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선‧중앙 콕 집어 저격 “진정 국민 목소리인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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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혐한 부추기는 매국적 제목 누가 뽑았나”

청와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특정 언론사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7월17일 브리핑에서 두 신문의 일본어판 보도를 거론하며 “이게 진정 우리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전날 밤 페이스북에 “일본 내 혐한 감정의 고조를 부추기는 이런 매국적 제목을 뽑은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비난한 바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고 대변인은 이날 “지난 7월1일 시작된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 이후 정부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신중하게 한발 한발 내디디고 있다”며 “기업은 정부와 소통으로 어떤 여파가 있을지 단기적 대책부터 근본 대책까지 논의를 거듭하고 있고, 국민은 각자 자리에서 각자 방법으로 우려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정치권도 초당적 협력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7월4일 ‘일본의 한국 투자 1년 새 마이너스 40%, 요즘 한국기업과 접촉도 꺼려’라는 기사를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에 투자를 기대하나’로 원제목을 다른 제목으로 바꿔 일본어판 기사를 제공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가 ‘나는 선 상대는 악, 외교를 도덕화하면 아무것도 해결 못 해’(7월5일)라는 기사를 ‘도덕성과 선악의 이분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로, ‘국채보상·동학운동 1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청와대’(7월15일)를 ‘해결책 제시 않고 국민 반일감정에 불붙인 청와대’로도 바꿔 제공했다고 했다.

고 대변인은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수출규제가 시작되기 전인 5월7일에도 ‘우리는 얼마나 옹졸한가?‘란 한국어 제목 기사를, ‘한국인은 얼마나 편협한가’란 제목으로 바꿔 게재했다”며 “현재도 야후재팬 국제뉴스 면에는 중앙일보 칼럼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른다’, 조선일보 ‘수출규제, 외교의 장에 나와라’ ‘문통(문 대통령) 발언 다음 날 외교 사라진 한국’ 등이 2·3위에 올라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그만큼 많은 일본인이 한국 기사를 번역한 이런 기사로 한국 여론을 이해하고 있다”며 모두 각자 자리에서 지혜를 모으려고 하는 때에 무엇이 한국과 우리 국민을 위한 일인지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페이스북 캡처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페이스북 캡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지난 7월1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8회에 소개된 조선일보 및 중앙일보 일본판 제목이 바뀐 점을 들어 “혐한(嫌韓) 일본인의 조회를 유인하고 일본 내 혐한 감정의 고조를 부추기는 이런 매국적 제목을 뽑은 사람은 누구인가? 한국 본사 소속 사람인가? 아니면 일본 온라인 공급업체 사람인가? 어느 경우건 이런 제목 뽑기를 계속 할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어 “민정수석 이전에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명한다”며 “두 신문의 책임 있는 답변을 희망한다”고 적었다.

민정수석에 이어 대변인이 동시에 특정 언론사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청와대는 “조 수석이 페이스북에 올린 것은 개인 자격으로 올린 것이지 대변인 발언과는 연관이 없다”며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을 전달하는 일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는지 파악하는 일도 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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