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땅은 거짓말 안 한다’는 신화, 계속될까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3 10:00
  • 호수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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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 부동산 지난 8개월간 하락세…더 큰 2차 하락세 올 수도

부동산은 뼈대가 되는 논리를 하나 세운 후 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한국 부동산의 중심 논리는 무엇일까?

짧게 보면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1960년대 중반 이후, 길게 보면 해방 이후부터 한국 부동산을 지배해 왔던 생각은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였다. 잘 샀느냐 못 샀느냐는 짧은 기간에나 해당된 문제일 뿐 시간이 지나면 항상 부동산은 이익을 남겨줬다. 지역도 상관없었다. 오지에 땅을 산 사람이 강남만큼 오르지 않아 배 아프긴 했어도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온 게 ‘말죽거리 10만 평’의 신화다. 강남이 본격 개발되기 전 사업을 하던 사람이 물건을 내줬는데 돈을 받지 못했다. 돈을 달라고 조르자 ‘사정이 좋지 않아 그러니 돈 말고 말죽거리에 있는 땅을 대신 가져가면 안 되겠냐’고 제안했다. 며칠 생각하다가 내가 땅 가지고 뭐 하랴 싶어 거절했더니 물건을 가져간 사람이 망해서 돈도 땅도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때 두 눈 질끈 감고 말죽거리, 지금 양재동에 있는 땅 10만 평을 받았으면 국내 몇 대 부자가 됐을 텐데. 옛날에 사업하던 양반들 사이에 널리 퍼졌던 얘기지만 거절한 사람을 실제 봤다는 이가 없으니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값이 34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자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등 강력한 억제 정책 수단을 쓸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서울 아파트 값이 34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자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등 강력한 억제 정책 수단을 쓸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금리만 우호적, 경기와 소득은 부정적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아파트 가격 상승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이 전주에 비해 0.02% 올라 작년 11월 이후 34주 만에 상승을 기록했다.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가격은 경기와 금리 그리고 소득에 의해 결정된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경기가 좋지 않다. 6월 이후 ‘경제 위기’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하루에 100건이 넘는 기사가 나올 정도다. 언론이 과대 포장한 경향이 있지만 그런 기사들이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먹힐 정도로 경제가 좋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 없다. 지금 사정이 좋지 않아도 앞으로 경제가 좋아져 소득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만 집값이 오를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골치 아픈 부분은 소득이다. KB금융 조사에 따르면 작년 말 강남 3구에서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가진 사람이 4만3000명 정도 된다. 상세한 통계가 나오지 않아 추정해 볼 수밖에 없는데 20억원 이상 보유자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1만5000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예금과 주식, 보험 모두를 모아도 반포에 있는 30평짜리 고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태에서는 정부가 대출을 강하게 억제할 경우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집을 살 돈이 없기 때문이다.

기대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 금리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겠다고 얘기한 후 한국 금리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국채 3년물 금리가 1.4% 부근까지 내려온 상태다. 돈을 빌려 집을 사는 데 문제가 없다. 긍정적인 흐름인 게 분명하지만 아무리 금리가 낮아도 다른 부분이 시원치 않으면 금리가 힘을 쓸 수 없다. 정부가 대출을 강하게 묶을 경우 낮은 금리가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부동산도 다른 선진국과 발맞춰 상승과 하락을 같이 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유동성을 공급하는 패턴이 나라별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올해 1월, 영국은 작년 4분기에 피크를 친 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연준이 다시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변화의 기미를 찾을 수 없다. 가격에 대한 부담이 국내외 부동산 모두를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아파트 가격은 2010년부터 3년 동안 하락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당시 강남 아파트가 평균 10% 정도 떨어졌는데 이 하락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전에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적은 있지만 모두가 외환위기나 미국의 금융위기 같은 위기 상황일 때였다. 2010년은 정상적인 경제 상태에서 강남 아파트 가격이 처음 하락했는데 가격이 높으면 떨어진다는 원리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한 번 깨졌기 때문에 이런 흐름은 앞으로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상승이 됐든 하락이 됐든 가격 움직임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중간에 수차례 반등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큰 상승을 경험할수록 사람들이 가격이 계속 오를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전후 부동산 가격도 그랬다. 2007년 1월에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해 9월까지 2.2% 하락했다. 그리고 금융위기 직전 다시 최고치 부근까지 상승했다. 1차 하락과 반등이었다.

진짜 하락은 금융위기가 끝난 2010년에 시작됐다. 당시 한국 경제는 금융위기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금리까지 내리는 중이어서 부동산 시장에 우호적이었지만 하락을 막지 못했다. 만약 과거 패턴이 다시 나타난다면 올해 6월까지 하락은 1차에 해당한다. 지금은 중간 반등이 진행 중이고 시간이 지나 2차 하락이 올 수 있다. 모든 하락 중에서 2차 하락이 가장 크고 빠르기 때문에 이는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맞서지 말아야

오래전에 일본 신문사 경제부 기자를 만난 적이 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우연히 부동산이 화제에 올랐다. 한국 사람들에게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있으니 난리야 나겠냐고 했더니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사람들이 부동산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믿느냐는 의문이었다. 이런 얘기를 해 줬던 기억이 난다. ‘불패 신화’는 당신들이 만든 거라고.

정부는 힘을 가지고 있다. 부동산이 정말 큰 사회적 문제가 된다고 판단하면 시장을 질식시킬 정도의 정책도 내놓을 수 있다. ‘토지 공개념’ ‘기업의 비(非)업무용 토지 강제 매각’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얘기하겠지만 실제 한국에서 나왔던 정책들이다. 그것도 보수정권에서. 정부가 마음먹고 나설 때 거기에 맞서지 않는 게 좋다.

‘인구가 줄어드는데 과연 부동산이 안전할까?’ 앞으로 부동산 시장을 지배할 새로운 개념이다. 이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일본의 사례가 인용된다. 1990년 정점 이후 일본 부동산이 일부 지역에서 70% 가까이 떨어질 정도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이런 부동산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은 인구 감소였다는 것이다. 새로운 개념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부동산 시장이 힘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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