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의원 “신동빈 회장에게 갑질 책임 끝까지 물을 것”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9 17:00
  • 호수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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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10월 국감에 신 회장 증인 신청 예정”

2016년 12월6일, 여의도 국회에서는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 9명이 줄줄이 증인으로 불려나왔다. 의원들은 최순실씨가 설립한 K스포츠재단 등에 이들 그룹이 자금을 출연한 배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롯데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했다가 검찰 압수수색 하루 전 돌려받은 이유에 대한 질문이 신동빈 회장에게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푸드(옛 롯데삼강)의 갑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납품업체 후로즌델리가 롯데푸드의 갑질로 2013년 파산했고, 대표이사인 전은배 사장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는 내용이었다.

롯데푸드는 2014년 8월 손실 보전 차원에서 7억원을 현금으로 우선 지급하고, 후로즌델리 제품을 우선 채택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2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았다. 신 회장은 당시 “사실관계를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로부터 다시 3년여가 흘렀다. 하지만 롯데푸드는 아직까지 이 합의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재계 순위 5위 그룹의 회장이, 그것도 국회 청문회에서 공언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팽배한 갑을 관계의 악순환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상임위(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그동안 민생문제 해결 차원에서 롯데푸드와 그룹 측에 여러 차례 합의 내용을 이행할 것을 종용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내게 주어진 권한 내에서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측에 끝까지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올해 국정감사에 신 회장을 다시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다음은 7월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명수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용.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롯데푸드 납품업체인 후로즌델리가 2013년 부당하게 갑질을 당해 파산했다. 내용을 정리해 달라.

“롯데푸드는 2004년 서울 영등포구에서 충남 천안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당시 롯데푸드의 협력업체가 강원도와 전라도 등에만 있어 물류비 부담이 상당했다. 롯데푸드는 충남 아산에 위치한 후로즌델리에 물량을 몰아주는 조건으로 단독 거래를 요청했다. 후로즌델리는 기존 업체와의 거래를 끊고, 거액의 은행대출을 받아 생산설비도 확충했다. 하지만 롯데푸드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년이나 남은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보증기간을 문제 삼아 거래마저 끊으면서 납품업체는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고 도산했다.”

 

롯데푸드가 2014년 후로즌델리와 합의하고 필요한 보상을 하지 않았나.

“당시 신동빈 회장이 공정위에 제소당하는 등 말이 많았다. 롯데푸드 측은 2014년 8월 후로즌델리와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자리에 회사 경영진도 있었지만 합의 내용은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롯데푸드 측은 ‘현금 7억원을 주고 일감도 충분히 넘겨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쪽은 후로즌델리 쪽이라는데.

“후로즌델리가 롯데의 갑질로 입은 피해액만 100억원 안팎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금 7억원은 이에 따른 위로금 형식이다. 거래를 다시 재개해 전은배 사장이 재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합의서의 핵심 내용이다. 롯데 측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회사 기준에 맞는 구체적인 제품 정보나 견적서 샘플 등을 전 사장이 제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거래 성격상 원청 업체인 롯데가 먼저 납품 관련 스펙과 연간 사용량을 알려줘야 한다. 이걸 안 하면서 전 사장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결국 합의를 이행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 아니겠나.”

 

신동빈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공언한 내용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더 이해가 안 간다. 2018년 10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장인 이학영 의원도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같은 질문을 했다. 최소한 갑질 문제에 대해서는 여와 야를 넘어선 상태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은 근본적인 해결책의 제시 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 경영진이 직접 협력업체와 합의서에 서명까지 했음에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계 5위의 대기업다운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

 

을지로위원회에서도 이 사안을 조사했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전·현직 위원장이 모두 관여한 사안이다. 현 을지로위원장도 공정위 관계자를 불러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후속조치가 없다. 위원회에서 다루는 건수가 많다 보니 하나의 이슈에 집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사안이고, 그 기간 동안 납품업체 사장도 고통을 받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범정부 을지로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1호 공약이다. 최소한 ‘갑을’ 문제에 대해서는 당·정·청의 칸막이를 허물고 속도감 있게 해소하겠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후로즌델리 문제는 대책 없이 시간만 보내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단순히 롯데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최근 들어 대기업이나 총수들의 갑질 사례가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공분을 사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갑질 문제가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정부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갑을 문제는 뿌리가 깊다. 정부와 정치권, 재계, 언론이 모두 힘을 합쳐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향후 계획은.

“롯데푸드의 갑질은 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니만큼 상임위 문제이기도 하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 측과 여러 번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만남을 피했다. 내게 주어진 권한 내에서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필요하다면 올해 국정감사에 신 회장을 다시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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