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바이킹 시긴호를 떠나게 했나 조사해라”
  • 헝가리 부다페스트=클레어 함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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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야당 정부 질타…‘예견된 참사’ 지적 잇따라

허블레아니호 침몰 44일 만인 지난 7월12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선 헝가리 선장 롬보쉬 라슬로와 선원 페퇴 야노쉬를 추모하는 선상 장례식이 다뉴브강에서 열렸다. 15척의 선박들이 무리를 지어 십자가 대형을 만들기도 했고, 예포와 함께 선원 야노쉬를 화장한 재가 다뉴브강에 뿌려졌다. 이날 장례식엔 한국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음악이 선상에서 연주됐고, 수많은 추모객들이 다뉴브강 위로 화환과 꽃잎을 던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현재도 진행 중인 합동수색팀의 유해수습 작업의 성과로, 유람선에 탑승했던 33명의 한국인 중 실종자 1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생사는 확인된 셈이다.

그간 성공적인 인양작업과 유해수습에 비해, 가해 혐의의 바이킹 시긴호와 선장에 대한 헝가리 정부의 현 대응에 대해선 현지에서도 반감이 지배적이다. 6월17일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헝가리대화당의 티메아 서보 원내대표는 이번 사고는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빅터 오르반 총리의 무책임함 때문에 일어났다”고 공격하며 현 정부의 대응을 질타했다. 서보 원내대표는 헝가리관광공사와 바이킹 크루즈사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총리의 딸인 “라헬 오르반은 헝가리관광공사를 이끌고 있고, 바이킹 크루즈사에 절반의 영업수입을 보장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도 더 많은 수익창출을 위해 더 큰 혼돈을 야기할 것”이라며 “다뉴브강의 비극은 이미 예견됐고, 실제로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장 월급이 뻔한데, 도대체 보석금 6000여만원이어디서 났겠느냐”며 강한 의구심을 표했고, “더 심각한 것은 이 선박이 헝가리 국경을 떠나게 허용한 것으로 이로 인해 모든 물증이 사라졌다”고 거센 질의를 이어갔다. 그는 “누가 이 선박을 떠나게 했나. 총리는 이 결정에 동의했느냐”며 “이 의혹에 대한 조사” 여부와 “(이미 포화상태인) 다뉴브강 선박규정을 변경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허블레아니호의 헝가리 선장과 선원 장례식이 열린 7월12일 한 애도객이 조화를 흩뿌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허블레아니호의 헝가리 선장과 선원 장례식이 열린 7월12일 한 애도객이 조화를 흩뿌리고 있다. ⓒ 연합뉴스

다뉴브강 교통량 무려 89%나 증가

서보 원내대표의 지적처럼,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는 이미 사건 초기부터 선장들의 개인적인 과실 이외에도, 이미 예견된 시스템상 오류라는 주장이 현지 언론과 전 세계 주요 외신에 다수 보도됐다. 특히 헝가리 정부의 허술한 안전관리에 대해 전문가들과 현지 및 해외언론의 지적이 많다.

사고 다음 날인 5월30일, 프랑스24 방송은 AFP 취재를 인용하며, 다뉴브강을 운항하는 선박 교통량의 과다와 선박 간 언어장벽으로 소통에 어려움이 많다고 주장한 선원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또한 영국 BBC 뉴스는 ‘예견된 사고’라는 타이틀의 기사에서 최근 부다페스트의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다뉴브강의 교통량도 급증했다며, 27년간 대형 크루즈선박의 승무원으로 근무해 온 안드라스 쿠르벨리의 주장을 인용했다. 그는 “자신과 다른 동료들도 오랫동안 예견해 왔던 사고”라며 “훨씬 강력한 대형 선박이 작은 선박이 많이 다니는 지역을 동시에 운항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비선장 교육을 담당하는 다비드 세케레스 선장도 이런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다뉴브강은 너무 혼잡하다”며 “이렇게 큰 호텔선박이 (다뉴브강) 투어를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야경투어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부다페스트 지역은 지도상 부두다리(Jetty)의 부재나 항해표지판의 위치 오류로 항해가 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모두가 선장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2013년, 20피트 미만의 보트 자격증 취득 과정이 용이해진 사실을 지적했다.  ‘부다페스트 유람선 참사 이전, 안전경고는 무시됐다’는 제목의 특집 리포트를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6월11일자 기사에서 아래와 같이 일부 주요 보고서를 인용했다. 1) 부다페스트시에서 위탁했던 개발연구서(‘2013 development study’)에선 “호텔크루즈선박의 증가는 다뉴브강의 혼잡을 포함, 수많은 긴장의 순간을 유발했다”고 경고했다. 2) 부다페스트교통청은 올해 “부다페스트 지역의 다뉴브강을 운행하는 관광산업 선박들과 전문선박 간의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3) 유럽위원회가 재정지원으로 공동참여하고 2018년 4월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에서 측정한 다뉴브강 교통량은 2002~17년에 비해 무려 89%나 증가했고, 크루즈선박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헝가리 정부, 안전보다 이윤 추구 앞세워

뉴욕타임스는 헝가리 정부 관계자들이 이미 부다페스트 지역의 수상 교통량이 위험한 수준으로 급증했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시민의 안전보다 이윤 추구 및 정치적 계산을 앞세웠다고 지적했다. 또 “교통량 과다에 대해 시정부가 이미 경고를 받았으나 수익성 높은 사업이기 때문에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한 가보르 뎀스키 전 부다페스트 시장의 발언도 보도했다.  또한 ‘헝가리 국제투명성기구’의 미클로스 리게티 법무실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당국이 경제적 고려를 앞세운 나머지, 다뉴브강의 호텔크루즈선박 증가에 대한 전문가의 우려와 경고를 무시해 이런 참사를 초래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며 “만약 이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검찰은 이런 심각한 업무상 과실과 태만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헝가리 언론 인덱스도 해양업계의 페북그룹에선 ‘이런 비극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사고 다음 날인 5월30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선박업계의 소식통을 인용하며, 2주 전 두 척의 호텔크루즈선이 페토피(Petfi) 다리 근처에서 충돌할 뻔한 사실을 제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문제의 뿌리는 소형 유람선들 외에도, 여행사의 압력으로 인해, 4~5년 전부터 대형 호텔크루즈선들이 이런 야경투어를 하기 시작했고, 점차 유행처럼 번졌다며, (안전을 고려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그의 주장을 전했다. 또한 지난 9년간 헝가리에서 선박 사고가 많이 발생했는데 2010년도에는 38건이 등록된 최악의 해였다고 전했다. 아울러 체코와 폴란드는 사고율이 헝가리에 비해 더 적었고, 루마니아는 2013년에만 81건의 사고가 등록되는 등 더 열악하다며 주변국의 상황도 전했다. 

앞으로 자세한 사고 경위 조사와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다뉴브강의 근본적 문제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의 이런 지적들이 합당하고 현실적이라면 한국 정부와 유럽연합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헝가리 정부를 압박해야 할 것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많은 인명과 함께 선박이 참혹하게 침몰했다. 허블레아니 유람선 참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헝가리와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큰 숙제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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