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삼키려는 대륙의 야심…‘웨강아오대만구 프로젝트’ 실체
  • 모종혁 중국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6 10:00
  • 호수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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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계획하는 ‘광둥-홍콩-마카오’ 잇는 단일경제권 

지난해 10월 강주아오대교가 개통됐다. 강주아오대교는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중국 광둥성의 주하이를 잇는다. 길이가 55㎞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2009년 첫 삽을 뜬 이래 중국 정부는 건설을 위해 1269억 위안(약 21조8268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계획 단계에서 본래 산정한 공사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그로 인해 대교 건설은 3년이나 연장돼 완공됐다.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 만큼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강주아오대교를 통해 중국 관광객이 마카오와 홍콩으로 쏟아져 들어간 것이다.

마카오 및 홍콩 정부 관광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과 12월에 마카오를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3%, 18.4%씩 늘었다. 홍콩 관광객의 증가율은 더 높다. 각각 25.6%, 19.1%씩 증가했다. 홍콩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도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8%, 21%씩 늘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의 유입 증가에 대한 홍콩과 마카오의 반응은 상반된다. 마카오 주민들은 관광객의 급증을 반기는 반면, 홍콩 시민들은 오히려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강주아오대교는 홍콩, 마카오, 중국 주하이를 연결하는 세계 최장 길이의 해상대교로 2018년 10월24일 공식 개통됐다. ⓒ Xinhua 연합
강주아오대교는 홍콩, 마카오, 중국 주하이를 연결하는 세계 최장 길이의 해상대교로 2018년 10월24일 공식 개통됐다. ⓒ Xinhua 연합

홍콩 야당, 일제히 ‘웨강아오 프로젝트’ 비난

실제 지난 2월 홍콩의 시민단체 회원들은 튄문버스터미널에서 중국 관광객의 유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버스는 화물차가 아니다’는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이는 중국 관광객이 홍콩에서 일상용품을 잔뜩 사서 버스에 싣고 돌아가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한 회원은 “중국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건물 주인이나 기업만 이득을 볼 뿐, 영세업자는 임대료 급등으로 쫓겨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같은 반응은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웨강아오대만구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다.

웨강아오대만구는 2017년 3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광둥성 내 광저우·포산·자오칭·선전·둥관·후이저우·장먼·중산·주하이 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하나로 통합해 거대한 광역경제권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웨’는 광둥, ‘강’은 홍콩, ‘아오’는 마카오의 약칭이다. ‘대만구’는 대규모 베이(연안) 지역이라는 뜻이다. 웨강아오대만구의 규모는 미국 뉴욕베이와 샌프란시스코베이, 일본의 도쿄베이보다 훨씬 더 크다.

웨강아오가 지닌 경제력을 보면 그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광둥성 국내총생산(GDP)은 9조7277억 위안(약 1673조원)으로 중국 1위다. 전 세계에서 광둥보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는 12개국에 불과하다. 더욱이 연평균 6.5%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할 경우, 내년에는 한국을 뛰어넘는다. 상주인구는 1억1346만 명으로 역시 중국 1위다. 대만구로 범위를 좁혀도 총 인구가 7000만 명이 넘는다. GDP는 10조 위안(약 1720조원)을 넘어 한국과 엇비슷하다. 면적도 5만6000㎡에 달해 한국의 2분의 1 크기나 된다.

지난 2월 중국공산당이 발표한 ‘웨강아오대만구 발전계획요강’을 보면, 2022년까지 프로젝트의 기본 틀을 세우고 2035년에 단일경제권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광저우는 내륙행정의 중심으로, 선전은 첨단기술의 허브로 조성된다. 홍콩은 금융·무역·물류·항공의 핵심도시로, 마카오는 관광 및 포르투갈어경제권의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만약 홍콩과 마카오의 금융회사 및 연구·개발업체가 광둥에 진출하면 정부가 지원해 주고, 홍콩과 마카오의 주민이 광둥에서 취업하면 중국인과 똑같은 복지혜택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실제 중국의 속내는 홍콩의 금융 인프라와 마카오의 국제화 역량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실제로 미·중 무역분쟁으로 성장동력이 약화된 ‘세계의 공장’ 광둥성을 첨단기술 산업벨트로 업그레이드할 복안인 것이다. 즉, 홍콩과 마카오를 발판 삼아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혁신벨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2만5000자가 넘는 ‘발전계획요강’에서는 광저우(41번)나 선전(39번)보다 홍콩(102번)과 마카오(90번)를 더 많이 언급했다. 중국이 강주아오대교를 건설한 배경도 웨강아오대만구를 위한 기반 다지기의 일환이었다.

 

홍콩, 중국 반환 이래 선전에 압도당해

이를 간파한 홍콩 내 민주파(反中 성향) 정당은 일제히 웨강아오대만구 프로젝트를 비난했다. 지난 2월 홍콩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중국 도시들과 경쟁하며 발전해 온 홍콩이 대만구를 통해 협력에만 치중한다면, 중국 도시들은 발전할 수 있어도 홍콩의 장기적인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민당도 “대만구는 홍콩 시민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지만, 그에 대한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물론 홍콩과 마카오 행정수반인 캐리 람과 페르난도 추이 행정장관은 즉각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홍콩 민주파가 웨강아오대만구를 비판하는 이유는 홍콩이 가진 이점과 차별성이 사라지는 걸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홍콩은 외국 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각광을 받아왔다. 또한 중국과 외국의 중계무역으로 톡톡히 재미를 누렸다. 하지만 중국에 반환된 이래 홍콩은 급성장한 중국의 경제력에 압도당했다. 홍콩의 GDP는 이미 중국 GDP에 비해 3%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심지어 과거 ‘홍콩에 빌붙은 어촌도시’로 멸시했던 선전에도 추월당했다. 지난해 선전의 GDP는 2조4222억 위안으로 홍콩(2조4001억 위안)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개혁·개방이 시작되던 1979년에 선전의 GDP는 1억9600만 위안으로 홍콩의 0.2%에 불과했다. 하지만 40년 만에 두 도시의 처지는 역전됐다. 과거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화물 처리량을 자랑했던 홍콩항도 지난해 세계 5위로, 선전항(세계 3위)보다 두 단계나 낮다. 게다가 중국이 홍콩과 마카오의 주민에게 복지혜택을 수여하는 만큼, 언젠가는 홍콩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중국인에게 동등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 그럴 경우 ‘아시아 1등 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홍콩인들은 중국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게 된다.

홍콩 젊은 인재의 광둥 유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광둥의 ICT기업인 화웨이와 텐센트의 평균 연봉은 각각 110만 위안(약 1억8920만원), 84만 위안(약 1억4448만원)에 달했다. 연봉뿐만 아니라 광둥의 거주환경은 홍콩보다 훨씬 좋고 물가는 3분의 2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9월 광저우-선전-홍콩을 잇는 142㎞의 고속철도가 개통됐다. 홍콩에서 선전, 광저우까지 각각 16분, 48분이면 쉽게 갈 수 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광둥어를 구사하고 서구식 교육을 받은 홍콩 인재가 매력적이다. 따라서 향후 웨강아오대만구는 홍콩을 경제력으로 집어삼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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