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시대, 정치 판도도 뒤집힌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2 15:40
  • 호수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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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여야 정치권, 윤석열 후보자 임명 찬반에 명운 거는 이유

검찰 개혁은 역대 정권마다 언급돼 왔다. 검찰 개혁을 이야기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를 빼놓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사와의 대화’가 아닌 ‘대화가 필요 없는 검사’를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바로 윤석열 후보자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은 ‘검사와의 대화’ 단계를 뛰어넘는 일이다. 바야흐로 검찰 개혁의 칼자루는 윤 후보자의 손에 쥐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대가 정치권에 일으킬 파장은 3가지가 예고되고 있다.

첫째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실천’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핵심이 검찰 개혁이고, 그중에서도 또 핵심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공수처 설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찰과 검찰 수사권 조정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공수처 설치 질문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관련 법안에 있는 내용이지만, 윤 총장 시대가 열리자마자 가장 큰 탄력을 받을 주제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공수처 설치 찬성 여론은 매우 높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지지표 결집에 도움이 된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3월26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공수처를 설치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응답자 3명 중 2명 정도는 찬성 의견으로 나타났다. 반대 응답은 23.8%였다. 내년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가 걸려 있는 수도권에서 공수처 설치 찬성 여론은 66.6%로 압도적이다. 집권여당이 총선 공약으로 재차 강조해도 상품성이 높다. 40대는 무려 10명 중 8명 가까이 공수처에 찬성 의견이고, 민주당 지지층은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찬성 여론이다. 이쯤 되면 공수처 ‘매직’으로 내년 총선에서 부리지 못할 마술이 없을 정도다(그림1). 윤석열 총장 시대는 문 대통령의 공약 실천을 의미한다. 총선을 포함해 정치권 판도가 뒤집히는 첫 단추가 될 공산이 크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7월8일 국회에서 열렸다. ⓒ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7월8일 국회에서 열렸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강인 인기를 뛰어넘은 ‘석열 열풍’

윤 총장 시대가 정치권 판도를 뒤집어놓을 두 번째 현상은 ‘석열 열풍’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법무장관 자리에 올랐던 강금실 변호사의 인기는 상당했다. 그의 인기는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로까지 연결되었다. 지금 윤 후보자의 대중적 인기 또한 그 못지않다. 단순히 그를 향한 인간적인 관심보다 검찰 개혁을 해낼 것이라는 신뢰 차원이다. 이런 대중적 인기를 안고 있는 윤 후보자에게 사실상 걸림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까운 사이인 윤대진 검사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관련 청문회 위증 논란이 이슈가 되었지만, 여론의 흐름을 뒤집진 못했다.

대중적 인기의 힘은 청문회 과정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전혀 호감을 받지 못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 윤 후보자가 두둔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지만 후폭풍이 거의 없다. 윤 후보자는 우 전 수석을 가리켜 ‘유능하고 책임감 강한 검사’로 설명했다. 청문회장에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여러 차례 우 전 수석의 무능함을 윤 후보자에게 물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윤 후보자가 가지고 있는 대중적 인기가 아니라면 이 발언 하나만으로 낙마하기에 족할지 모르겠다. 소위 ‘석열 열풍’이다.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느냐면, 인물이나 이슈에 대한 관심도를 읽을 수 있는 구글트렌드에 윤석열과 이강인을 비교 검색해 볼 때 알 수 있다(6월12~23일). U-20 월드컵에서 MVP를 차지한 이강인의 최근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윤 후보자가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으로 지명받은 6월17일 이후 관심도는 이강인을 뛰어넘는다(그림2). ‘석열 열풍’으로 불릴 이런 대중적 인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공수처 설치를 포함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 개혁은 웬만해선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의미에 가깝다. 윤 총장 시대는 여의도 정치권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해 보인다.

‘反文’ 성향 TK·주부층도 윤 후보자에 호감

윤 총장 시대는 외연 확대라는 점에서도 역시 정치 판도를 뒤집어 놓는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든든한 지원군은 핵심 지지층이다. 그렇지만 개혁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중도층의 지원은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대비해 각 당이 전력을 기울이는 대상은 중도층이다. 부동층이 얼마나 선택해 주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윤 총장 시대는 중도 확대를 의미한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6월18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어본 결과, 거의 절반에 가까운 49.9%가 찬성이었다. 반대 응답은 35.6%였다. 내년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수도권에서 윤 총장 지명 찬성은 54.4%나 된다. 중도층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 찬성 의견은 49.8%로 반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많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에서조차 찬반 여론이 팽팽할 정도로 윤 총장 후보자에 대한 반응은 훈훈하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다른 직업 계층보다 높은 가정주부층에서도 윤 총장 지명에 대한 찬성 의견이 절반을 넘을 정도다(그림3). 중도 확대에 성공한 인사다. 윤 총장 시대가 만들 개혁 과정은 중도층까지 흡수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상대해 왔던 보수 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까지 상대해야 하므로 정치권 셈법이 더욱 복잡해진다.

판도라 상자가 열리듯 윤석열 검찰총장 시대는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원리원칙에 입각한 검사의 길을 가겠다는 결기를 보이고 있으므로 여야 모두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그러나 검찰 개혁의 중차대한 역할을 윤석열 한 사람에게 의존한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그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커서 그렇지, 사실 윤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 수장에 오른다 해도 거짓말 이미지는 계속 따라붙을 것이다. 윤 후보자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신념으로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을 새겨들어야 한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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