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쌓여가는 양파, 무너진 農心
  • 이상욱 부산경남취재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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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양파값… 창녕이 흐느낀다
“안팔려서 수확한 그대로 창고 보관…내년 3월까지는 팔아야 하는데”

"안팔려서 수확한 그대로 저온창고에 보관한 양파만 창녕군에서 절반 이상 될 겁니다. 내년 3월쯤엔 촉이 나 폐기처분해야 하는데 사려는 상인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7월24일 경남 창녕군 창녕읍에서 35년째 양파 농사를 지어온 김태수(60)씨는 창고에 보관한 양파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창녕군은 양파 시배지로 올해 823㏊에서 6만4194톤의 양파를 생산했다. 지금쯤이면 출하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돼야 하지만 창녕의 저온창고엔 판로를 잃은 양파로 가득 차 있었다. 창녕양파연구회 관계자에 따르면, 농가에서 저온창고에 보관을 맡긴 양파는 올해 창녕군 생산량의 60~70%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농가들이 양파 가격 급락에 신음하고 있다. 7월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도매가격 정보에 따르면, 양파 1㎏당 가격은 408원이다. 평년 7월 하순(917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창녕군 양파 밭떼기 거래 가격은 예년 11월말 3.3㎡당 9000~1만3000원, 수확시기엔 1만2000원까지 유지했지만, 올해는 거래가 뚝 끊겼다. 창녕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양파가  사상 유례없는 풍작"이라며 "좋은 날씨 덕에 양파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경남 창녕의 한 저온창고에서 성낙인 경남도의회 의원(사진 우측)과 한 농민이 양파 가격 폭락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24일 경남 창녕의 한 저온창고에서 성낙인 경남도의회 의원(사진 우측)과 한 농민이 양파 가격 폭락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상욱 기자

유례없는 풍작, 도매상은 나타나지 않고

창녕 양파 농가의 경우, 2~3년째 이어진 양파 공급 과잉에 신음하고 있다. 과거에는 풍작에 따른 가격 폭락과 재배 면적 축소로 인한 가격 상승이 번갈아 나타났지만, 최근 들어서는 구조적인 공급 과잉이 굳어져 가고 있다. 특히 창녕의 양파 재배 면적이 작년(947㏊)보다 124㏊ 줄었지만, 오히려 올해 양파 생산량은 작년(5만9661톤)보다 4533톤 늘었다. 따뜻한 기온이 이어진 게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식당 등의 양파 수요도 많이 감소했다는 평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파를 사려는 도매상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매상 입장에서는 지금 공판장에서 양파를 구매하는데 돈을 들이는 것보다는 정부·농협 수매 이후 농가에서 쏟아져 나올 물량을 싸게 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창녕군 지역 농협이 수매할 양파는 3224톤이다. 이는 올해 창녕군 양파 생산량의 5%에 불과하다.

안타까운 것은 창녕군의 다른 재배 채소인 마늘도 구조적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깐마늘의 23일 현재 소매가격은 1kg 상품(上品) 기준 6931원으로 작년의 73.5% 수준으로 떨어졌다. 과거 같으면 양파 가격이 폭락할 때 거꾸로 마늘 가격은 올라 농가 소득을 일정 정도 보전해줬지만, 올해는 이런 보완 효과도 사라져 버렸다. 산지가 확대되고 재배 기술이 향상되면서 공급이 늘어난 결과다.

 

가격 폭락에 성난 農心…"전량 수매해 달라"

최근 양파·마늘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의 항의 집회가 열렸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전국양파생산자협회·전국마늘생산자협회 등 농민단체들은 지난 7월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는 가격이 폭락한 농산물을 전량 수매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파 등 공급 과잉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이날 일부 농민들은 가격이 폭락한 양파를 길바닥에 내던지기도 했다. 이들은 "농산물 값 폭락은 예상 외의 풍작이 아닌 정부의 늑장 대처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대책을 4월에만 발표했어도 양파 한 망에 5000원 하는 사태는 없었을 것이란 항변이다.

전농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시장조절 물량을 조기에 매입해 가격이 안정된 후 국민에게 공급하는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마늘이나 양파, 보리 등 가격이 폭락한 품목에 대해서는 정부와 농협이 전량 수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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