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대중이 유승준에 분노하는 이유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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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의 두 얼굴이 빚어낸 몰락

일본 공연을 마치고 귀국해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대중에게 약속한 유승준은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떠나 시민권을 취득한 후 2002년 2월2일 여권에 적힌 자신의 이름 ‘Steve Seung Jun Yoo’를 입국심사대에 태연히 보여줬다. 출입국관리소에서 입국을 금지했다는 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그는 6시간 넘게 공항에 머물며 입국 허락을 요청했다. 그날 이후로 하루아침에 그는 ‘아름다운 청년’에서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혔다. 모 방송사 앵커의 말처럼 유승준은 스스로 재앙을 불러 일으켰다.

유승준은 2001년 8월 병무청 신체검사를 마친 후 방송 및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군 입대를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서 결정된 사항이니까 따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을 통해 군에 입대해 대한민국에 기여하겠다고 수차례 발언했다. 2001년 또 다른 잡지 인터뷰에서 그는 “대한의 남아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건 당연하다”고 얘기했다. 영주권을 포기하고 군대를 가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적도 있다. 또래 젊은 연예인들이 병역을 회피하던 시절 유승준의 발언은 대중에게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솔로 댄스가수 이전에 사회적 의무의 충실함을 강조한 유승준에게 대중은 많은 찬사와 지지, 그리고 환호를 보냈다. 90년대 인기를 끌던 아이돌 그룹과 달리 유승준의 팬은 10대에서 중장년층까지 광범위한 연령대를 보였고, 심지어 그 흔한 ‘안티’조차 없었다. 그 시절 유승준에 대한 비난은 대중문화계에서 금기에 가까웠다. 유승준이 허리디스크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후 현란한 안무를 지속적으로 선보였을 때조차 대중은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아름다운 청년’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2001년 귀국보증제도를 통해 입대 전 미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오겠다고 그가 말했을 때도 대한민국은 이를 허락했다. 그러나 그는 수많은 팬 그리고 대중의 지지와 기대, 그리고 약속을 저버리고 2002년 1월 LA 법원에서 미국 시민권을 받고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 국내 여론은 유승준의 국적 포기에 광분했고 병역 기피 사실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유승준은 “이렇게까지 큰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혀 대중의 분노를 한 번 더 부채질했다. 그의 몰락은 그렇게 시작됐다.

유승준 ⓒ 연합뉴스
유승준 ⓒ 연합뉴스

17년 입국 금지 가혹한 처사인가

유승준은 추후 인터뷰에서 “전역을 하면 한국 나이로 30살이 되고 댄스가수로서의 생명이 끝난다”며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이유를 밝혔다. 결국 그는 댄스가스로 활동하는데 국적이 걸림돌이 되기에 이를 과감히 버리는 게 자신의 연예 활동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중의 비난이 빗발치고 인터넷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등 상황이 최악으로 나아가고 있었음에도 유승준은 “번복할 마음이 없다”고 당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유승준의 팬들은 개인에 대해 17년간 입국을 금지시키는 건 너무나 가혹한 처사라고 얘기한다. 참고로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유승준 또래의 다수 남자 연예인들 역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병역을 회피하는 데 주력했고,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연예인들이 병역 비리 수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 시절 병역 비리에 연루된 남자 연예인들은 이유가 어찌되었든 모두 자신의 잘못을 사죄했고, 군에 다시 입대해 복무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며 용서를 받았다. 대중이 유승준에게만 가혹한 이유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일부 대중은 유승준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 비난하기 어려운데 한 사람의 인권을 지나치게 짓밟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군 입대를 앞두고 공연 목적으로 출국 허가를 받은 후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해서 병역을 기피한 건 명백히 병역법 위반이다. 대중의 괘씸죄로 유승준이 입국을 하지 못했다는 프레임은 그래서 옳지 못하다. 병역법 86조는 ‘병역 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 받을 목적으로 도망하거나 행방을 감춘 때’ 병역법을 위반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가 매년 꾸준히 사죄하고 대한민국을 위해 선행 등 봉사활동을 해왔다면 국민적 여론이 이 정도로 차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만 38세가 넘어 병역이 면제되는 해인 2015년 LA총영사관을 통해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하며 또 다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병역이 완전히 면제되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입국을 시도하려고 한 점, 떳떳한 아버지로 살고 싶다면서 한국에서 취업 및 영리 활동이 가능한 재외동포 비자(F-4)로 굳이 입국을 시도하려는 점에서 대중은 그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적 옮기는 행위 관대할 수 있나

그가 용서받을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프리카 TV 방송에서 뜻하지 않은 비속어 방송 사고로 자신의 의지가 진심인지 대중에게 의심을 받았으며, 메르스 사태와 북핵 위기 등 국가적 위기 때에는 귀국 의지를 표명하지 않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2년 MAMA 음악 시상식에서 “한국 활동 계획이 없다”고 한 그는 미국의 세법 강화로 인해 중국 활동이 어려워지자 ‘떳떳한 아버지’ 프레임을 내세우며 한국에서 활동이 가능한 F-4 비자로 입국을 시도해 다시 비난을 받았다.

대법원이 유승준의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이후 유승준과 그의 가족은 모두 울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17년간 마음고생을 한 그와 그의 가족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결 이후 인터넷 및 여론 또한 분노의 울음바다가 됐다. 자신의 경제적 활동을 이유로 국적을 쉽게 내던지는 행위를 관대하게 바라본다면 그 누가 군에 가겠느냐는 다수의 항변에서 대중의 울음과 분노가 뜨겁게 느껴진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활동을 위해 국적을 손쉽게 옮기는 유승준에게 대중이 분노하는 건 그의 국적 포기가 기회의 평등을 저버렸고 그의 병역 회피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으며 시민권 취득 결과는 더욱 더 정의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중 또는 유권자는 선거 승리를 위해 당을 이곳저곳 옮기는 정치인들을 철새라고 비난하며 퇴출시킨다. 정당을 옮기는 철새도 퇴출시키는데 하물며 국적을 옮기는 행위를 관대하게 용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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