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영애 이미 “원망 않는다” 했는데…이영돈 PD 뒤늦은 사과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2 1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운 콘텐츠 준비 앞두고 기자간담회 열어 “평생 지고 갈 짐”
KBS 1TV에서 방영됐던 시사고발프로그램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 KBS 방송 화면 캡처
KBS 1TV에서 방영됐던 시사고발프로그램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가운데가 이 PD) ⓒ KBS 방송 화면 캡처

이영돈 PD가 과거 황토팩 보도 건을 놓고 대립한 배우 고(故) 김영애씨에게 뒤늦게 사과했다.

이 PD는 7월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늦은 걸 알지만 김영애씨께 사과하고 싶다.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이 PD는 2007년 KBS 시사고발프로그램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을 통해 김씨의 회사가 제조한 황토팩에서 쇳가루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김씨 측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양측 간 소송전이 5년간 진행됐다. 결국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나, 2012년 대법원은 이 PD 손을 들어줬다. 이 PD가 보도를 준비할 당시 해당 제품에서 쇳가루가 나왔다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고 보도 목적도 공익을 위한 거라고 판단했다. 이후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 PD가 승소했다. 

남은 것은 김씨의 막대한 피해 뿐이었다. 연 1000억원 대 매출을 올리던 김씨 사업은 논란과 송사를 겪으며 기울었다. 동업자였던 남편과도 이혼했다. 2017년 김씨가 췌장암으로 사망하자, 황토팩 소송 사건과 이 PD의 이름이 함께 거론됐다. '황토팩과 관련한 일련의 악재가 김씨의 발병과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간담회에서 이 PD는 황토팩 보도를 '일생일대의 큰 일'이었다고 회상하며 "보도 후 소송이 5년간 이어졌는데, 고인(김씨)이 받았던 고통을 느끼며 오랫동안 사과하고 싶었다. 나 역시 오랜 기간 괴로웠는데 사과할 시점을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애씨가 돌아가셨을 때 '너 문상 안 가느냐'는 댓글들도 봤다. 저도 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안 났다"면서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언젠가는 사과해야 하는데' 생각했는데 이렇게 늦어졌다"고 했다. 이어 "사과하면 편해질까 했지만, 역시 아니다"라며 "내가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이다. 김영애 씨는 꿈에도 한 번씩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 PD의 이번 공개 사과는 4년 공백 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건강한 먹거리 관련 콘텐츠 제작과, 식품 생산 사업을 시작하기 전 과거 논란을 짚고 넘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 김씨는 별세 두 달여 전인 2017년 2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영돈 PD가 밉지 않으냐'는 질문에 "용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씨는 "하나님을 믿으면서 편안해진 게, 미운 사람이 없어지더라. 그리 따지면 나도 살면서 정말 부끄러운 일을 많이 했다. 누구를 뭐라고 하거나 미워할 처지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며 "지금은 어떤 미운 사람도 가슴에 남아있지 않다. 누굴 원망하는 건 결국 나를 괴롭히는 건데 그 시기를 그냥 나를 위해서 사는 게 낫지 않나 싶다"고 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