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또 군수 낙마하나”…화순군, 비위사건에 ‘술렁’
  • 정성환 호남취재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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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급공사 뇌물비리 불거져…비서실장 등 7명 구속
군수 4명 구속된 ‘화순의 악몽’ 재현되나 촉각
검찰 칼끝 구충곤 군수 겨눠…군청과 지역사회 흔들

민선군수 4명이 사법처리된 전남 화순군. 군수마다 뽑아 놓으면 임기도 못 채우고 중도하차해 지역 언론들이 붙인 별칭이 ‘군수의 무덤’이다. ‘당선 후 낙마’라는 악순환이 전통이 된 것이다. 그래서 화순은 ‘군수체제’보다 ‘권한대행 체제’가, ‘과장 군정, 계장 군정’이 더 익숙한 곳이다. 오죽하면 지난 군수선거 당시 대표공약이 지역발전이 아니라 임기완료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요즘 다시 화순군 관급공사 계약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구충곤 화순군수(60)로 향하자 공직사회와 주민들이 술렁이고 있다. 검찰은 최근 군수 비서실장과 군청 총무과장 등을 구속한데 이어 군청을 압수수색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윗선의 연루 여부가 드러날 경우 전임 군수 4명이 잇따라 구속됐던 ‘화순의 악몽’이 재현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7월 3일 오전 화순군청 앞. 한 시민단체가 군청비리 규탄 집회를 시작하자 군청 공무원들은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면서도 청사 밖의 동태를 살피는 등 착잡한 표정이 역력했다. 화순군청 한 공무원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군청이 뒤숭숭한 분위기로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며 “다들 쉬쉬하며 검찰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검찰, 비서실장 등이 받은 뒷돈 흐름 추적 중

화순군청 ⓒ시사저널 정성환
화순군청 ⓒ시사저널 정성환

지역 주민들도 칼끝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각자 검찰의 수사 상황에 안테나를 세우고, 각종 모임에서 서로 결과를 예측해 보는 등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주민들의 화두는 ‘구속수사설’이다. 민선 6기때부터 군수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비서실장이 뇌물혐의로 구속된 탓이다. “만약 군수가 수감돼 결재 받으려 왔다갔다한다면 행정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는 우려에서다. 군수 재선거의 악몽이 재현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보태졌다. 

광주지검은 지난달 18~27일 사이 화순군수 비서실장과 군 총무과장, 화순군산림조합 조합장, 지역 인터넷기자, 업자 등 7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2015년 12월30~31일 이틀간 18억 5000여만원에 달하는 산림사업 공사 6건을 수의계약으로 화순군산림조합과 계약하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화순군이 201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산림조합과 115억원의 공사를 체결하면서 더 많은 금품이 건네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화순군청을 압수수색했다. 구충곤 군수도 지난달 12일 자신의 휴대폰을 압수당했다. 검찰은 뇌물 경로와 용처를 추적하기 위해 발주서류, 은행계좌, 업무일정 등을 분석 중이다.

검찰은 구속된 총무과장이 금품을 받은 뒤 윗선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 구충곤 군수 등에게 금품이 건네졌는지를 살피고 있다. 군수의 측근이자 정무를 전담한 비서실장이 포함됐기 때문에 의혹의 시선이 군수한테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에 구 군수 측은 비서실장과 총무과장의 개인 비리라며 선을 긋고 있다. 금품수수 수사의 경우 은밀한 뒷거래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는데다 현재 소문만 무성할 뿐 뚜렷한 물증은 없는 상태에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주민들 “지방권력 민낯 부끄럽다”…뽑아놓으면 구속 ‘군수의 무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민들은 자괴감과 동시에 지방권력의 횡포에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화순에선 1995년 지방자치 개막 이후 임호경(2002), 전형준(2006), 전완준(2011), 홍이식(2014) 등 4명이 처벌을 받았다. 뇌물수수와 선거법 위반 등 이유도 제각각이다. 이에 따라 화순군민은 10여년 동안 재선거 2번, 보궐선거 1번을 치르는 유례없는 기록을 남겼다.

집회장에서 만난 주민 박 아무개(48)씨는 “또다시 우리 지역의 비리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방권력의 민낯을 보고는 것 같아 낯을 못 들겠다”면서 “지역의 중심 조직인 군청이 이 모양이니 도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한 주민은 군수들을 싸잡아 ‘도둑놈들’이라고 일갈했다.

일부 주민은 군수가 만약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또 한 차례 먹구름이 몰려올 것이라며 군정 차질을 걱정하기도 했다. 자치단체장이 휘청거릴 경우 행정공백은 물론 지역사회 여론 분열 등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군청 민원실을 찾은 주민 김 아무개(60)씨는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이번 수사로 지역 전체에 피해가 올까 걱정된다”며 “이 참에 그동안 지역에서 떠돌던 확인되지 않은 설들이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청 공무원들도 민선 7기 1년만에 튀어나온 악재여서인지 군정에 끼칠 영향을 가늠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화순군청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사가 어떻게 되는 거냐”며 내심 긴장하면서도 ‘겉으로는 맡은 일만 하자’는 분위기였다. 

구충곤 군수는 일단 자신의 최측근인 비서실장과 총무과장이 구속되면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A실장은 민선 6기 출범 당시 구 군수를 따라 군청에 입성한 뒤 현재까지 비서실장으로, B과장은 구 군수 취임 이후 3년간 재무과 경리팀장(6급)으로 근무하다가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구 군수는 지난 1일 정례조회에서 “군수가 군수답지 못했다. 군정을 잘 살피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시민단체, “자정능력 없다…엄중수사” 촉구

‘공공개혁시민연합’은 3일 화순군청 앞에서 화순군청 적폐청산 비리척결를 주장하며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공공개혁시민연합’은 3일 화순군청 앞에서 화순군청 적폐청산 비리척결를 주장하며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하지만 구 군수를 향하는 시민단체의 시선은 싸늘하다. ‘공공개혁시민연합’은 이날 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화순군수의 사과는 기만적일 뿐만 아니라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화순군청 비리척결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 단체의 정리리 화순지부장은 “이 사건은 지역비리 중 빙산의 일각이다. ‘비리천국’ 화순의 오명을 끊어야 한다. 군수가 주민 요구를 외면하면 주민소환으로 끌어내겠다”고 했다.

정 지부장은 또 “군은 자체 정화 능력이 없는 게 확인된 만큼 전남도는 직무감찰을 즉각 실시해야한다”며 “사법기관의 엄중한 수사로 비리를 뽑아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화순군 관계자는 “사법 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시중에 떠도는 각종 억측을 모아서 사실인양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구충곤 화순군수는 2014년 지역의 명예를 되찾겠다며 당선했지만 재선 1년 만에 다시 궁지에 몰렸다. 그가 과연 이번에는 ‘군수의 무덤’에서 ‘군수의 부활’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군청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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