재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일부 기업은 더욱 복잡해질 수출 서류 준비에 들어갔고, 다른 국가에 대한 수출 물량 확대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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