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데이’ 무학의 좋지 못한 금전거래 논란
  • 부산경남취재본부 황최현주 기자 (sisa520@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4 14:00
  • 호수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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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분 있는 지역 건설사 ‘깡통담보’에 80억 빌려줘…무학 “우린 사기 피해자” 해명

좋은데이 소주로 잘 알려진 경남 소재 ㈜무학이 지난해 지역 건설사에 수십억원의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확보한 부동산이 속칭 ‘깡통’으로 드러나면서 ‘배임’ 논란과 함께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등 경남 지역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무학은 지난해 7월말부터 10월까지 6차례에 걸쳐 H건설에 총 82억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H건설은 한 달 뒤인 11월 결국 부도가 났다. 무학은 부랴부랴 채권 회수에 나섰지만, ‘빈손’에 그쳤다. 무학이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확보한 300여 개 부동산이 이미 타 금융사에 1순위로 근저당 설정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무학의 배당순위는 대부분 담보에서 2, 3, 4번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무학의 주주와 H건설의 채권자 일각에서 ‘담보가치를 평가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냐’는 지적에 이어 무학의 대표이사를 배임 혐의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무학은 지난해 7월말 23억원, 8월말 17억5000만원, 9월 14억원, 10월 5억5000만원 등 총 60억원을 H건설에 건넸다. 대신 건설사 소유의 P오피스텔과 K하우스, K와이즈상가 등 부동산 300여 개를 담보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에 위치한 무학 본사 ⓒ 시사저널 황최현주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에 위치한 무학 본사 ⓒ 시사저널 황최현주

무학 측 “한 푼도 건질 게 없다” 시인

그런데 H건설의 채권자와 주주들이 제공한 계약서와 등기부등본에서 담보로 확보한 대부분의 부동산이 배당 후순위로 밝혀져 논란이 야기됐다. 창원시 해운동에 위치한 P오피스텔의 경우, 무학은 86개 호실을 담보로 H건설에 24억5000만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이 오피스텔은 농협과 새마을금고에서 이미 60억원의 대출이 먼저 이뤄졌다. 7억7000만원을 빌려준 P오피스텔 상가 8개 동도 두 곳의 저축은행과 지역 농협에서 30억원의 담보대출이 선순위에 올라 있다. 5억6000여만원 채권인 창원시 부림동에 위치한 K와이즈상가에도 타 금융기관에서 14억7000만원의 대출이 먼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후순위라도 채권 회수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무학의 담보는 사실상 가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학 관계자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해당 물건들에 대해 한 푼도 건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최재호 회장이 알고 크게 분노했다”고 전했다.

현재 무학은 “담보 가치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몰랐고 H건설사 대표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도 징후가 완연한 회사에 거액의 자금이 수혈된 것은 무학의 최 회장과 H건설의 권아무개 대표의 개인적 친분 관계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여기에 이어 회사 가치 하락 책임론까지 대두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H건설 관계자와 채권자 등에 따르면 H건설은 무학의 울산·충주공장에 시공사로 참여한 오래된 거래처이고, 권 대표와 최 회장은 마산 K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평소 친분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H건설은 그동안 마산 등 경남 일대를 중심으로 K하우스와 P오피스텔 등 많은 건물을 지었으나 분양이 여의치 않아 2018년부터 부도설이 나돌았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권 대표는 최 회장에게 SOS를 보냈고 즉각 30억원이 통장에 입금됐다. 권 대표는 “지난해 7월30일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라는 최 회장이 전화를 걸어 ‘사업 잘하라’는 말을 했고, 어음 만기일인 이튿날(31일)에 돈이 입금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친분 관계 주장과 관련해 무학 관계자는 “금전대차는 이사회를 통해 진행됐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오너의 개인적 인맥에 따라 돈이 오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당시 건설사가 충주공장을 시공하고 있었던 탓에 갑자기 부도가 나면 공사 지연 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았고, 오피스텔이 분양되면 돈을 갚겠다고 권 대표가 장담했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뜻으로 돈을 빌려줬지만 깡통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사기를 확신하게 됐다. 최 회장도 권 대표를 괘씸하게 생각해 6월26일 정식으로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거듭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학이 등기도 하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사기 피해자 주장을 의심케 하고 있다. 무학은 창원시 오동동에 위치한 주거형 오피스텔 K하우스의 143개 호실을 담보로 잡고 22억여원을 H건설에 지원했다. 해당 담보물 역시 새마을금고 82억원, 경기도 한 농협 21억원, J저축은행과 S저축은행 35억원 순으로 대출이 있었고, 무학은 등기 대신 신탁원부에 2순위, 확약서 3순위로 만족했다. 후순위 담보 설정에 이어 미등기 사실까지 알려지자 무학의 주주와 건설사 채권자들은 “등기도 할 수 없는 담보에 거액을 빌려준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기 피해자 운운할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 I부엌가구 회사 강아무개 사장과 가족들이 무학을 향해 공장 근저당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 강아무개 I부엌가구 대표
지난 6월 I부엌가구 회사 강아무개 사장과 가족들이 무학을 향해 공장 근저당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 강아무개 I부엌가구 대표

무학-H건설 금전거래로 또 다른 피해자 양산

자신을 무학의 소액주주라고 밝힌 창원시 회원구 거주 K씨(46·자영업)는 “손실을 안게 된 배경과 정확한 근거를 주주들에게 밝혀야 한다”며 “그러지 않을 경우 관계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무학과 H건설의 금전거래는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H건설 권 대표는 부도 직전인 지난해 10월 무학에 6억5000만원을 추가로 융통해 달라고 요청했다. 무학은 담보 제공을 요구했고, 대부분의 부동산을 이미 담보로 제공한 권 대표는 협력사인 I부엌가구 강아무개 사장에게 담보 협조를 요청했다. 권 대표는 강 사장의 공장을 담보로 무학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이 역시 무학은 금융사와 개인 채권에 이어 3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월 무학은 강 사장의 공장에 대한 임의경매를 진행했지만 유찰됐다. 1, 2순위를 제치고 3순위자인 무학이 경매 절차를 밟자 몸이 단 강 사장은 지난 6월 창원시 무학 본사 앞에서 ‘회사를 돌려 달라’는 1인 시위에 나섰다. 공장에 약 3억30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는 강 사장은 “대출 당시 이 돈만 들어가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권 대표의 말을 믿고 공동 담보 제공에 동의했다. 하지만 원청은 부도가 났고 채무만 남았다. 바보짓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협력업체인 ‘을’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이제는 무학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무학은 ‘법에 따라 채권을 확보한 것이므로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며 강 사장의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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