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집중포화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만신창이’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8 10:00
  • 호수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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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 사익 편취에 사정기관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공격 가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이 사정기관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총수 일가의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국세청 조사에 이어 현재 검찰 수사도 받고 있고, 일감 몰아주기와 과다 브랜드 사용료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사정권 내에도 들어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까지 나서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각의 혐의와 논란은 사안도, 얽혀 있는 기관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모든 논란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존재한다.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그것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수난사의 시작은 지난해 7월 이뤄진 국세청 세무조사였다. 이때 국세청은 사전 예고 없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당시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사의 주체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었기 때문이다. ‘재계 저승사자’로 통하는 조사4국은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등의 혐의가 명백한 경우에만 조사에 착수하는 특별 세무조사 전담조직이다.

업계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국세청은 조사를 검찰 고발을 전제로 하는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고 조사 일정을 연장했다. 이는 조사 과정에서 한국테크놀로지 총수 일가의 고의적 조세포탈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마친 국세청은 올해 1월 한국타이어를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현재 한국테크놀로지 총수 일가의 조세포탈 혐의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 강남 본사 ⓒ 시사저널 고성준
한국타이어 강남 본사 ⓒ 시사저널 고성준

총수 일가 조세포탈 혐의에 국세청·검찰 칼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공정위 사정권에도 들어 있다. 먼저 그동안 계속 지적을 받아온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있다. 내부거래를 통해 신양관광개발·아노텐금산·엠프론티어·엠케이테크놀로지 등 총수 일가 개인회사의 매출을 책임져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이후 대부분의 기업들이 규제 탈피를 위해 자구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서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히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 수개월 동안 규제심의 대상 기업을 5곳이나 늘리기도 했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개인회사를 통한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엑스트론(연료첨가제 수입·유통업체)을 시작으로 에이치투더블유티이(폐기물처리 기기 도·소매업체)·에스아이카본(산업폐기물 재활용업체)·세일환경(산업폐기물 재활용업체) 등을 차례로 인수했고, 경영컨설팅 업체인 에스피팀을 설립했다. 이들 기업은 이제 막 그룹에 합류해 아직까진 내부거래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선 향후 이들 회사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 안팎에선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주) 브랜드 사용료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브랜드 사용료가 총수 일가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옴에 따라 최근 이를 집중점검 대상으로 지정했다. 물론 국내 대부분 대기업 지주사는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다. 문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주)의 매출 대비 브랜드 사용료 비중이 글로벌 기업 평균보다 10배 이상 높다는 데 있다.

실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지난 5년간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주)(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지급한 브랜드 이용료는 3333억원에 달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2.13%)를 비롯해 매년 매출의 2% 이상을 브랜드 이용료로 지급해 왔다. 글로벌 기업들이 지주사에 지급하는 브랜드 사용료가 매출의 0.1%에서 0.2%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렇게 브랜드 사용료 대부분은 총수 일가에게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총수 일가 지분율이 73.9%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둘러싼 논란들은 모두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과 맞물려 있다. 시민단체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총수 일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올해 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브랜드 이용료를 통한 총수 일가 이익 강취 △총수 일가 사익 편취를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13차례의 공시 위반 △자회사 헐값 매각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고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왼쪽)과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 연합뉴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왼쪽)과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 연합뉴스

지분 승계 자금 마련 위해 ‘반칙’?

그렇다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숱한 논란에도 ‘반칙’을 계속해 온 까닭은 뭘까. 재계에서는 이를 경영권 승계와 연관 짓는 시선이 많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2012년부터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작업을 본격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지금은 승계가 상당 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현재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된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주) 지분을 각각 19.32%와 19.31% 보유 중이다. 형제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주)→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정점에 선 것이다.

그러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주)의 최대주주는 여전히 조 회장(23.59%)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승계는 조씨 형제가 조 회장의 지분을 모두 넘겨받아야 완료된다. 그러나 조 회장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가치를 7월11일 현재 종가(1만535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3500억원에 달한다. 상속·증여가액이 30억원을 초과하면 50%의 최고세율이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형제는 조 회장의 지분 확보를 위해 1700억원대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조 회장이 올해 83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형제로선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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