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더저널] 베트남 아내 폭행사건, 그 불편한 진실
  • 한동희 PD (firstpd@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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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영상제작 : 한동희 PD
■ 취재·글 : 오종탁 기자
 

무슨 일이?

지난 7월5일 오후 한 영상이 인터넷에서 퍼져나갔습니다. 2분33초 분량의 영상에는 남성이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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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시사저널TV'

 

영상에는 기저귀를 찬 어린 아이도 등장하는데요. 이날 앞서 오전 8시쯤 전남 영암군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A(30)씨가 남편 B(36)씨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A씨와 B씨는 바로 영상 속 등장인물들이었는데요. 신고는 A씨의 지인이 했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폭행은 하루 전인 7월4일 발생했습니다. 남편 B씨는 7월4일 술을 마시고 오후 9시부터 3시간여 동안 자택에서 베트남인 아내 A씨를 주먹과 발, 소주병 등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씨는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B씨는 7월5일 오후 8시쯤 경찰 지구대를 찾아 조사 받았습니다. 이어 긴급체포됐습니다. 경찰은 7월7일 B씨에 대해 구속영장도 신청했습니다. 하루 뒤인 7월8일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B씨에 대한 비난세례가 이어지고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한국과 경제·문화적으로 밀접하게 교류하고 있는 베트남에서도 논란이 확산됐는데요. 이낙연 국무총리, 민갑룡 경찰청장은 베트남 공안장관을 만나 유감을 표했습니다. 이주여성 인권보호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이면에 궁금증

남편 B씨는 어떤 사람일까요? 영상에 나온 B씨는 키가 작고 호리호리하지만 한눈에 봐도 다부진 체구입니다. 머리는 염색했고, 오른쪽 팔에는 문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B씨가 쏟아낸 말들, 뭔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뻔뻔한 태도도 태도지만, 발언 내용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유튜브 '시사저널TV'

아내 A씨는 어떤 사람일까요? 영상을 보면 B씨에 제대로 저항 한 번 못할 정도로 왜소한 체구입니다. 아내 A씨는 7월8일 베트남 온라인 매체인 '징(Zing)'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편이 옛날에 권투를 연습했었다. 남편이 (평소에도) 샌드백 치듯 나를 때렸다." 그런데 한 인터넷 언론은 B씨의 전부인 C씨를 인용해 A씨가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서 의도적,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B씨와 C씨가 혼인관계를 유지했을 당시 A씨가 C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혼하라고 종용한 점, 한국말로 농담까지 했던 A씨가 갑자기 '나는 한국말 모른다'고 했다는 B씨 발언 등이 이런 의혹을 뒷받침했습니다.

 

불편한 진실

ⓒ 시사저널 양선영
ⓒ 시사저널 양선영

 

우리나라로 온 이주 여성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2017년 인권위가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요. 920명에게 물었는데 42.1%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했습니다. 폭행당한 뒤에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30%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영주권 문제 등으로 폭행의 고통을 삼키는 이주여성들이 다른 곳에도 수두룩합니다. 또 국제결혼이 매년 전체 혼인의 7~11%를 차지하면서 문제는 단순한 가정폭력을 넘어 치정, 내국인들과의 갈등 등으로 복잡다단해지고 있습니다. 폭행당한 부인 A씨가 치료받는 병원을 7월8일 찾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A씨를 위로하고 지원을 약속하며 "언론도 2차 피해 우려가 있으니 과도한 취재를 지양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단발성 사건과, 이에 대한 정부의 단순한 접근으로 이주여성 폭행 등 다문화 문제가 해결될 리는 만무합니다. 개별 사건의 디테일과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감성적 대응을 넘어선 '진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겁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을 확인하세요.https://youtu.be/Z1BGXhauzQ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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