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부동산 시장과 정부, 그 갈등의 역사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3 10:00
  • 호수 15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정→침체’ 국면 돌입 가능성…금융시장 전반 검토해 봐야

주말을 맞이한 강남의 부동산중개업소는 분주했다. “그 물건 아침에 나갔어요”라는 말에 아쉬움과 한숨이 나왔고, 그다음 물건은 “더 주셔야 할 것 같은데 물건이 없어요”라는 이야기에 탄식이 흘러나왔다.

한동안 잠잠하던 부동산 시장, 특히 강남의 아파트 시장이 상승세로 반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존 매물들은 가격을 조정하거나 거둬들여지고 있으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강남권 진입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수요자들은 평소라면 관심을 두지 않았을 매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바닥을 쳤다는 이야기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언급을 하면서 시장은 과연 정부가 정말 실시할 것인가, 할 경우 파급력은 어떨 것인가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상한제는 특정 물건의 가격이나 보유량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함으로써 특정인이 과도한 이익을 챙기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의 경우 상한제는 정부 수립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돼 온 주제였다. 농지의 경우 1949년 농지개혁에 따라 가구당 3ha 이상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한제를 실시했다. 1966년부터 기업농 육성을 이유로 상한제 폐지를 논의했으나 박정희 대통령의 수차례 추진 지시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반발로 인해 무산됐다. 이후 농업 경쟁력 강화 방안 논의 끝에 1994년부터 단계적으로 완화됐다가 2003년 폐기됐다. 1984년을 전후해서는 토지 소유 상한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1989년 6대 도시 택지 소유 상한제를 실시하게 됐다. 하지만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지면서 택지 소유 상한제는 폐지됐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강남 재건축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 시사저널 이종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강남 재건축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 시사저널 이종현

분양가 상한제는 효과적일까

공공이 아닌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를 대상으로 하는 상한제의 경우 1977년 저렴한 아파트의 공급과 물가 상승 억제, 사업자의 부당가격 방지를 목적으로 분양 가격 상한제를 시행했다. 1989년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고 원가 연동식 분양가 규제 제도가 도입됐으며, 1999년 전면 자율화됐다. 이후 2005년 부동산 시장 급등에 따라 다시 분양가 상한제가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소형주택을 대상으로 부활했으며, 2007년부터는 모든 공공주택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게 됐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2015년 4월 다시 분양가 상한제는 폐지됐다.

분양가 상한제의 효과는 뭘까.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지역에 아파트를 신규 분양할 경우 초과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기대이익을 챙겨가는 주체는 개인, 건설사(또는 시행사), 정부 등 3개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주변 가격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분양하도록 하는 상한제가 실시될 경우 3대 주체 가운데 분양받은 개인이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된다. 반면 가격 자율화가 시행되는 상황이라면 건설사는 주변 시세와 유사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소수의 사람이나 기업이 과도한 이익을 독점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 분양가 이외에 채권 구매 액수를 적어내 많은 채권을 구매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분양되도록 하는 채권 입찰제를 적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더 많은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돌아간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분양가 자체를 규제하는 상한제의 경우 초과이익을 분양받은 개인이 독점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분양받은 주택을 다시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전매제한 조치가 병행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사례를 볼 때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과열된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연이은 분양가 상승으로 시장 가격 자체가 올라가는 현상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기대 이익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한 시행사나 건설사가 공급을 감소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건설사가 무한정 사업을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재건축 및 재개발의 경우도 사업 지연으로 인한 비용 상승 우려로 수익률 저하를 감수하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므로 공급 감소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상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결정한다는 측면에서는 반시장적이며 합리적이지 않지만 투기적 수요에 의해 시장이 왜곡되는 상황에서는 일정 부분 부작용을 감내하고라도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공공부문의 공급 확대, 교통 및 생활여건 개선을 통한 수요 분산 등 기타 수단이 결합되지 않은 상한제의 경우 그 효과는 크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살펴봐야 할 ‘금융시장 변수’

분양가 상한제는 가격 상승에 의한 기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고, 기존 주택가격 안정화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2007년)에서 등장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될 경우 그 자체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기보다는 과도하게 부풀어 오른 시장이 외부의 영향으로 냉각되면서 시장이 안정화되는 경우에 효과를 거뒀다. 그럼 현재의 상황은 어떨까.

부동산 시장이 급등하는 경우 모든 정책을 가격 상승의 호재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상한제가 실시될 경우 공급이 감소해 주택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등장하며,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실시할 경우 신규 공급물량이 수요를 자극해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주장이 등장하는 식이다. 그렇지만 이런 논리는 금융시장을 포함한 외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

부동산은 수요·공급 외에 유동성이라는 축으로 움직인다. 1990년대 이후 진행된 세계화와 더불어 진행되는 유동성 확대는 전 세계 주요 국가 부동산 시장을 동조화시키고 있다. 최근까지 진행된 미국, 캐나다, 영국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 상승 역시 이런 경향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주요 국가들의 부동산 시장은 2017년 호주를 시작으로 하락세로 반전했으며 2018년 캐나다를 거쳐 현재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주택가격 실질지수는 최근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EU 재정위기 직전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주택시장 이외에 금융시장의 경우도 미국의 BBB등급 회사채는 1조 달러 이상으로 급등했으며, 자동차 구매대금 연체율은 2009년 수준에 이르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EU, 중국의 경우도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 여부와 관계없이 외부적 여건에 의해 부동산 시장은 안정을 넘어 침체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실시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아닌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검토와 분석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