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비핵화 합의, 내년 3월 이전 나올 듯
  • 박상기 BNE협상컨설팅 대표 (kingsgbak@empas.com)
  • 승인 2019.07.09 14:00
  • 호수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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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협상은 대개 4라운드가 기본...1, 2차 회담부터 당장 성과 내기 어려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비즈니스 협상에 임할 때 4라운드 협상을 기본으로 한다. 최종 4라운드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려면 이전 1, 2, 3라운드 협상은 대체로 결렬이 된다는 걸 전제로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1.5라운드 협상이 기본이다. 첫 협상에서 양측 모두 자신이 가진 카드를 다 쏟아부어 합의를 추구하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된다. 그러나 반드시 성사돼야 하는 협상이라면 양측이 다시 만나 반씩 양보해 합의에 이른다. 이를 협상 용어로 ‘브라케팅(Bracketing) 협상’이라고 한다.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때마다 국내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모두 ‘협상이 성사될 것을 기대한다’며 국민들에게 부푼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결과가 모두 그렇게 좋게 끝났던 건 아니다. 어려운 조건에서 강한 협상력을 가진 상대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성공협상의 기본 프로세스를 엄격하게 준수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의 실제 협상 목표를 파악하는 것이다. 겉으로 무슨 말을 어떻게 하든 아무 상관없다. 오로지 상대가 처한 상황과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에도 북한의 목표는 핵도발이나 전쟁이 아니었다.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넣을 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제재 해제와 경제지원이 궁극적 목표라는 게 너무도 분명하게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1, 2차 회담 결렬은 절대 실패로 볼 수 없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취소를 발표했다. 그러자 국내 언론 대다수가 입이라도 맞춘 듯 ‘협상 결렬’이라고 대서특필했다. 당시 상황에선 북·미 정상회담은 이미 물 건너간 듯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필자는 “북·미 정상회담은 결렬된 게 아니다. 협상이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결렬이란 건 말도 안 된다. 그리고 싱가포르 회담은 당초 예정대로 개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싱가포르 회담은 예정대로 개최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반대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합의 선언을 거부함으로써 내용상으론 ‘결렬’됐다. 여파는 의외로 심각했다. 미국 조야와 언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공을 공언했던 ‘협상의 귀재’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합의 거절로 미국에서 탄핵정국이란 거센 위기를 맞닥뜨린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 간 만남이란 의미 부여에 그나마 편승할 수 있었다. 이때 처음 등장한 말이 “Good deal or no deal” 즉, ‘유리한 조건이 아니면 아예 합의하지 마라, 아예 협상하지 마라’이다.

올 2월 전용 방탄열차를 타고 하노이를 향해 떠나는 김 위원장의 마음은 이미 승리의 환희에 들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 2차회담으로 북·미 협상은 끝났다’는 게 김정은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은 말 몇 마디를 주고받지도 않은 채 합의 없이 끝나버렸다. 당시 상당수 전문가들은 하노이 회담 실패로 더 이상 협상 재개가 어려울 거라고 봤다. 장기간 지속되면 그럴 수 있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헤어지더라도 최소한 3~4개월 뒤에는 다시 만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6·30 판문점 회동은 협상의 모멘텀을 살려주는 역할을 했다. 앞으로의 회담은 정상 간 대화가 아니라 실무협상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에서는 굉장히 많은 사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외부에 노출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최대한 수면 아래서 협상이 이어져야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협상의 관점에서 1차, 2차 회담의 결렬은 절대 실패로 보지 않는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은 향후 양측 협상 조건의 간격을 굉장히 빠르게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정부는 국제협상에 있어 1, 2라운드에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거의 모든 협상에서 그랬다. 1984년부터 이듬해까지 이어진 소련과의 군축협상에서도 똑같았다. 1차 레이캬비크 회담, 2차 제네바 회담 역시 결렬이었다. 그러나 당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에게 단독 별도 회담을 요청, 워싱턴에서의 추가 회담을 제의했다. 당시 그 자리에서 고르바초프는 모스크바에서의 추가 회담도 제의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이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협상 전략이다. 국제협상에 있어 1, 2차 협상에서 당장 만족할 만한 결과를 바라는 것은 무모하다. 대개는 협상할 때마다 만족할 만한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도 어떤 대단한 뉴스가 나올 거라고 봤다.

 

미국 대선에 맞춰진 협상 데드라인

아마도 앞으로의 협상부터는 급물살을 타고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국제협상은 4라운드가 거의 원칙이다. 물론 실무협상이 진행돼도 완전한 합의점에 이르지는 못한다. 북·미 외교 협상의 특징 때문이다. 양측 모두 3라운드 협상을 진행할 때 막바지에 자신이 요구하는 조건이나 사안을 추가하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협상 용어로 ‘니블링(Nibbling)’이라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3차 협상 역시 막바지에 미국과 북한이 추가 조건을 제시하며 결렬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북·미 회담에는 특별한 게 있다. 내년 11월3일 미국에서 대선이 열린다는 점이다. 통상 협상의 로드맵을 기획하고 설계할 때 최종 마감시한으로 불리는 데드라인을 중요하게 여긴다. 협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은 데드라인을 기점으로 역으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 합의는 언제쯤일까. 미 의회의 승인을 받고, 미국 조야와 언론의 반응이 나오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11월 대선을 기준으로 4~6개월 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을 다시 북·미 협상의 로드맵에 적용한다면 빅딜이든 스몰딜이든 양측간 1차 합의는 내년 3월 이전에 나올 확률이 높다.

북한의 최종 목표는 비핵화 합의 선언이 아니다. 종전선언이다. 종전선언이 있어야만 지난 60년간 북한을 억눌렀던 미국의 외교·군사·경제적 제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문호가 열려 전 세계의 막대한 투자를 받아들이는 신호탄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김 위원장도 마냥 북·미 간 합의를 늦출 수만은 없다.

결론적으로 실무협상을 통해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3월 이내에 비핵화 합의에 이를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후 종전선언 협상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돼 미 대선일을 기준으로 빠르면 6개월 전 늦어도 3개월 전에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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