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선 ‘조현병 환자’ 신고하면 어떻게 되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4 10:00
  • 호수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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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법기관이 적절성 평가 후 입원 결정
英·日, 준사법기관이 심사

조현병 등 중증정신질환자는 적시에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문제는 치료 시기를 놓쳤거나, 치료를 거부한 경우다. 조현병 증세가 악화되면 폭력이나 난동을 부릴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역시 수개월 동안 통원치료를 받지 않던 조현병 환자의 칼에 화를 당했다. 폭력 성향을 가진 조현병 환자에 대한 ‘강제입원’ 주장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현재 국내법상 환자를 행정입원시키기 위해선 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입원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야 한다. 또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고, 입원 후 2주 이내에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에게 입원 판정을 받아야만 한다. 이후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강제 입원이 적절한지를 따진다. 구속력은 없다.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입원에 동의하지 않거나 이의를 제기하면,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없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각종 사고가 이어지면서, 선진국들의 관련 제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가장 체계적인 제도를 갖춘 국가로는 미국이 꼽힌다. 미국은 국가가 ‘후견인’ 자격으로 조현병 환자를 격리할 수 있다. 미국이 운영하는 제도는 ‘사법입원’이다. 사법입원제도란 정신의학적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대신 사법기관이 환자의 상태와 가족의 지지 환경을 고려해 입원 적절성을 평가한다.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 필요성을 평가한 뒤, 사법기관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원칙(MI 제도)’에 따라 입원을 결정한다.

샌프란시스코 거리에 누워 있는 한 남성을 미국 경찰관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다. ⓒ AP 연합
샌프란시스코 거리에 누워 있는 한 남성을 미국 경찰관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다. ⓒ AP 연합

우리나라에서도 사법입원제도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고 있다. 다만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3월29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제1567호에 실린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도 도입 논의의 배경과 쟁점 및 과제’를 통해 “법원 심사 모델은 입원 여부 판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고한 반면, 절차가 형식적이어서 환자에게 일종의 낙인 또는 외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일본·캐나다 등은 정신건강 전문가로 구성된 준사법기관인 MHRT(Mental Health Review Tribunal)에서 조현병 환자의 강제입원 여부를 심사한다. 영국은 ‘정신건강심판위원회’가 환자의 치료 필요성과 자·타해 위험성을 심사해 강제입원을 결정한다. 강제입원이 결정되면 72시간 이내에서 환자를 구금할 수 있다.

일본은 지자체장이 조현병 환자 신고를 받으면 정신보건지정의에게 진단을 의뢰한다. 진단 결과가 나오면 ‘정신의료심사회’가 강제입원을 결정한다. 정신의료심사회엔 법률 전문가와 장애인 복지 연구원, 정신과 의사 등 관련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일본은 2013년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면서 입원 절차를 간소화했다.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다른 가족 등의 동의를 얻으면 입원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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