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회장 성폭행 피해자 “제발 엄벌해 달라”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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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자녀, 청와대 청원 통해 “김 전 회장 측이 합의 종용했다” 주장

옛 동부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지난해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자신을 피해자의 자녀라고 밝힌 A씨가 김 전 회장을 법정에 세워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렸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 연합뉴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 연합뉴스

지난 7월16일 올라온 이 글은 17일 오전 11시20분 현재 3397명의 서명을 받았다. A씨는 이 글에서 자신의 어머니이자 이번 사건의 성폭행 피해자인 B씨가 김 전 회장 자택에서 가사도우미로 일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김 전 회장의 범행 내용 및 이후 대응 과정 등을 밝혔다. 

A씨는 “고발 이후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인 가해자와 수사기관의 미적지근한 대응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언론보도와 함께 이렇게 청원을 올리게 되었다”며 글을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도 귀국하지 않으며 경찰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A씨는 “어머니는 이혼 이후 자식 둘을 오롯이 혼자 떠안으시며 건강은 물론 경제 상황까지 나빠졌다”며 “더 나은 일자리를 찾던 중 생활정보지에서 우연히 가사도우미를 구하는 광고를 접한 후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머니는 힘들다면서 말없이 흐느끼시기도 했지만, 자신은 ‘조금만 참아달라’고 말했다”면서 “그때 눈치 채지 못한 제가 죄인이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처음부터 노골적이진 않았다. A씨는 “기분 나쁜 성추행 행동들이 있었지만 어머니가 차가운 눈빛을 하면 ‘아이쿠! 미안해!’라며 얼버무렸다”라며 “이런 일들을 관리인에게 울면서 말하기도 했으나 워낙 회장님이 서민적이고 장난을 좋아해서 그렇지 나쁜 의도는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라고 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 청와대 홈페이지

하지만 김 전 회장의 성추행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는 “수개월 동안 외국에 다녀온 김 전 회장은 일본의 음란물 비디오와 책을 구입해 왔고 고용인을 시켜 TV에 음란물을 볼 수 있게 장치해 시청했다”라며 “어머니가 일을 하고 있어도 거림낌 없이 음란물을 보려고 TV를 틀려고 해서 어머니는 밖에 나가 있다 들어오기도 했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김 전 회장이 어머니에게 음란물 내용을 말하기도 하고 내용이 어떤 것이 좋았다는 등 소리를 늘어놓기도 해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성적인 도착증이 매우 심해보였다”며 “‘(김 전 회장이) 유부녀들이 제일 원하는 게 뭔지 알아? 강간 당하는 걸 제일 원하는 거야’라며 사회지도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여성관을 담은 말을 하기도 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결국 추행과 함께 수위를 더해 거듭하다 김 전 회장은 차마 제 손으로 적을 수 없는 그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라고 말해 성폭행이 있었다는 점을 암시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의 범행은 그 후 수 회에 거듭해 일어났고 어머니는 그 환경에서 자포자기의 상태가 됐다”며 “어머니가 몸이 편찮으셔서 힘들어 하는데 김 전 회장이 벌겋게 달아오른 눈을 하고 다가와 당장 그만두겠다고 소리를 치고 그 집을 나오셨다”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김 전 회장 측은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차례 합의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DB그룹 측은 김 전 회장이 퇴임하고 미국에 있어 자신들은 소재를 알 수도 없고 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발뺌하고 있다”면서 “어머니는 그 집에서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고발당하면 끝이지만, 경제인들은 그냥 잊혀질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A씨는 “저희 가족이 바라는 것은 단 한가지다. 저희 가족의 일상을 파괴한 김 전 회장이 본인 말대로 그렇게 떳떳하다면 합의하자는 말 하지 말고 즉시 귀국해 수사 받고 법정에 서는 일”이라며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의 수사기관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김 전 회장을 체포해주셨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7년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회장직에서 물러난 김 전 회장은 올해 1월 가사도우미 B씨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해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경찰은 비서 성추행, 가사도우미 성폭행 사건 모두를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으며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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