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화이트리스트 제외하면 韓·日 관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
  • 김재태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07.3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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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통위 현안보고 통해 밝혀…외교부 직원 기강해이 등엔 사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월30일 "일본이 각의 결정을 내려서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온다면 양국 관계를 정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월30일 국회에서 ‘안보 국회’를 명분으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정부 대응계획을 묻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문에 "정부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장관은 현안 보고를 통해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이미 실시 중인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할 것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상 한국 제외 추진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이들 조치가 양국 관계에 가져올 부정적 영향에 대해 엄중히 경고해나가고자 한다”며 “국제사회를 대상으로도 일본 측 조치의 부당성을 지속 설명함으로써 우리나라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고 일본의 입장 변화를 압박하는 적극적인 아웃리치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정부는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 측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외교적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계기 북·미 양측은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하였으나 아직은 개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지난 7월 25일 새벽 원산 일대에서 발사체 두 발을 발사했다”고 보고했다.

이어 “이 발사체는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것으로 분석되나 향후 한·미 간 정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라며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행위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임을 지적하고 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월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월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강 장관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근본 발사 행위에 북측이 조속히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였으며 미국은 북한과의 외교적 관여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토대로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대화 모멘텀 유지를 위해 제반 노력을 경조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북·미 실무 협상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 나가겠다”며 “저는 내일부터 참석 예정인 아세안 관련 외교 장관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그리고 한반도 이슈 관련,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러시아 군용기 독도 영공 침범 관련 대응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7월 23일 오전 러시아 군용기가 두 차례 우리 독도의 영공을 침범했다”며 “외국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범은 최초의 사례인 만큼 외교부는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 나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강 장관은 또 “사건 발생 당일 외교부 차관보는 주한 러시아대사 대리를 초치하여 러시아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범은 양국 간 우의와 신뢰 관계를 훼손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국제규범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깊은 유감을 표했으며 러시아 측의 설명과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강구를 요구했다”면서 “외교부로서는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러시아 측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지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현안 질의에서 외교부 고위공직자의 기강 해이와 도덕성 문제 그리고 최근 벌어진 일본 요코하마 주재 총영사의 성추행 의혹 등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계속 불미스럽고 국민들께 죄송스런 사건이 발생해 장관으로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 장관은 이어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외교부는 사항이 접수되는 즉시 즉각적이고 철저히 조사하고 징계하고 있다"며 "제가 (장관으로) 있는 2년 동안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건이 접수·조사·징계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 의원은 "강 장관이 (외교부) 역량 강화나 대외정책 수립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해 부처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기강해이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외교부가 거의 '사고부' '참사부'로 전락한 상황에서 장관이 결심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자진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한편 강 장관은 미국 측의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요구에 대해서는 "미국은 호르무즈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 그 논의에 한국이 동참해 주기를 요구했고, 우리는 그 논의에 여러 번 동참했다"고만 밝혔다. 이는 파병 관련 정부 입장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강 장관은 또한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의 유엔안보리 회부 여부에 대해선 "그건 유엔제재위원회에서 논의될 부분이다. 미국 등 안보리 회원국들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과거 예를 보더라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해서는 매번 유엔제재위의 반응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며 이번 도발도 유엔제재위가 나설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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