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리온그룹 중국 현지법인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7.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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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특별 세무조사 와중에 중국發 악재 겹쳐
오리온그룹 측“중국 세법 위반 전혀 없었다”

오리온에 대한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가 한창인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중국 현지법인인 오리온푸드(Orion Food Co.Ltd)에서도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돼 주목된다. 임직원 급여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가욋돈을 조성하거나 직원 명의로 개설된 계좌에 정체불명의 자금이 입금됐다 현금으로 출금되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오리온은 중국 내 세법 위반은 없으며 모든 자금을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오리온이 과거 국내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오리온 본사 ⓒ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오리온 본사 ⓒ 시사저널 최준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진 정황도

논란이 불거진 오리온푸드는 오리온이 2008년 설립한 중국 지주사 팬오리온(PAN Orion Corp. Limited)의 자회사다. 의혹을 제기한 인사는 오리온푸드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퇴사한 황아무개씨여서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그가 처음 문제를 인지한 것은 중국 세무국에 자신의 급여가 과다 신고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실제 2016년 1월 중국 세무국에 신고된 황씨의 세전급여는 27만2000위안, 세후 지급 급여는 20만4000위안이었다. 그러나 실제 황씨 계좌로 입금된 금액은 16만4000위안이었다. 4만 위안의 차액이 발생한 것이다. 한화로 약 680만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는 단순히 황씨만의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월급 부풀리기’가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도 포착됐다. 황씨가 책임부서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비용처리 필요가 발생해 팀장급 이상자들에게 세후 금액 4만 위안씩을 반영했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책임부서는 또 ‘실제 금액은 지급되지 않고 장부상 금액만 기재됐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장부상 기재됐다는 자금의 행방은 여전히 불명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뿐만이 아니다. 황씨는 급여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외환업무를 관장하는 중국은행(Bank of China)에 자신 명의의 계좌가 개설된 사실도 발견했다. 문제의 계좌 개설신청서를 확인한 결과 ‘본인이 직접 방문할 수 없어 전화를 통해 계좌 개설 동의를 받았다’는 문구와 황씨의 전화번호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그러나 황씨는 계좌 개설에 동의한 적이 없음은 물론 해당 계좌의 존재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좌에는 처음 개설된 2014년 4월23일부터 2017년까지 4년간 매년 거액이 입금됐다 출금되는 일이 반복됐다. 실제 해당 계좌에는 2014년 142만 위안(2억4100만원)을 시작으로 2015년 146만5000위안(2억4900만원), 2016년 109만9000위안(1억8700만원), 2017년 22만6500위안(3800만원) 등이 입금됐다. 이렇게 입금된 자금은 일정한 간격으로 현금으로 출금됐고, 2017년 6월30일 모두 계좌에서 빠져나갔다.

눈여겨볼 대목은 최고 출금액이 4만9999위안이라는 데 있다. 이는 중국 금융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은행은 5만 위안(850만원) 이상을 인출할 경우 신분증을 요구하도록 돼 있다. 무엇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중국 내에서 5만 위안 이상의 현금 인출이 있을 때 반(反)돈세탁감독분석센터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오리온은 중국 내에서 세법 위반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해명에도 의심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의혹이 과거 국내에서 벌어진 비자금 조성 방식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오리온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 다양한 혐의를 받았다. 이 가운데 계열사 임원의 급여를 부풀린 뒤 이를 돌려받거나 임직원 명의의 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수사로 담 회장은 2011년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이듬해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오리온그룹 입장에서 대단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5월16일 오리온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재계 저승사자’로 통하는 조사4국은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등 혐의가 명백한 경우에만 조사에 착수하는 특별 세무조사 전담조직이다. 국세청은 오리온그룹의 해외법인을 통한 역외탈세와 오너 일가의 편법 증여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오리온푸드가 담 회장의 장남 서원씨에 대한 편법 증여 의혹에 사명(社名)을 올린 적이 있다는 점에서 오리온의 우려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잖아도 국세청 사정권 내에 있는 회사인 셈이다. 편법 증여의 중심에 있는 건 계열사인 아이팩이 중국 허베이(河北)성 랑팡(廊坊)시에 설립한 랑방애보포장유한공사(랑방애보)다. 중국에서 생산·판매되는 식품들의 포장재를 공급하는 알짜 회사였다. 당초 담 회장이 홍콩 현지법인 ‘Prime Linked Investment(PLI)’를 통해 보유하던 랑방애보는 2013년 서원씨 명의로 홍콩에 설립된 ‘Stellaway Limited(스텔라웨이)’로 넘어갔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오리온푸드, 과거 편법 증여에도 관여

문제는 이 과정에 서원씨의 자금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인수 자금은 서원씨 소유의 회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그러나 인수가 마무리된 후 랑방애보는 사내 유보금을 배당금으로 스텔라웨이에 지급했다. 결국 랑방애보 자금으로 랑방애보를 인수한 것이다. 이후 오리온푸드가 서원씨에 대한 편법 증여 논란에 방점을 찍는다. 2015년 랑방애보를 고가에 인수해 서원씨에게 85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누리게 한 것이다. 여기에 랑방애보가 지급한 배당금까지 더하면 서원씨가 얻은 이익은 더욱 커진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스텔라웨이와 랑방애보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와 윤리경영 차원에서 공정한 가치평가를 받아 오리온 중국법인에 매각했다”며 “이 과정에서 차액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오리온재단에 출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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