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수출 규제’에서 ‘영토 전쟁’으로 비화하나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19.07.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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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측, ‘자위대 독도 발진’ 발언으로 자극…도쿄올림픽 조직위 지도에도 독도 일본 영토로 표시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간 무역전쟁이 독도를 둘러싼 영토 전쟁으로 비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7월23일 발생한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당시 일본이 다시 독도에 대해 도발하는 듯한 언행을 취함으로써 촉발됐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 공군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한국 공군이 전투기를 띄워 경고사격을 한 것과 관련해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영토이기 때문에 러시아 군용기는 일본 영공을 침범한 것"이라며 "한국이 경고사격을 한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독도 영유권에 대해 또다시 도발해 왔다.

거기에 대해 일본 정부는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침범했을 때 일본의 자위대 군용기가 긴급 발진을 했다는 공식 발표를 내놓기까지 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날 오전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침범하고 이에 한국 공군기가 경고사격을 한 것과 관련해 "자위대기의 긴급 발진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그러면서 자위대기의 비행 지역과 긴급 발진을 한 정확한 시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 군용기가 2회에 걸쳐서 시마네(島根)현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주변 (일본의)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도발하기도 했다.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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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외교 루트를 통해 한국과 러시아 정부에 대해 각각 "우리(일본) 영토에서 이러한 행위를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억지 주장을 앞세우며 항의했다. 스가 장관은 "한국 군용기가 경고 사격을 한 것에 대해 '다케시마의 영유권에 관한 우리나라(일본)의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극히 유감이다'고 한국에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외무성 북동아시아 1과장이 주일 한국 대사관에, 주한 일본대사관 참사관이 한국 외교부의 아시아 태평양 1과장에게 각각 항의했으며 일본 외무성 러시아 과장이 주일 러시아 대사관 서기관에게 항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본이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 우리 군용기의 경고사격에 대해  항의하고 나선 것은 독도 문제를 국제 이슈로 부각시키려는 일본의 의도에 따른 행위로 분석된다.

해외 언론들은 이번 영공 침범사건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한국과 일본의 전투기가 출격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BBC는 '러시아와 중국의 합동 훈련이 한국과 일본의 전투기 출격을 불러왔다'고 제목을 달았다. BBC는 사건이 한국이 점령하고 있지만 일본이 주장하는 분쟁 대상인 독도(다케시마)에서 일어났다고 소개했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을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은 도쿄올림픽을 둘러싸고도 진행되고 있다.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루트와 이를 바탕으로 일본의 각 지방을 소개하는 내용의 일본 전국지도에 독도를 표시한 것이다. 성화 봉송 루트 지도엔 자세히 살펴보기 전엔 알아챌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점으로 독도가 표시돼 있지만, 각 지방 정보를 제공하는 지도상엔 시마네(島根)현 오키노시마(隠岐の島) 북서쪽에 독도가 좀 더 크게 그려져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독도가 1905년 다케시마란 이름으로 시마네현에 편입 고시된 자국 행정구역이며 "한국이 불법점거 중"이란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0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실린 지도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표시돼 있어 일본 정부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7월24일 한·일 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을 인용해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 공식 사이트 내 지도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가 표시돼 있어 이달 중순쯤 한국 정부로부터 일본 정부에 대한 항의가 있었다"며 "한국 외교부에서 주한 일본 대사관을 통해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한국 외교부는 "독도를 일본 영토인 것처럼 (지도에) 기재해 유감"이라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땐 '(독도 표기가) 올림픽정신에 반한다'는 일본의 항의에 따라 삭제했었다"는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일본 측은 남북 단일팀의 한반도기에 독도가 표기됐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독도가 표기된 한반도기를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고 독도가 표시되지 않은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한국 외교부는 또 조직위 홈페이지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는 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고 산케이가 전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독도는 국제법적으로 일본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며 한국 측의 지적을 수용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조직위 홈페이지에 게재된 일본 전국지도엔 독도 외에도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쿠릴 열도 남단 4개 섬도 일본 영토로 표기돼 있다. 일본 정부는 이들 4개 섬을 ‘북방영토’라고 지칭하며 자국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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