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 커진다…“애당초 팔지를 말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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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정부 “금연 효과 있다” 주장하지만 시민들 “글쎄”
편의점에 진열된 담배 ⓒ 연합뉴스
편의점에 진열된 담배 ⓒ 연합뉴스

담뱃갑의 흡연 경고그림과 문구 면적이 훨씬 더 커질 예정이다. 금연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인데, 시민들은 "그런다고 담배를 안 피우겠느냐" "애초에 팔지를 마라"는 등 차가운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담뱃갑 면적의 50%인 흡연 경고그림과 문구의 표기 면적을 75%(경고그림 55%, 문구 2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7월 30일부터 9월 28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7월 29일 밝혔다. 

이는 금연 정책 효과를 높이려면 경고그림과 문구를 더 키워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을 반영한 조치다. 복지부는 개정안이 확정되면 2년마다 한 번씩 바꾸는 흡연 경고그림·문구 교체 주기에 맞춰 2020년 12월 시행할 계획이다.

현행 50%(그림 30%, 문구 20%), 확대 시 75%(그림 55% + 문구 20%) ⓒ 보건복지부
현행 50%(그림 30%, 문구 20%)→확대 시 75%(그림 55%, 문구 20%) ⓒ 보건복지부

현재 우리나라는 담뱃갑 앞뒷면에 면적의 30% 이상 크기의 경고그림을 부착하고, 20% 이상의 경고 문구를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경고그림과 문구를 다 합쳐봐야 담뱃갑 전체 면적의 절반가량인 탓에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판매점이 담배를 진열할 때 경고그림과 문구를 가리는 편법 행위도 빈번히 일어난다. 2017년 편의점 등 소매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점포의 30%가 담뱃갑을 거꾸로 진열해 놨다. 이렇게 하면 제품 이름표로 경고그림·문구를 가릴 수 있어서다. 

아울러 담배 제조회사는 경고그림이 표기된 개폐부를 젖히면 경고그림이 보이지 않도록 담뱃갑을 제작하고 있다. 

한편, 2020년 12월부터 흡연 경고그림과 문구가 커진다는 소식에 긍정론보다는 회의론이 더 많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담배를 팔아 세수를 채우는 동시에 금연 정책을 펴는, 근본적인 모순 탓이 크다. 

관련 기사에는 '국가가 담배를 안 팔면 될 텐데, 세금은 필요하니 미봉책을 쓴다'는 내용의 댓글이 줄잇고 있다. 흡연 경고그림과 문구의 실효성이 과연 있느냐는 의문도 터져나온다. 

정부는 2016년 12월23일 흡연 경고그림·문구를 도입한 뒤 실제로 흡연율이 떨어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성인 22만8381명을 조사한 '2017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2017년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39.3%였다. 2008년 조사 시작 이후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30%대로 떨어진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여성을 포함한 성인 전체 흡연율도 21.2%로 이 조사에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해당 분석에선 담뱃값 인상 등 다른 변수가 언급되지 않았고, 흡연자의 금연 시도율은 떨어지지 않는 등 달리 볼 부분도 있다. 흡연자의 금연 시도율(최근 1년간 24시간 이상 금연을 시도한 사람의 비율)은 2015년(37%) 이후 2016년 32.3%, 2017년 29%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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