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그리고 2019년, 일본의 침략과 몰락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2 10: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일본 제국주의 민낯 보여준 1919년, 그리고 100년 후

일본의 주요 신문 중 하나인 아사히신문은 올해 2월 27일자 지면에 3·1운동을 상세히 소개하며 당시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군중이 가득 모인 채 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당시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상대를 침략해서 전쟁하는 것만이 이익을 남겨준다”는 오만에 빠졌다는 점을 스스로 비판했다. 독립선언서에는“일본이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아시아에 책임을 다해야 하며 힘으로 억누르는 시대는 끝나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끝내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919년 일본의 민낯이다.

역사는 결국 되풀이되고 말았다. 1919년 ‘상대를 침략하는 것만이 이익을 보장한다’는 100년 전 일본의 타락한 망령은 2019년 부활해 경제봉쇄를 하는 것만이 이익을 보장한다는 논리로 다시 대한민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을 압박하는 논리도 일본답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의 이유를 강제징용 판결에서 순식간에 국내 수출 화학물질의 북한 관련설로 변경시켰다. 그 후, 일본은 자국의 국민을 결집시키기 위해 사린가스 등 독가스 무기 등을 전용할 수 있는 에칭가스 생산 등의 이유로 대한민국을 안보상 부적절한 국가라며 비난하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어처구니없고 근거도 없다. ‘대한민국=북한’, ‘대한민국=독가스’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대한민국은 북한과 긴밀한 관계이며 일본 국민에게 공포감을 던져준 독가스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분석한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은 11년 전부터 고급승용차, 화장품, 피아노 등 생필품부터 대북 제재 품목인 무인기 카메라, RC 수신기 등을 북한에 수출했다. 유엔 안보리의 북한 반입 금지 품목 다수를 수출했음에도 여전히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9년 일본의 민낯이다.

ⓒ 시사저널
ⓒ 시사저널

일본이 대한민국을 조롱하고 압박하는 이유

100년이 지났음에도 일본이 대한민국을 대하는 행태는 놀라울 정도로 일관되고 변하지 않았다. 올해 2월 일왕의 사죄를 발언했던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일본의 고노 외무상은 “한·일 의원연맹의 회장까지 역임한 인간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심각하다”며 외교 관계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표현을 공식적 자리에서 사용했다. 일본 실무진은 창고 같은 회의장에서 한국 실무진을 응대하며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더욱이 고노 외무상은 주일대사를 불러 통역 도중 말을 끊고 ‘무례하게 굴지 말라’는 도를 넘는 결례를 범했다.

현재까지 일본이 한국에 깊이 있는 사죄와 반성을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국의 공식적 사과 요청에 대해 틈만 나면 돈으로 이를 보상, 역사적 과오가 드러나는 것을 막았다. 때로는 일본이 지배했기에 한국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막장 논리를 들이밀었다. 더 나아가 지금도 독도는 자신들의 땅이라며 교과서에 이를 반영,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끊임없이 주입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이 전범 국가로서 유럽에 지금도 사죄를 표명하는데 비해 일본은 지금도 ‘침략만이 이익을 만든다’는 논리에서 한발도 더 나아가지 않은 그 모습 그대로다.

2019년 7월 1일 일본의 경제 침략으로 알려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출 규제 이유는 단순하다.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아베 정부의 태도에서 3권 분립과 민주주의 원리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몰상식이 느껴지며 정치 논리로 경제를 압박하는 그들의 침략 행위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려는 정상 국가의 모습 역시 느껴지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무리할 정도로 일본이 대한민국 경제를 봉쇄하고 압박하는 의도를 확인해봐야 한다.

일본이 역사적으로 770회 우리를 침략하면서 터득한 학습 효과는 간단하다. 일본과의 대립이 결코 가능하지 않음을 대한민국의 지배층에 인식시키며 국론을 분열시키면 자연스럽게 목덜미를 쥘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과거 칼과 총으로 압박했다면, 현재는 국가 경제성장의 버팀목인 반도체 부품의 수출품목 제한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 결과 국론은 일본과의 대립 또는 화해로 분열될 것이고, 이를 통해 한국경제 침체 위기를 조장할 수 있고 결국 정부의 신뢰도까지 꺾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속셈이다. 그러므로 일본은 단기간에 이 행패를 끝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부메랑이 될 아베의 경제 침략

일본의 의도대로 언론은 양극단으로 갈렸다. 일부 언론은 당장 대통령이 아베를 만나 국민을 위해서라도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내 경제 및 기술력으로 일본을 당해내지 못하기에 일본에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일본 여행 취소에 대해 성급한 대응이라고 훈계하는 칼럼도 등장했다. 이에 반해 일부 언론은 강경하게 대립, 일본의 제국주의 망령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이 예상한대로 결국 자신들의 경제 침략으로 정치권 및 언론은 분열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침략은 결국 부메랑이 될 것이다. 일본의 일부 언론들이 최근 아베 정부의 수출품목 규제와 삼성에 대한 압박을 걱정하는 이유는 또 다른 측면에 있다. 대한민국은 위기 상황을 맞이하면 국가적으로 단단하게 결집, 침략 행위를 역사적 교훈으로 두고두고 새기며 또 다른 대응 방향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일본 경제에 우호적이었던 국내 기업가에게까지 극일(克日)을 불러 일으켰으며 스포츠에서만 보여준 한국 국민들의 반일(反日)의지를 일본 전방위로 확대시켰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한국 국민의 의지를 건드렸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판단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년간 기초 및 원천기술 강화, 산업생태계 강조, 소재부품 수입 다변화 등은 경영학, 공학 등에서 수없이 논문 및 보고서로 쏟아져 나왔으나 국내 정책기관 및 기업에서는 당연한 얘기라며 이를 깊이 있게 경청하지 않았고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침략으로 당장 국내 대기업부터 일본을 경계하고 수입 다변화, 원천기술 투자 등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국민들 역시 일본 제품 및 일본 여행을 전국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경제 침략이 단기적으로 유리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그들은 악수(惡手)를 두었다.

과거 필자가 만난 일본인 교수는 “한국의 냄비근성은 강한데 유독 일본과의 역사는 지독할 정도로 잊지 않고 기억한다”며 한국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일본에게도 좋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일본의 경제 침략은 역설적으로 국내 기업의 혁신과 국민들의 저항 및 응징 의지를 초래하기에 이번 경제 침략 행위는 일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의 침략 행위는 언제나 몰락이라는 결말을 맞았다. 2019년 일본의 경제 침략 역시 동일한 결말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명료하다. 역사는 늘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