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분양가 잡기로 ‘보유세  인상’ 논란 어물쩍 가렸나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3 10:00
  • 호수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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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경제 교집합 탓에 부동산 시장 혼돈 가열…내년 총선까지 ‘보유세 강화’ 이슈 가라앉을 듯

부동산 문제는 여러모로 어렵다. 우리 가계자산의 76%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즉 부동산 문제는 내 재산의 4분의 3 이상이 걸린 일로 강 건너 불구경하기 어렵다. 성격도 이중적이다. 생활필수품이면서도 투자재라는 모순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투기와 투자의 경계도 모호하다. 무주택자일 때와 내 집 마련에 성공했을 때의 마음은 다르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내 집이 없어도 괜찮은 세상’을 말하지만,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2300만 명을 넘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땅은 배신하지 않는다’ ‘부동산 불패론’ 등의 말을 가훈처럼 자식들에게 물려준다. 이만한 부의 증식 수단이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동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욕망의 용광로가 됐다. 당연히 부동산 정책은 일부 전문가나 언론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다. 강한 지지와 맹렬한 비판이 뜨겁게 교차한다.

그래서 정부 부동산 정책은 누군가에겐 ‘미움’을 사기 마련이다. 부동산 정책이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꼽히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을 빌리자면 ‘부동산 경기를 너무 과열되지도 너무 침체되지도 않게 관리하면서 더 나은 주거 수준, 더 저렴한 주거비가 가능하도록 정부가 개입하는 방법의 총칭’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부동산이 워낙 다차원적인 재화이기 때문에 정책의 영향도 다차원적으로 나타난다는 데 있다. 정책의 영향은 지역 간, 세대 간, 소유·비소유자간 매우 다른 모습을 띄게 된다.

결국 부동산 문제는 경제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정치 문제가 된다. 실제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어느 유권자를 더 대변하느냐에 따라 금융·세제·각종 공급 규제에 차이를 두게 된다. ‘욕망의 자본주의를 보장하라’는 요구와 ‘주거복지정책을 확대하라’는 외침 사이의 어딘가에 방점을 찍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부동산이 이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고,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등의 정책들로 대응 중이다. 언론에는 ‘세금폭탄론’ 등과 같은 낯익은 단어가 등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의 데자뷔(기시감)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향후 부동산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도 엇갈린다.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이럴 땐 오히려 단순하게 가야 핵심에 접근할 수 있다. 이에 시사저널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힘이 센 플레이어, 정부 움직임을 보기로 했다. 몇 가지 질문이 나왔다. 정부는 왜 많은 카드 중에 ‘분양가 상한제’를 꺼내들었는지, 과연 이 카드가 가장 효과적인지 등의 질문들이다. 시사저널은 이 질문들을 쫓다보면 문재인 정부의 속내, 원하는 정책 목표의 퍼즐을 맞출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서울 강남권의 재개발·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 서울 강남권의 재개발·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예고된 금리 인하’…사전에 분위기 눌러놓은 정부

현재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들썩거린다’고 할 법 하다. 지난해 9·13 부동산값 안정화 대책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1일 기준)은 0.02%였다. 감정원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주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해 11월 첫째 주 이후 34주 만에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변동률은 7월 둘째 주(8일 기준)에도 0.02%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사실 0.02%는 ‘보합’에 가깝다. 하지만 시장에선 서울 집값의 반등세 성향이 굳어지면 언제든지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집계되는 감정원 통계와 달리 민간 통계에서는 이미 ‘과열’ 조짐이 보인다. 민간업체 부동산114 집계에선 7월 2주차 서울 아파트값이 0.10% 올라 5주째 상승세를 보였다.

정부는 빠르게 움직였다. 집값 상승에 대응해 여러 카드를 단계적으로 꺼내드는 ‘살라미식 전술’을 기본 전략으로 삼았다. 우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는 평가는 유보하면서도 시장에 징후가 보이면 ‘즉각 추가 대책을 내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마지노선도 제시했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 향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주간 단위로 0.3% 넘게 오르면 ‘뚜렷한 과열 징후’로 보고 추가 대책에 시동을 걸겠다는 ‘경고’를 날렸다. 주간 상승률 0.3%는 1년(52주)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15% 이상 오르는 게 된다. 10억원짜리 아파트라면 1년 동안 1억5000만원이 오르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아파트 분양가 심사위원 명단 공개(7월5일) 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 확대(8일) 전매 제한 기간 연장(12일) 등 대응책을 하나씩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다급할 만 했다. 한국은행은 7월18일 기준금리를 연 1.50%로 인하했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예고된 이벤트’였다. 금리가 인하되면 집값은 더 들썩거릴 수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1000조원에 가까운 유동성이 부동산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정부로서는 사전에 부동산 심리를 눌러놓을 필요가 있었다.

부작용 감수한 채 민간 택지까지 상한제 확대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 택지까지 확대하는 카드에 쏟아졌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 평가된 아파트 토지비에 정부가 결정한 기본형 건축비를 더해 그 이하로 분양가를 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건설업체가 실제 시세만큼 분양가를 받을 수 없어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정부에 의한 가격 관리제도로 시장 원리에 반하는 정책이다. 당장 신규 주택의 분양가를 낮출 수는 있지만 신규 아파트 공급이 감소돼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노무현 정부가 2007년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 부문에 전면 확대 적용했는데 금융위기와 주택 경기침체와 맞물려 공급 물량이 급감하는 결과를 빚었다.

이런 부작용을 모를 리 없지만 정부는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정부 관계자는 7월16일 “분양가 상한제는 현재 당·정·청 합의가 이뤄져 시행에 대해 이견이 없는 상태”라면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담을 세부기준을 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올 정도로 정부는 실제 이 대책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런데 왜 ‘분양가 상한제’ 카드였을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정부는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적 수요에 따른 집값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부동산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다고 본다. 현재 국면에선 정부의 시장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전체 부동산 시장이 아닌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재개발 단지 중심으로 꿈틀거리는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핀셋 대책’이라는 점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요인은 우호적인 국민 여론이다. 7월1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찬성하는 응답은 55.4%로 반대 응답 22.5%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매우 찬성’ ‘찬성하는 편’ 응답 모두 각각 27.7%로 ‘반대하는 편’ ‘매우 반대’ 응답인 11.9%와 10.6%보다 월등히 높았다. 모름·무응답 비율이 22.1%로 다소 높긴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이 정도 찬성 비율은 ‘압도적’이라고 할 만 하다.

文정부의 보유세 강화, 호랑이일까 고양이일까

들썩거리는 부동산 시장을 잡으려면 ‘보유세 카드’가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리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납세자가 실제 내는 세금이 과세대상 소득이나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대로 선진국이 비해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보유세를 강화하면 부동산의 과다 보유를 억제해 근본적인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효세율 1%’ 달성을 목표로 했던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 역시 보유세를 인상했다. 하지만 ‘세금폭탄론’이라는 보수진영의 공격과 달리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가 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9·13 대책을 통해 2016년 당시 0.16%였던 부동산 실효세율을 0.18%로 올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부동산 실효세율 0.39%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미국 0.71%, 일본 0.57%, 캐나다 0.87% 등과는 여전히 큰 차이가 난다.

‘세금폭탄론’은 실제 얼마나 위력적일까. ‘매일경제’는 7월10일자 《재산세 30% 더 내라니…마·용·성만 3만가구 ‘쇼크’》 기사에서 “세금 폭탄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했다. 용산의 한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약 5억원에서 올해 6억원으로 오르면서 1년 만에 보유 주택에 대한 재산세가 220만원에서 286만원으로 약 60만원 늘었다고 소개했다. 이 정도 수준을 정말 ‘세금 폭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회 예산정책처는 1주택자가 부담해야 하는 종부세는 2017년 평균 77만원에서 올해 181만원으로, 다주택자는 131만원에서 340만원으로 각각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세금이 늘었지만 ‘쇼크’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다.

분명한 것은 보유세 인상이 ‘분양가 상한제 카드’보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세금폭탄론’이라는 공격도 집권여당 차원에선 부담이다. 더군다나 내년에 총선이 있다. 이 정부는 노무현 정부 당시 ‘종부세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할 세금 문제는 가급적 피하는 게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이런 어려움에 김수현 전 실장은 보유세 인상을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 ‘위험한 개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는 “부동산 세금은 매우 정치적 문제”라면서 “바람직한 방향은 있지만 정치적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결국 당·청은 최소한 내년 총선 전까지는 세금은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보유세 인상은 적용 대상과 실제 효과에 비해 너무 많은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한다”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폭탄론’ 공격을 굳이 감수할 이유는 없다. 다른 규제 카드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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