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와서는 실무자간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한일 양국은 7월12일 도쿄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첫 실무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우리측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일본측에서는 경제산업부의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 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이 참석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우리측의 규제 강화 해제 조치에 대해 일본은 "안보면에서 우려가 있다"는 주장으로 일관했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각자 주장으로만 폈으며 이로 인해 다음 번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발단은 회의 후 일본 정부가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일본측 이와마쓰 과장은 “한국 측이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취지로 일관했다”며 “(규제 강화의) 철회를 요구하는 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우리측 전찬수 과장과 한철희 과장은 13일 오전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규제강화 철회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일본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한 과장은 “(대응조치) 철회 요청이 없었다는 (일본 측) 주장이 있는데 우리는 일본 측 조치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고 원상회복, 즉 철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일본 측은 어제(12일) 회의가 단순한 설명이라는 입장에 한국 정부가 동의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본 측의 설명은 30분에 그쳤고 4시간 이상 우리측 입장과 쟁점에 대한 추가 반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당일 오후 이와마쓰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 해결의 제기는 있었지만, 철회라는 것은 없었다”는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내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문제 제기는 있었지만, 의사록에서 '철회'의 문자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日 “한국이 너무 자세하게 내용 공개” 항의
이번 갈등은 양국 언론을 통해 확대 보도되면서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산케이신문 등 극우성향의 일본 언론들은 “이번 갈등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일본 언론들도 13일 기자회견에서 이와마쓰 과장이 “양국 신뢰에 엄청난 영향을 줄 사건”이라며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본 언론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 관계자가 “회담 내용은 ‘대외적으로 밝혀도 좋다’고 쌍방이 합의한 것이지만 한국측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공개해 불쾌하다"는 것까지 보도했다. 또 이에 대해 7월13일 한국대사관에 공식 항의한 내용도 소개했다.
한일 양국 정부의 갈등은 당분간 해결점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우리 정부가 7월24일 다시 회담을 열자고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특별한 반응이 없는 상태다.
우리 정부가 이번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본은 "한 국가의 무역관리 타당성을 제3의 국제기관이 판단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