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윤석열보다 ‘검사장’ 한동훈이 더 궁금한 이유
  • 엄민우 시사저널e 기자 (mw@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07 10:00
  • 호수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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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보는 재계의 시각…“맹장에 삼지창 쥐어줬다”

“포크를 들고도 잘 싸우던 맹장에게 삼지창을 쥐여준 격이다.” 한 재계 인사는 한동훈 3차장의 승진인사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한 차장의 검사장 승진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한마디다. 그는 “한동훈 3차장이 반(反)부패강력부장으로 전국 특수수사를 지휘하게 됨에 따라 다른 인사는 누가 오든 크게 달라질 것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일반 대중들 머릿속엔 윤석열 총장이 가장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기업들엔 한 부장의 행보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 그가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게 되면서 재계의 긴장감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공정한 경쟁질서’를 강조한 윤석열 총장 체제하에서 날개를 달게 된 그가 어떤 식으로 활약하게 될지 벌써부터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재계는 기본적으로 특수통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많다. 검찰 내 기업수사를 하는 부서는 많지만 특히 총수의 운명을 결정하는 인물들이 바로 특수통들이기 때문이다. 한 검찰 인사는 “특수통들이 오랜 시간 재벌 관련 수사를 많이 해 오다 보니 기업 수사에 노하우가 쌓였다”며 “어떻게 수사를 해야 윗선으로 치고 올라갈지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통’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기업 수사에 탁월하다는 평가다. ⓒ 시사저널 최준필
‘특수통’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기업 수사에 탁월하다는 평가다. ⓒ 시사저널 최준필

실제 재벌 수사 역사는 특수통 수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10기)는 ‘강력통’으로도 유명하지만, 중수부장을 역임하고 한화와 현대자동차 총수를 구속시켜 특수통으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았다. 한화 비자금 의혹을 파고들었던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15기)은 거침없는 수사로 명성을 떨쳤던 전설의 특수통이다. 윤 총장과 더불어 ‘소윤’으로 불리는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25기)은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할 당시 정몽구 회장을 법대로 구속해야 한다며 당시 총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던 인물이다. 또 이번에 대구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여환섭 청주지검장(24기)은 김우중 전 대우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을 수사했으며, 기업어음 발행사기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기소해 중형을 선고받게 한 현직 최고 특수통 중 한 명이다. 이처럼 한국의 재벌 총수들을 긴장시킨 검사들은 거의 대부분 특수통들이었다.

이런 까닭에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특수통의 행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만 특히 한동훈 검사장 승진인사를 주목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기업 수사에 탁월하다. 삼성, SK, 현대자동차그룹 등 굵직한 대기업 수사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2003년과 2006년 각각 최태원 SK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수사에 참여하며 구속 기소하는 데 성과를 냈다. 2015년 신설된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을 맡으며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을 횡령 및 도박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특수수사·공정거래 수사 능력 모두 겸비

그는 SK건설 입찰담합 의혹 수사 당시 윗선에 전속고발권을 요청케 해 수사가 이뤄지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공정위는 당시 SK건설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나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과징금만 부과한 바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검찰은 해당 건에 대해 수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에 한동훈 당시 부장은 윗선에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할 것을 건의했고, 이 건의가 받아들여져 결국 SK건설은 한동훈 당시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의 수사를 받게 됐다. 기업 수사에 대한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부장은 공정거래 관련 수사에도 특히 밝은 것으로 유명하다. 한 재계 인사는 “특수수사와 공정거래 관련 수사능력을 모두 겸비했는데, 여기에 승진까지 하면 그야말로 날개를 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 정권하에 공정거래 관련 수사가 많아지는 시점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사정기관 인사는 “공정위에서 검찰로 넘어간 사건들이 상당수 대기 중”이라며 “검찰 조직 정비가 마무리되면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에 그가 맡은 반부패강력부장은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자리이자 윤 총장 체제에서 진행하는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수사를 지휘·감독할 수 있는 위치다. 게다가 반부패강력부가 공정거래 관련 범죄사건 처리를 지원하는 신설조직까지 운영하게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그의 승진을 두려워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윤석열 총장과의 호흡 때문이다. 한 차장은 윤 총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대검 중수부 시절부터 윤 총장과 함께해 왔고, 이후 국정농단 사건에서 발을 맞추며 완벽한 한 팀으로서의 호흡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기업들의 저승사자였던 윤 총장이 직접 수사를 할 일은 없지만, 누구보다 윤 총장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함께 수사를 해 왔다는 점에서 기업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무리 없이 이어갈 듯

기업 수사에 밝고 윤 총장과 호흡이 잘 맞는다는 점보다 기업들을 더욱 신경 쓰이게 하는 부분은 그의 앞날이 창창하다는 점이다. 연수원 27기인 한 차장은 1973년생이다. 이제 40대 중반 남짓이다. 윤 총장 체제가 구축되며 검찰 조직이 젊어지고 있는 점, 또 그가 현재까지 쌓아온 커리어를 고려했을 때 빠른 속도로 특수통의 명맥을 잇는 핵심인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동훈 검사장 승진을 포함한 이번 검찰 인사를 보면 관심을 모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는 흔들림 없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검찰 조직이 한 번 뒤바뀌면 기존 진행하던 수사가 연속성을 갖고 이어지기 힘들다는 것이 정설이다. 새로 맡을 후임자에게 사건 관련 인수인계를 하긴 하지만, 같은 수장이 수사를 이어가는 것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 인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에 한동훈 부장 승진인사를 보면 삼성 수사와 관련해선 연속성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훈 전 3차장이 맡게 된 반부패강력부장은 전국 특수수사를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다. 3차장 역할을 수행하며 삼바 사건에 대해 훤하게 알고 있는 그가 반부패강력부장이 됨에 따라 적어도 수사의 연속성은 확보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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