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G 장비 세계 점유율 7위→1위 비결은?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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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끌고 기업은 도전…삼성 점유율 6.6%→37%로 화웨이 제쳐

“삼성전자가 올해 5G 통신장비 세계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26일 한국 경제에 낭보를 전했다. 희소식은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 전무가 ‘삼성전자 투자자 포럼 2019’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행사는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되는 삼성전자 최대의 기업설명회(IR)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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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동통신장비 시장분석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37%로 화웨이(28%), 에릭슨(27%), 노키아(8%) 등을 멀찍이 따돌렸다. 지난해 연간 삼성전자의 이동통신장비 세계 시장 점유율이 6.6%였던 것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비약적 성장이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4G와 LTE, 5G 등을 포함한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5% 안팎으로 세계 7위 수준이었다.

비결은 뭘까. 삼성전자가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급부상한 데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의 화웨이 퇴출 움직임에 따른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런 ‘행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먼저 삼성전자의 ‘준비된 기술력’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세계 통신장비 1위를 놓치지 않던 화웨이를 잡기 위해 ‘전쟁터’를 바꿨다. 바로 ‘5G 시대’를 노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4G와 LTE 등에서는 밀렸지만 세계 통신 시장이 5G로 바뀌는 전환기라는 기회를 잡기 위해 착실히 실력을 쌓고 있었다.

김 전무의 설명이다. “2009년 5G 연구를 시작한 삼성전자는 2014년 5G 필드테스트, 2016년 5G 모빌리티 데모 등을 거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5G 기술력을 갖췄다.” 실제로 네트워크 장비시스템, 칩셋, 스마트폰 등 5G 서비스에 필요한 기술력을 모두 확보한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다. 여기에 더해 삼성은 ‘협업’이라는 무기도 사용했다. 김 전무는 “올해 들어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오른 건 세계 20개 이상의 통신 사업자와 협업한 결과”라면서 “삼성전자 5G는 비용을 줄이고 이익은 높여주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 최대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 일본 2위 통신사업자인 KDDI 등과 5G 장비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또 다른 내생적 변수도 삼성전자의 1위 등극에 큰 기여를 했다. 범국가적으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추진해 성공함으로써 5G 선도국으로 기술과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한 것이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적극 지원했던 5G 첫 상용화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모두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를 채택했다.

5G는 그저 통신장비 분야의 신기술을 뜻하지 않는다. 5G는 4차 산업혁명의 토대, 핏줄과 같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스트럭처가 모두 5G 네트워크 위에 구축된다. 5G의 경제적 효과가 2030~40년에는 수억 달러를 넘어 수십억 달러까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질 정도다. 5G를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한마디로 5G를 장악하는 국가가 4차 산업혁명의 칼자루를 쥐게 되고 향후 100년의 세계 패권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미국이 화웨이 견제에 나서고, 중국이 총력전으로 맞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기 극복은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 사회 전반의 좋은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최근 글로벌 산업은 각국의 경제정책과 외교까지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정부는 끌고, 기업은 도전하는 ‘2인3각’ 찰떡호흡이 계속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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