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수영대회, 잇단 악재에 ‘곤혹’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이경재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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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대신 ‘테이프’ 붙인 유니폼 개최국 망신
女수구선수 ‘몰카’ 찍은 日 관람객 추문 ‘찬물’
썰렁한 관중석, 커다란 ‘흠’…조직위 ‘전전긍긍’

‘평화의 물결로’를 선포하고 개막한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다. 세계수영선수권은 동·하계올림픽,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세계 5대 메가스포츠로 꼽힌다는 점에서 뜻깊은 대회다. 역대 최대 규모로 193개국 선수·임원 등 7758명이 참가했다. 12일 개회식에서 보여준 세계의 물 합수식은 ‘평화와 경쟁’의 물결이 요동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대회 전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입장권 판매율과 대회 준비 소홀, 교통난, 그리고 테러 발생 우려는 지금까진 기우에 불과하다. 경기진행도 비교적 매끄럽다. 광주시민과 유관기관들의 전폭적인 협조와 대회조직위원회의 열의가 순조로운 대회 진행에 한몫했다. 

 

몰카·유니폼 논란…대회 이미지 먹칠

지난 7월 14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전에서 테이프로 특정 상표를 가린 상의를 입은 우하람이 입장하고 있다(왼쪽). 국가대표 유니폼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15일 우하람이 임시방편으로 국가명을 붙인 상의를 입고 10m 싱크로나이즈드 결승전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4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전에서 테이프로 특정 상표를 가린 상의를 입은 우하람이 입장하고 있다(왼쪽). 국가대표 유니폼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15일 우하람이 임시방편으로 국가명을 붙인 상의를 입고 10m 싱크로나이즈드 결승전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후한 점수에도 불구하고 대회조직위원회는 잇단 악재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 이미지 훼손 등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조직위원회의 소관은 아니지만 대회 초반부터 몰카 사건과 유니폼 논란에 휩싸이는 등 연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관중 동원 실패로 인한 텅 빈 경기장의 초라한 분위기가 우려된다. 이에 애초 입장권 판매 호조에 힘입어 한숨 돌렸던 조직위원회도 개막이후 관중 동원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우선 대회 개막 직전까지 잔뜩 기대했던 북한선수단의 참가가 끝내 무산되면서 초장부터 김이 샜다. 이어 대회 개막 이틀 뒤인 14일 오전 11시경 광주 광산구 남부대에 마련된 수구 연습경기장에서 한 일본 남성 관람객이 카메라로 몰래 준비 운동을 했던 여자 수구 선수들의 신체를 찍다가 다른 외국인의 신고로 검거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본인은 성적 의도는 없었고 다만 연습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경찰서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대회 이미지 훼손은 물론 세계 5대 대회를 광주에서 열었다는 시민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줬다. 

수영연맹의 고질적인 무능행정으로 한국 국가대표팀이 참가국 중 유일하게 선수단복을 마련하지 못하고 대회에 참여하는 일도 발생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브랜드 로고를 테이프로 가린 일반 판매용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대한수영연맹의 늑장 행정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당초 수영연맹은 스폰서 브랜드계약을 A사에서 다른 회사로 바꾸기로 의결까지 했다. 그러나 집행부 일부에서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 결국 6개월을 허송세월하다 2019년 7월 초 다시 A사와 계약했다. 

 

무능한 수영연맹 ‘국제적 망신살’

하지만 10여일의 기간으로는 단복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결국 수영연맹은 일반인들에게 판매되는 이 회사 의류를 급하게 구해 선수단에 지급했다. 일부 선수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유니폼의 특정 브랜드 로고를 가려서 입고 있었다. 나중에 A사의 재고 물품을 지급받은 선수들도 초창기에는 ‘KOREA’ 글자가 찍히지 않은 유니폼을 받기도 했다.

국가대표가 ‘KOREA’ 유니폼을 입지 못한 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일부 선수들은 테이프 위에 매직으로 ‘KOREA’를 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의류에 있는 A사 로고가 국제수영연맹(FINA) 광고 규정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맹은 부랴부랴 로고 자리에 천을 덧대고 그 위에 ‘KOREA’를 새긴 유니폼을 15일 선수단에 지급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잘 준비된 유니폼 대신 급하게 준비한 기성품에, ‘KOREA’를 임시로 새긴 유니폼을 입고 폐회식까지 치러야 한다.   

썰렁한 경기장이 많다는 점도 커다란 ‘흠’이다. 이번 광주대회는 입장권이 개막 전 사실상 완판될 정도로 일찌감치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입장권 판매율은 88.7%(32만7452매)로 판매 목표액인 75억원을 초과해 77억3100만원을 달성했다. 이처럼 개막을 앞두고 순조로운 입장권 판매율을 보이자 조직위원회는 흥행을 자신했다. 하지만 관중들이 경기를 실제로 관람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였다. 특히 관중 편향 현상이 두드러져 밤늦은 시간이나 비인기 종목, 우리나라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 일부 경기는 ‘선수보다 관중이 적은 현상’까지 나타났다. 

주말이 지나고 평일을 맞은 15일. 경기장은 세계대회가 열리는 곳이라 믿겨지지 않을 만큼 한적했다. 이날 오후 8시45분에 시작한 다이빙 남자 10m 플랫폼 싱크로나이즈드 결승이 열린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은 눈으로도 관객을 셀 수 있을 만큼 적었다. 오후 늦게 열린 다른 경기장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마저도 곳곳에 자리한 관객은 광주 시민서포터즈, 카메라 기자, 대회 AD카드를 착용한 관계자가 대부분이었다. 조직위는 세계 정상급 스타들이 출격하는 경영 일정(21일)에 돌입하면 많은 관중이 자리를 지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입장권은 샀지만 경기장은 안가" 노쇼 현상에 골머리

'텅빈'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 ⓒ시사저널 정성환
'텅빈'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 수구경기장 ⓒ시사저널 정성환

입장권을 구입한 뒤 실제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조직위원회가 집계한 종목별 입장률은 다이빙 88.19%(6484장 판매·5718명 입장), 아티스틱 84.97%(5421장 판매·4606명 입장), 수구 80.69%(3288장 판매·2653명 입장)를 기록했지만 실제 관중석은 빈자리가 많았다. 이를 두고 타 지자체나 공공기관, 단체 등의 품앗이 입장권 구매나 강제 할당 판매가 많았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 경기장 빈 좌석 상당 부분을 시민서포터즈가 채워 일부에선 ‘서포터즈대회’라고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대회 조직위원장인 이용섭 광주시장은 16일 광주 남부대 주경기장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애써 준비하고 노력했지만 함께 참여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행사의 의미가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제행사라면 더욱 그렇다”며 보다 적극적인 응원과 관람 대책을 강조했다. 

이번 대회 역시 대규모 스포츠대회의 ‘단골손님’인 학생들이 대거 관람하고 있다. 대회 기간 동안 광주에선 초·중·고 89개교 1만8336명, 전남에선 53개교 4528명이 수영대회장 관람을 예약했다. 광주시교육청은 3월 초에 2억9000만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다이빙 등 모든 종목에 대해 학생 현장체험학습용 경기관람 입장권을 일괄 예매했다. 학생들이 관람을 위해 이용할 버스만 380대에 달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는 28일까지 2만명에 가까운 광주 학생들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체험학습으로 관람한다"고 했다. 16일에는 광주 학생 4959명이 대거 경기장을 찾아 다이빙, 수구, 아티스틱 경기를 관람했다. 

그러나 ”세계수영대회를 관람한 것은 소중한 체험학습”이라는 견해와 “학생들에게 집단 응원이 강요됐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와 공무원 인력 부족으로 대회 운영에도 애를 먹고 있다. 광주시가 2013년, 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유치의향서 내의 국무총리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서명을 위조한 사건의 불똥이 튄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정부의 예산지원이 대폭 줄어든데다, 광주시의 낮은 재정자립도로 인해 큰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자원봉사자 및 공무원들은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당시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근무여건에서 일하고 있다. 대회 유치과정에서의 추문은 공정성과 정정당당의 스포츠정신과 견줘 광주가 뼈져리게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12일 개막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오는 28일 폐회식까지 17일 동안 열린다. 하지만 지방으로선 비인기종목인 국제수영대회 개최로 관중 동원에 집중도 모자라는 판에 돌발 악재의 늪에 빠지게 된다면 대회 성공개최를 위한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 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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