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인재를 등용하고 권한을 줘라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9 09:00
  • 호수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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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웁니다. 일본은 우리에게 노골적으로 경제보복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 축은 일본입니다. 한·미·일 동맹의 강도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툽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러시아는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합니다. 군사동맹으로 가고 있습니다. 미, 일, 중, 러 어느 한 나라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틈만 보이면 우리를 집어삼킬 태세입니다.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는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능수능란한 외교력이 절실합니다. 최근 만난 한 종교인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비굴하지 않고 지혜롭게 처신해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북한은 또 어떻습니까. “남한과 대화해도 해결될 게 없다”며 비난을 쏟아냅니다. 한·미 훈련을 이유로 우리 측의 인도적 대북 쌀지원을 거절했습니다. 다시 미사일도 쏘기 시작했습니다. 도보다리로 상징되는 남북의 봄날은 벌써 아련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쏟은 정성을 보면 북한이 이렇게 나와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상은 이상이고 현실은 현실입니다. 현실에는 정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냉혹한 계산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질서입니다. 

급기야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청와대는 주한 러시아대사관 차석 무관이 영공 침범을 인정했다고 말합니다. 반면 러시아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여러 정황으로 보면 러시아 측이 영공을 침범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또한 일본과 마찬가지의 의도적인 도발입니다. 아쉬운 것은 청와대의 대응입니다. 종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공식 경로를 통해 상대의 의중을 분명하게 파악한 뒤 메시지를 내놓았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국민의 걱정이 큰 외교 격변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청와대는 지금 인사철입니다. 누가 장관으로 간다, 누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사직한다, 누가 내부 승진한다 등 내부에 인사와 관련한 얘기가 파다합니다. 8월초로 예상되는 개각도 7~8개 부처 장관이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정세도 엄중하고 내년 총선과 실제 문재인 정부가 일할 수 있는 시기가 내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 개편은 매우 중요합니다. 탕평 인사를 해야 합니다. 내 편이냐 아니냐는 정파적 시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능력 있는 인재를 널리 찾아 등용해야 합니다. 반대편에 있었더라도 적임자라면 삼고초려를 해서 모시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링컨 대통령, 만델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그런 뒤 과감하게 장관들에게 권한을 줘야 합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들은 비서입니다. 참모입니다. 그들이 나서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됩니다. 촛불정신의 하나가 권력 분산이라는 점에서 볼 때 청와대로의 권력 집중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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