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헛발질’에 빛바랜 삼진제약 오너일가 50년 동거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5 10:00
  • 호수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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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로 400억원대 추징금 부과…조의환·최승주 회장 공동경영 체제 뒷말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은 지난해 ‘하프센추리(Half-century)’ 클럽에 가입했다. 1968년 설립된 대한장기약품이 삼진제약의 모태다.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은 1972년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이후 50여 년간 두 창업주는 공동경영 형태로 회사를 이끌어왔는데, 대체적으로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창사 이래 한 번도 노사분규나 구조조정이 없었고, 웬만한 중소기업도 한 번쯤 휩싸일 법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삼진제약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삼진제약은 최근 4년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매출은 2600억원, 영업이익은 5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 영업이익은 26.6% 증가했다. 진통제인 ‘게보린’과 항혈전제 제네릭(화학의약품 복제약)인 ‘플래리스’ 등이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은 탓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과 게보린의 성분 부작용 논란 등으로 2010년대 초부터 실적이 크게 악화됐지만 위기를 잘 넘겼다”며 “2018년 기준으로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2.9%로 재계 평균인 5%를 크게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4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던 삼진제약의 실적 고공행진이 올해 들어 하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원 안은 공동 창업주인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왼쪽부터) ⓒ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최근 4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던 삼진제약의 실적 고공행진이 올해 들어 하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원 안은 공동 창업주인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왼쪽부터) ⓒ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주가 1년 만에 38% 폭락, 왜?

하지만 ‘고공행진’은 거기까지였다.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올해부터 주력 제품의 판매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올해 삼진제약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04억원과 581억원이다.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1년간 삼진제약의 주가는 4만6650원에서 2만8950원(7월17일 기준)으로 37.9%나 감소했다. 한양증권은 삼진제약의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 조정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 제네릭 품목인 플래리스의 매출 둔화로 삼진제약의 외형 역성장이 2분기에도 불가피하다”며 “타이트한 비용 통제를 통해 이익률 훼손은 제한적이지만 주력 품목 피크아웃 징후에 따라 향후 성장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약 명가’인 삼진제약의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400억원이 넘는 ‘세금 폭탄’을 맞았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각각 197억원과 221억원의 추징금을 국세청에 각각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삼진제약은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이 85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연간 순이익도 255억원으로 전년 대비 28.8%나 감소했다. 올해 220억원의 추징금을 추가로 납부할 경우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진제약 측은 현재 거액의 추징금을 물게 된 배경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소득귀속 불분명의 사유로 인한 대표이사 인정상여 소득 처분에 대한 선납 때문”이라고 짧게 이유를 밝혔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용처가 불분명한 비용이 나왔는데, 대표이사에게 넘어간 것으로 국세청이 간주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세청에 이의신청을 한 상태다. 국세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진제약이 올해 국세청 추징금 220억원을 선급금으로 지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급금은 통상 원재료 매입 등을 위해 선지급한 금액이다. 회계 기준상 자산으로 계상된다. 삼진제약의 경우 추징금을 선납하면서 올해 1분기 선급금 규모를 22억원에서 247억원으로 10배 이상 늘려 잡았다. 하지만 선급금은 비용으로 성격이 바뀔 수도 있다. 레모나로 잘 알려진 경남제약이 과거 상장폐지 위기에 빠진 것도 이 선급금 20억원의 실재성을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진제약이 잡은 선급금은 1분기 삼진제약이 올린 순이익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 선급금이 모두 비용으로 처리되면 반기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을 모두 깎아먹을 수 있다. 이 경우 공동대표인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 역시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진제약 측 “국세청에 행정소송도 불사”

더군다나 삼진제약은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받고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국세청의 추징금 결정이 지난 1월 났음에도 6월말에 공시해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삼진제약을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한 상태다. 현행법상 자기자본의 5% 이상 선급금을 지급하는 경우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삼진제약이 어겼다는 취지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실제로 삼진제약이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진제약은 2011년과 2013년에도 각각 85억원과 132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그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2.%와 25.5% 감소했다.

무엇보다 삼진제약은 최근 제약업계 최장수 CEO(전문경영인)였던 이성우 사장이 18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대신 오너 2세인 조규석 상무와 조규형 이사, 최지현 상무 등이 올해 나란히 승진했다. 창업자 2명이 80대 고령인 점을 감안할 때 2세 경영체제를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에서 잇달아 악재가 터져나왔다.

이와 관련해서 삼진제약 측은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받는 상황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내부 시스템을 정비 중이다. 최근의 주가 하락 역시 제약·바이오 업계의 공통된 추세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도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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