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前 의원, 숨진 채 발견…우울증 때문인 듯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6 18: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측근들 “최근 등산하며 극복 노력 해왔는데” “어젯밤만 해도 이상한 낌새 없었다”
생전 언론 인터뷰서 ‘4선 도전 실패 後 극단적 선택 시도’ 사실 털어놔
유튜브 '시사저널TV'에 출연했던 고(故) 정두언 전 의원 ⓒ 시사저널TV
유튜브 '시사저널TV'에 출연했던 고(故) 정두언 전 의원 ⓒ 시사저널TV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63)이 7월16일 별세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아파트 옆 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앞서 정 전 의원의 부인이 자택에 놓인 유서를 보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경기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2000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을 끝으로 20년간의 공직생활을 접고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 비서실장,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을 거치며 '이명박의 남자'로, 곧이어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으로 승승장구했다. 

선거 이력도 화려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을 뚫고 상대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서울 서대문을에서 당선돼 내리 3선을 했다. 

그가 탄탄대로만 걸은 건 아니다. 18대 국회 당시 이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위시한 '포항 인맥'과 대립하면서 먹구름이 찾아왔다. 여권 주류 측과 각을 세우던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혐의를 받았고, 급기야 2013년 1월25일 징역 1년과 추징금 1억40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까지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정 전 의원)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진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듬해 11월 정 전 의원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3선 국회의원으로 돌아와 새누리당 내 비주류 쇄신파를 이끌었다. 하지만 당내 입지가 줄어든 정 전 의원에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끝내 4선 도전에 실패한 뒤 정 전 의원은 극심한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2018년 2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기다리는 건 배신이었다. '이제 정두언은 끝났구나' 생각했던 사람들이 등을 돌렸다. 평온이 깨지고 분노와 증오가 서서히 생겨났다"고 출소 후를 회상했다. 

이어 급성 우울증을 앓고 한 차례 자살 시도한 사실을 털어놓으며 정 전 의원은 이렇게 밝혔다. "힘든 일이 한꺼번에 찾아오니까 정말로 힘들더라고. 목을 맸으니까. … 인간이 본디 욕심덩어리인데, 그 모든 바람이 다 수포로 돌아갈 때, 그래서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없겠구나' 생각이 들 때, 삶의 의미도 사라진다. 내가 이 세상에서 의미 없는 존재가 되는 거다. … 사실 (2016년 총선) 낙선 자체는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내 잘못이 아니었잖나. 친박의 행태와 국정농단으로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으니 (보수당이) 잘 될 리 없었다. 문제는 낙선 뒤였다. 고통에서 피하려면 죽는 수밖에 없으니 자살을 택한 거야. 14층 건물에 불이 나서 불길에 갇힌 사람이 뛰어 내리는 거나 비슷하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병원을 찾았다. 그냥 있으면 또다시 스스로 해칠 것 같아서." 

숱한 파고를 견뎌낸 정 전 의원은 최근 활발히 방송 활동을 하고 일식집을 운영하는 등 인생 2막을 열어가는 중이었다. 시사저널과도 인연이 깊었다. 시사저널 유튜브 채널인 '시사저널TV'에서 간판 프로그램인 '시사끝짱'에 출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가 사망 직전까지도 방송, 사석 등에서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였기에 갑작스런 부음이 더욱 황망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다. 

정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어젯밤에도 함께 술을 마시며 여러 얘기를 나눴다. 이상한 낌새를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몇 시간씩 등산을 하는 등 나름대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참 안타깝다"고 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