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요 언론, 일제히 “대화로 출구 찾아라” 촉구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19.07.2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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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아사히·도쿄 신문, 7월26일 “한·일 관계 외교적 해결” 강조 사설 실어
“외교 책임자가 사태 악화시켜” 비판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양국 간 대치 상황에 대해 일본 유력 신문들이 새로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 신문은 이날 일제히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촉구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7월26일 '한·일, WTO(세계무역기구)에서 공방…이 연장선 위에 출구는 없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 사설은 "수출규제에 대해 양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며 WTO 일반이사회에서 양국 대표가 설전을 벌였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과 한국의 문재인 정권이 모두 강경 자세를 고수해 서로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런 상태로는 대립이 격해질 뿐"이라고 우려했다.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가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인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하면 일본 제품의 불매 운동 등 민간 차원에서 반일 운동이 확산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두 나라가 보복의 악순환에 빠지면 문제가 한층 꼬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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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아무리 대립하더라도 어딘가에서 출구를 찾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외교라 할 수 없다"며 한·일 양국은 대화를 통해 서로 양보하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가 부정하지만 수출규제는 '징용공' 문제를 둘러싼 사실상의 대항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무역의 정치적 이용이 한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일 관계는 역사 인식 등으로 정치적으로 악화해도 밀접한 경제와 민간 교류가 기반을 지탱해 왔다"며 "정치 문제가 경제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일본 정부의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아사히신문도 동조했다. 아사히신문은 같은날 '한·일 대립…설전보다 이성의 외교를'이란 사설에서 수출규제 조치의 배경에는 아베 총리와 다른 각료들이 당초 언급한 것처럼 '징용공' 문제를 둘러싼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정치와 역사 문제를 무역관리(수출규제)로 연결하는 것은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일본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사히는 "한·일 양국은 이제 서로를 비난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면서 "특히 외교 책임자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이 한탄스럽다"고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을 비판했다. 이 신문은 지난 7월19일 고노 외무상이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남 대사 말을 끊고 "매우 무례하다"고 보도진 앞에서 '질책'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외교사절을 상대로 한 이런 이례적 대응은 냉정한 대화를 어렵게 하고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이 요구하는 중재위 설치에 응하지 않은 채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책임 방기(放棄)라고 비판했다. 아사히는 한·일 양국이 협력해야 할 분야는 미국과의 안보 협력, 북한 문제 등 범위가 넓다면서 반감을 부추기는 설전과 위협적인 태도를 버리고 이성의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쿄신문도 이날 '냉정하게 대화로 해결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일본 정부는 당초 총리, 관방장관, 경제산업상이 '징용공'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정치적 알력이 (수출규제의) 배경에 있다고 시사했다"면서 이후 무역 조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거나 자유무역 이념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안보상의 이유라고 말을 바꾸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WTO는 안전보장을 이유로 한 무역 제한의 남용을 경계하고 있다며 뒤죽박죽인 일련의 일본 정부 대응이 무역 문제에 정치를 끌어들이는 '정치적 이용'으로 판단될 경우 일본에 엄혹한 결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도쿄신문은 그러면서 "WTO의 분쟁 처리는 결론 도출까지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그동안 한·일 대립이 이어져 국민감정은 악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신문은 "어느 쪽이 이겨도 심각한 응어리를 남길 것"이라며 "분쟁이 아니라 대화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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