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더저널] 아베가 마음 놓고 도발하는 이유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한동희 PD
  • 승인 2019.07.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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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보복 총정리

■ 기획 : 한동희 PD
■ 구성 : 조문희 기자
■ 취재 : 구민주‧이석 기자
■ CG : 양선영 디자이너

한‧일 관계가 언제 좋은 적이 있었나 싶지만 이번엔 정말 다릅니다. 7월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는데, 반도체 핵심 소재 말고도 추가 품목 규제 가능성까지 들리는 걸 보면 일본, 제대로 작정했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게 됐을까요?

시사저널이 역대 주일대사 5명과 경제 전문가 등을 취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이 공세를 편 ‘진짜’ 이유와 일본의 경제제재에 따른 예상 시나리오를 짚어드립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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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한(反韓)’ 높은 일본 여론 - “친한파들도 등 돌렸다”

우선 아베 총리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등을 돌린 시작점을 보면,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베가 정식으로 집권하기 직전이지만, 당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이어 나온 일왕에 대한 위안부 사죄 요구 발언으로 인해 일본 내에선 혐한론이 들끓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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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때도 노골적인 친중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는데, 특히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중국 건국일에 시진핑 주석과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서면서 아베의 반한 감정이 제대로 폭발했다고 합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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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혐한 감정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말 우리 정부의 위안부 합의 재검토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일본 여론이 본격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실제 이번 규제 조치에 대해 60%가량이 ‘적절했다’고 응답한 일본 여론조사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여론까지 아베의 행보에 점점 힘을 실어주는 지경까지 온 거죠.

 

2. 대일 외교가 없다 - 일본통 없고 외교는 불통

문제는 상황이 이런 데도 우리 외교부는 일본 여론의 변화를 감지해 내지 못했단 겁니다. 전문가들은 정부 내 ‘일본통’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권철현 전 대사는 “근래 중국이 부상하면서 대일 외교의 중요성이 너무 떨어져버렸다”면서 “지난 7~8년 사이 주일대사가 6명이나 바뀌었는데, 대일 외교가 제대로 이어졌을 거라 기대하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3. 높아진 일본의 경계심 - 한국 너무 크고 있다

시사저널이 만난 전문가들은 이번 수출규제의 이면에 한국을 향한 일본의 경계심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한국과 일본의 경제 격차가 좁혀진 데다, 최근 북미 관계를 둘러싼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급부상하는데 일본의 입지는 좁아지는 분위기가 연출되니까, 아베가 칼을 빼들었다는 겁니다.

우선 경제 규모 차이부터 보면, 세계은행과 한일경제협회, KOTIS 등에 따르면 1988년 일본의 GDP는 3조720억 달러로 한국보다 15.6배나 컸지만, 2008년에는 5배로 좁혀졌고, 지난해에는 3.1배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또 30년 전 19.8%에 달했던 대일본 수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5.2%까지 축소됐습니다. 우리 경제가 일본에 의존하는 정도가 많이 낮아진 겁니다. 이렇게 한국이 일본을 턱밑까지 쫓아오니까, 2000년대 중국에 동북아 패권을 뺏긴 일본이 한국에 마저 경제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발동했다는 거죠.

전문가들은 일본이 장기적이고 논리적으로 이번 규제 조치를 준비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한국과 일본의 경제 교류 규모가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고, 금융시장에서도 일본 자금이 빠지기 시작했으며, 강제징용 판결 전후로 일본과의 교역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유명환 전 대사는 “세계자유무역의 선도 국가로 불려온 일본이 ‘일본답지 않게’ 무리한 경제 보복을 한다는 건 적절성 여부를 떠나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4. 日 보복 현실화되면 韓 GDP 최대 8.5% 추락

그렇다면 일본의 경제 보복이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우선 일본은 아직까지 반도체 핵심 소재 3개에 대해서만 수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3개 소재의 일본 점유율은 70~90%에 이르는데다, 일본산을 대체할만한 제품이 없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 수출이 한국 경제의 30%를 떠받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타격이 상당할 거라 내다봅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악의 경우 GDP가 8.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자동차나 철강 등 다른 산업으로 확산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산업의 도미노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금융 규제까지 이어지면 우리 경제는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한국 기업에 제공한 일본 금융기관의 여신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586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한일 관계가 악화돼 한국에 대한 여신을 제한하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5. 일본산 불매 운동 효과 있나

정부에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들은 ‘일본산 불매 운동’으로 맞서고 있습니다.그런데 과연 효과가 있는 방법일까요?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효과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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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공급망을 붕괴시키겠다는 일본의 노림수가 있는 만큼 단순한 보복 제재나 불매운동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체계적인 조치를 통해 정밀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최은미 교수는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과 같은 대응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며 “정부가 좀 더 이성적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가깝지만 먼 나라’라는 일본. 우리는 언제쯤 좁혀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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