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상문·KIA 김기태 감독 전격 퇴진 뒷얘기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6 16:00
  • 호수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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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프로야구 감독을 로망이라 했나

이제 올스타전이 끝나고 프로야구는 반환점을 돌았다. 이미 팀당 치른 경기 수는 절반이 훌쩍 넘어 가장 적은 경기를 끝낸 팀도 94경기니 팀당 50경기 이하로 남은 셈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기록도 나오고 경기력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전반기의 가장 큰 뉴스는 역시 2명의 감독이 자진 사퇴를 했다는 점일 것이다. 공교롭게 이 두 감독은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열혈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KIA 타이거즈의 김기태 전 감독과 롯데 자이언츠의 양상문 전 감독이다. 김 전 감독이 사퇴할 당시 KIA 성적은 13승1무30패로 리그 최하위였다. 그리고 양 전 감독이 전반기가 끝나고 사퇴할 때의 성적 또한 34승2무58패로 리그 최하위에 그친 상황이었다.

결국 두 감독이 물러난 결정적인 원인은 성적 부진으로 귀결된다. 이들 감독의 사퇴의 변은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느끼고 사퇴한다”는 것이었다. 예상 밖의 부진한 성적에 팬들의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커져만 갔고, 미디어에서도 연일 이 두 팀의 부진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두 감독의 사퇴 이후 야구계에서는 내놓고 표현은 못 하지만 ‘안타깝다’란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양상문 감독 ⓒ 연합뉴스
양상문 감독 ⓒ 연합뉴스

양상문의 주전급 포수 영입 요청, 롯데 구단에서 안 받아

우선 김기태 전 감독의 경우 당장의 성적 때문에 과거의 공적이 인정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5년부터 KIA의 사령탑을 맡은 김 전 감독은 2014년 9개 팀 중 8위에 그쳤던 팀을 부임 첫해 10개 팀 중 6위로 끌어올렸고, 그 이듬해는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7년 KIA를 8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다. 작년에도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니, KIA를 이끈 지난 4년 동안 우승 포함해 3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성공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올 시즌 KIA는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팀내 최고참 선수 임창용과의 불화설이 퍼져 나가며 김 전 감독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결국 임창용은 은퇴를 선언했고, 그는 인터뷰를 자청해 감독과의 관계가 틀어지며 갑작스러운 보직 변경 등으로 제대로 기량 발휘를 하지 못했다고 본인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지난해 KIA를 담당하며 가까이서 지켜봤던 현장 기자들의 의견은 궤를 달리한다. 임창용의 지속적인 선발투수 보직 요구에 코칭스태프들이 전전긍긍했다는 얘기였다. 물론 어느 쪽 의견이 사실이건 감독으로서 선수의 불만을 사전에 해결하지 못한 점은 분명히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은 사퇴 일주일 전에 구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작심한 듯 이런 얘기를 했다고 전한다. “나에 대한 비난이나 부진한 성적에 대한 비판은 괜찮지만,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고 대화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일부 온라인 기자들이 어떤 근거로 그런 (비판적인) 글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란 것이다. 선수의 얘기가 됐든, 코칭스태프의 의견이 됐든 직접 소식을 접하고 양측 입장을 충분히 듣지도 않은 가운데 마구잡이로 기사를 쓰는 것에 불만을 표한 셈이다.

양상문 전 롯데 감독의 경우도, 역시 일반적인 사퇴 행보와는 거리가 있었다. LG 트윈스 감독과 단장을 거쳐 13년 만에 고향 팀 롯데로 올 시즌 복귀했지만, 한 시즌도 채 끝내지 못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그 역시 최하위로 떨어진 성적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처음 롯데의 사령탑을 맡았던 지난 2004년에도 첫해 최하위 성적을 남기며 어려운 시즌을 보냈지만, 2005년 시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기용으로 평가받는 신인 강민호·장원준·이대호·박기혁 등을 주전으로 기용하며 5위까지 성적을 끌어올리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당시 롯데구단은 재계약을 제시하지 않았고, 2006년 롯데는 다시 성적이 더 떨어지는 등 부진을 이어갔다. 양 전 감독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LG 감독 시절에도 이병규와 같은 베테랑 스타의 기용에 인색하다는 팬들의 원망에도 불구하고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팀 리빌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가 올해 롯데 감독으로 다시 부임한 것 또한 이런 그의 뚝심에 높은 점수를 주며 기대를 건 것이었다. 하지만 최하위로 추락한 성적으로 인해 그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양 전 감독 역시 ‘억울함’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롯데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담당 기자에 의하면, 올 시즌 개막 전에 양 전 감독은 강민호가 팀을 떠난 이후 팀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 포수 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타 팀의 베테랑 포수 영입을 구단에 요청했다고 한다. 실제 상위권 전력의 한 구단 주전 포수를 직접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수는 지난겨울 일신상의 문제로 소속팀에 섭섭함을 느끼며 은근히 타 구단으로의 이적을 원했고, 개인 훈련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한 양 전 감독이 구단에 이 선수를 강력히 추천한 것이다. 하지만 감독의 요청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기존의 신인급 포수들로 시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또 시즌 중에도 여러 차례 팀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과감한 트레이드를 원했지만, 이 역시 무산되고 말았다. 

김기태 감독 ⓒ 연합뉴스
김기태 감독 ⓒ 연합뉴스

가을 야구와 멀어지는 한용덕·김한수 감독도 ‘좌불안석’

이 두 감독의 사퇴를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 못한 여러 감독들이 있다. 이들 역시 현재 팀 성적이 팬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지휘봉을 잡자마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영웅 대접을 받았던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1년 사이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하고 있다. 올해 9위까지 성적이 하락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NC 다이노스와의 승차가 7월23일 현재 12.5경기로 벌어져 현실적으로 가을 야구는 힘들어졌다. 그는 팬들의 강한 질책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3년 차인 삼성 라이온즈의 김한수 감독도 마찬가지다. 2016년 9위로 추락한 팀의 감독으로 부임해 작년 6위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올해는 현재 7위에 올라 있지만, 5위 팀과 8경기 차로 벌어져 있어 역시 가을 야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은 최근 국내 FA 시장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어 과거 ‘막강 삼성’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승엽 은퇴와 함께, 박석민·최형우 같은 팀의 주포들이 다른 팀으로 떠나는 것을 바라만 보며 전력 누수를 감수해야 했다.

물론 핑계 없는 무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성적만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최근 추세에 현장의 코칭스태프나 프런트 모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진한 성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빨리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에 갖가지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리빌딩으로 고참 선수들과의 갈등이 커지고, 팀 분위기가 오히려 가라앉는 경우도 보인다. 성적 지상주의가 위험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의 응원팀’에 이런 공식은 통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함대를 이끄는 함장과 함께 남자의 3대 로망 직업 중 하나로 꼽히는 프로야구 감독이란 자리가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사나이일 수도 있는 2019 시즌이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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