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등록제는 왜 유명무실화됐을까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6 11:00
  • 호수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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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동물사전] 등록된 반려견 30% 불과…내장형 등록으로 일원화해야

우리나라는 반려견에 대한 동물등록제를 2008년 처음 시행한 이후 2014년 1월1일 전국적으로 의무화했다. 이때부터 의무적으로 입양한 개가 3개월령이 되는 날부터 30일 이내에 반려동물 등록 대행업체를 방문해 등록절차를 거쳐 반려동물 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렇게 동물등록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고 의무화한 지는 5년이 지났지만 2019년 현재 동물등록률은 3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게 동물등록률이 저조한 것은 미흡한 홍보, 동물등록 실효성 논란,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실상 의무사항으로 느껴지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반려동물을 무책임하게 버리거나 잃어버리는 일도 증가해 왔다. 사람들이 버리거나 잃어버린 동물들이 보호되는 유기동물보호소에 구조된 동물의 숫자는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7년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반려동물이 구조되면 우선리더기를 통해 동물등록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만약 동물등록이 되어 있다면 이 단계에서 바로 주인의 정보를 확인해 집을 찾아줄 수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동물등록이 확인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동물등록률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동물등록을 내장형 마이크로칩 삽입뿐 아니라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나 인식표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유다. 이런 외장형 장치들은 반려견에게 달지 않으면 현장에서 동물등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이 동물등록을 했더라도 외장형 인식표를 떼어버리면 그만이다. 외장형 인식표를 잠시 떼어놓은 상태에서 반려동물을 잃어버린다면 보호소에 구조되더라도 주인의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반려견의 유기를 막고 잃어버렸을 때 빨리 찾도록 하겠다는 동물등록의 실효성 논란은 사실 떼어버리면 그만인 외장형 인식표로 인해 야기됐다. 수년 전부터 이런 실효성 논란으로 내장형 동물등록 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일부 단체의 반대에 부딪혀여러 차례 시행되지 못했다. 동물등록을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에서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로 인한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는 0.01% 미만이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2008년 처음 동물등록을 시행한 이후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는 18만 마리 중 14마리에 불과함에도 올해 4월1일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에서도 ‘내장형 동물등록 일원화’ 법안은 또다시 통과되지 못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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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해도 인식표 떼어버리면 그만

농림축산식품부는 8월말까지 동물등록 자진신고기간을 운영한 뒤 9월부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내년에는 현행 3개월령 이상의 개가 등록 대상인 것을 2개월령 이상의 개로 등록 월령을 낮추고, 동물 생산·판매업자가 반드시 동물을 등록한 뒤 판매하도록 할 거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자체 동물복지 전담인력이 0.6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단속을 제대로할 수 있을지의문이다. 동물 판매 단계에서 동물등록을 의무화하면 동물등록률 자체는 올라가겠지만 대부분 손쉽게 등록할 수 있고, 구속력이 낮은 외장형 동물등록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동물등록실효성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고동물등록이 유기·유실 동물 문제의 해결책이 되려면 현재로서는 동물등록을 내장형으로 일원화하는 노력이 급선무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과 함께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대체할 수 있는 동물등록 식별방법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런 변화 없이는 앞으로도 동물등록은 유명무실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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