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보다 무서운 당뇨합병증을 막으려면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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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검사가 제일 중요…생활습관 조절하며 꾸준히 운동해야

‘당뇨는 있지만 합병증은 없다.’ 이는 장수인의 공통점 중 하나다. 당뇨에 걸려도 당뇨합병증만 없으면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합병증 위험 때문에 당뇨를 ‘21세기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라고 표현한 의사도 있다. 세계적으로 10초마다 1명이 당뇨로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다. 국내에서도 당뇨는 암과 심혈관질환에 이어 사망 원인 3위다.

게다가 당뇨합병증 증가 속도도 빠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006년 약 162만 명이던 당뇨 환자가 2010년 약 201만 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뇨합병증인 말초순환장애 환자는 약 17만 명에서 약 27만 명으로 늘었다. 연간 당뇨 환자가 5.5%씩 늘어나는 동안 당뇨합병증 환자는 12.5%씩 증가한 것이다. 당뇨합병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당뇨보다 당뇨합병증이 무섭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왔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가장 위협적인 합병증 심혈관질환·뇌졸중

만성적인 당뇨합병증은 크게 혈관 합병증과 신경 합병증이 있다. 혈관 합병증은 뇌혈관, 심장혈관, 신장혈관, 말초혈관에 문제를 일으켜 생명을 위협한다. 신경 합병증은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당뇨합병증은 수십 가지가 있지만 가장 위협적인 것은 6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심혈관질환이 가장 심각하다. 당뇨 환자의 사망 원인 1위가 심혈관질환(협심증·심근경색)이다. 당뇨 자체가 심혈관질환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다. 당뇨가 있다는 이유로 심혈관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당뇨 환자에게는 고혈압도 잘 나타난다. 45세 당뇨 환자의 40%, 75세 당뇨 환자의 60%가 고혈압이 있다. 고혈압도 그 자체가 심혈관질환을 일으킨다. 이문규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심혈관질환은 당뇨 환자의 사망 원인 가운데 약 50%를 차지하며, 당뇨 환자의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은 일반인보다 2~4배 높다”고 설명했다.

혈당이 당뇨 수준은 아니지만 정상보다 높은 경우가 있다. 이를 전당뇨(Prediabetes)라고 한다. 전당뇨 상태에서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에모리대학 의대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1988년부터 2014년까지 2만7971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전당뇨에 해당하는 사람의 37%가 고혈압, 51%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지혈증으로 나타났다. 혈당이 정상치를 벗어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도사리는 셈이다. 일부 의사는 혈당 조절(당뇨 치료)의 목표가 심혈관질환 예방이라고 강조할 정도다. 의사들은 특히 흉통이 있는 사람이나 그런 증상은 없더라도 고위험군으로 판정받은 사람은 심혈관질환 검사(운동부하검사나 초음파검사 등)를 받으라고 권고한다.

발생 빈도는 심혈관질환에 못 미치지만, 뇌졸중도 치명적인 당뇨합병증이다. 혈당으로 뇌혈관이 망가지고 혈액에도 끈끈한 찌꺼기가 엉겨 붙는다. 혈액이 뇌세포에 영양과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심지어 끈끈한 혈액 찌꺼기가 뇌혈관을 막는 뇌경색으로 생명이 위급해진다. 한쪽 팔과 다리에 마비 증세가 나타나거나 어지러움, 답답함, 호흡곤란 등 전형적인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작은 상처로 시작해 발이 썩어가는 당뇨발

세계적으로 다리를 절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당뇨발(족부 궤양)이다. 국내에서 당뇨 환자 4명 중 1명은 당뇨발을 경험하며, 해마다 10만 명 이상이 당뇨발로 발을 절단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혈당으로 망가진 말초혈관에 피가 돌지 않고, 혈관 속 당이 신경세포를 파괴해 발의 감각이 사라진다. 발에 작은 상처가 나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발의 상처나 무좀이 생겨 피부가 갈라진 틈으로 세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혈액이 잘 돌지 않으므로 발에 생긴 상처가 잘 아물지도 않는다. 상처를 통해 세균에 감염되면 급격히 악화하면서 발이 까맣게 썩는다.

또 당뇨 환자는 시력이 나빠지는데, 발톱을 깎다가 피부에 상처를 내기도 하며, 감각이 둔해진 발을 목욕할 때 뜨거운 물에 담가 화상을 입는 일도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모든 당뇨 환자는 정기적으로 발 검사를 받는다. 감각에 이상은 없는지, 혈액순환은 잘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당뇨 환자는 항상 발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작은 상처는 물론 물집, 굳은살, 무좀도 반드시 치료받아 당뇨발을 예방해야 한다.

 

성인 실명 원인 1위 당뇨망막병증

25세 이상 성인의 실명 원인 1위가 당뇨망막병증이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로 안구의 가장 안쪽에 있는 망막(사진기의 필름에 해당하는 얇은 신경조직)에 생기는 합병증이다. 망막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미세혈관의 혈액순환 장애로 생기는 병이다.

당뇨 환자의 2%가량이 이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는다. 최초 당뇨를 진단받을 때 환자의 80%는 이미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된 상태다. 심지어 당뇨합병증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환자 수가 2008년 약 23만 명에서 2012년 약 31만 명으로 늘었다. 당뇨가 오래될수록 당뇨망막병증의 발병률은 높아진다. 발병 비율은 당뇨 기간이 10년 이내 6%, 10~14년 26%, 15년 이상에선 63%다.

망막이 손상되면 시력이 나빠지고 심하면 시력을 잃기도 한다. 이를 방치하다가 시력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증상이 악화돼 회복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모든 당뇨 환자가 시력을 잃는 것은 아니다. 예방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그 방법은 혈당 조절과 정기적인 눈 검사다. 당뇨 진단을 받은 해부터 해마다 1회 이상, 증상이 있다면 최소 3~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신장에 생기는 합병증 콩팥병

신장을 구성하는 기관 중에 사구체라는 모세혈관 덩어리가 있다. 이는 혈액 내 노폐물을 걸러 소변을 만드는 ‘혈액 여과기’ 역할을 한다. 혈당이 높아지면 사구체가 손상된다. 결국 사구체는 혈액을 여과하지 못해 단백질(알부민)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단백뇨가 생긴다. 이 상태가 되면 소변의 양이 많아지고 거품이 생기며, 다리가 붓고 혈압이 오르며, 어지러움과 피로감을 느낀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결국 신장 기능이 떨어져 혈액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하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당뇨병성 콩팥병은 당뇨 환자 5%에서 생긴다. 문제는 서서히 진행되므로 초기에 잘 잡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뇨 진단 후 대략 15년이 지나야 단백뇨를 통해 당뇨병성 콩팥병을 발견한다. 따라서 당뇨 초기부터 매년 소변검사(단백뇨검사)로 점검해야 한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신경병증

당뇨 초기에 잘 생기는 합병증으로는 신경병증이 있다. 몸 안의 모든 신경에서 이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발바닥에 이 합병증이 오면 발바닥이 저릿저릿하고 화끈거리며 심하면 감각이 없어진다. 이런 증상은 발끝에서 발목으로 점차 올라오며 특히 밤에 통증이 심해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위와 장의 자율신경계에 신경병증이 생기면 속이 더부룩하고 구토·변비·설사 증세가 나타난다. 방광이나 직장에 신경병증이 오면 요실금·변실금이 생긴다. 이 합병증은 남성의 성 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발기가 안 되거나 정액이 요도를 통해 사출되지 않고 거꾸로 방광으로 들어가는 현상(역행성 사정)도 생긴다. 신경병증 증상은 혈당을 잘 조절하면 호전된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감각신경, 운동신경, 자율신경검사를 받는 게 좋다.

 

당뇨합병증 예방하려면 1년마다 합병증 검사

6가지 당뇨합병증 예방법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게 정기적인 검사다. 의사들은 당뇨합병증 예방 1순위로 정기적인 검사를 꼽는다. 이들 합병증은 일단 발병하면 치료가 어려우므로 미리 발견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당뇨 진단 당시 이미 환자의 5~10%가 합병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뇨 판정과 동시에 각종 합병증 검사를 받고 이후 1년마다 합병증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 자신을 담당하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눈의 당뇨망막병증 유무를 확인하고(안저검사), 말초신경과 자율신경 손상 여부를 확인하고(말초신경 감각검사와 자율신경검사), 다리 혈관의 동맥경화 유무를 조기 진단하고(하지혈류검사), 당뇨병성 족부 병변의 원인이 되는 발의 비정상적 압력분포를 확인하고(족저압검사), 발의 미세혈액순환을 점검하는(피부산소포화도검사) 것이다.

그 외에도 당뇨 환자는 해마다 신장기능검사(미세알부민검사, 8시간 공복 후 소변검사, 혈청크레아티닌검사), 지질검사(총콜레스테롤, 좋은 콜레스테롤, 나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심전도, 흉부 X선 검사, 치과 검진 등을 받는 게 좋다.

 

유산소운동이 혈당 감소에 효과적

비만한 사람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정상인보다 40배 높을 정도로 비만과 당뇨병의 관계는 밀접하다. 당뇨병 환자 10명 중 5명은 과체중이다. 따라서 식사 습관 개선과 운동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게 당뇨합병증 예방의 기본 중 기본이다. 실제로 미국국립보건원은 2002년 식사 조절과 운동으로 체중을 줄였을 때 당뇨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1999~2001년 전당뇨 환자 3000명을 대상으로 생활습관 교정 그룹과 치료제 복용 그룹을 관찰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조절하고 일주일에 150분씩 운동해 체중을 감량한 생활습관 교정 그룹은 당뇨 위험이 58% 감소했다. 이는 약물치료보다 2배 이상 효과적이라는 결과다. 덤으로 체중,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도 떨어졌다.

일상에서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한 가지 방법은 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먹는 일이다. 예컨대 같은 밥이라도 흰밥과 찹쌀밥은 현미밥보다 당이 많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히포크라테스는 내 몸속에 100명의 의사가 있다고 했다. 내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당뇨 예방을 위해선 식사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과거엔 밥을 적게 먹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현재는 식사의 규칙성과 질을 중시한다. 제때 식사해야 인슐린이 일정하게 분비된다. 당뇨는 혈관질환과 관계가 있으므로 같은 칼로리의 음식이라도 포화지방보다 불포화지방 음식이 이롭다. 과일도 당지수가 낮은 게 좋다. 아연·구리·바나듐 등 미량 원소가 많은 식품을 권한다”며 “같은 과일이라도 감이나 수박보다 당지수가 낮은 딸기나 사과가 좋다. 미량 원소가 많은 식품으로는 굴이나 토마토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운동이 혈당을 낮춘다는 사실은 1919년부터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걷기, 달리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이 혈당 감소에 효과적이다. 의사들은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운동할 것을 권한다.

그러나 운동을 주 1~2회만 해도 혈당이 조절된다는 내용이 최근 보고됐다. 이상화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조금이라도 한 그룹의 혈당은 전혀 운동하지 않은 그룹보다 낮았다. 결론적으로 규칙적인 식사와 같은 생활습관 교정과 운동이 당뇨는 물론이고 합병증 예방의 첫걸음이다.

생활습관을 바꿔 혈당을 얼마나 낮춰야 하는지는 개인마다 다르다. 다만 당뇨 초기에는 정상 혈당에 가깝게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병 기간이 길고 합병증이 동반된 상태라면 의사와 상담한 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별적인 목표를 정하는 게 좋다.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 환자 모두에게 혈당 조절 목표를 일률적으로 정하진 않는다. 개인마다 나이, 유병 기간, 동반 질환, 합병증 유무와 진행 정도, 저혈당 인지능력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당뇨합병증 예방법 3가지

1 정기 검사(매년)

• 안저검사: 눈의 당뇨망막병증 확인

• 자율신경검사: 말초신경과 자율신경 손상 확인

• 하지혈류검사: 다리 혈관의 동맥경화 조기 진단

• 족저압검사: 발의 비정상적 압력분포 확인

• 피부산소포화도검사: 발의 미세혈액순환 확인

• 신장기능검사: 미세알부민검사, 8시간 공복 후 소변검사, 혈청크레아티닌검사

• 지질검사: 총콜레스테롤, 좋은 콜레스테롤, 나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확인

2 생활습관 교정

• 생활습관 교정으로 당뇨 위험 58% 감소

• 약물치료보다 2배 이상 효과적

• 규칙적인 시간에 식사

• 불포화지방, 미량 원소, 낮은 당지수 등 식사의 질

3 운동

• 걷기, 달리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 필수

•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운동 권장

• 최소 주 1~2회 운동도 혈당 조절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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