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휘는 무지외반증…수술할까, 말까?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8 10:00
  • 호수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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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불편하지 않으면 수술할 필요 없어

여름철이 되면 샌들이나 슬리퍼 등 발이 드러나는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발이 예쁘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발이 미우면 발을 드러내놓고 다니기도 그렇지만 발이 변형되어 있으면 걷는 데도 지장이 생긴다. 이를 방치하면 장기적으로는 무릎과 허리에 영향을 주어 무릎이 휘거나 허리가 굽게 된다.

발가락 변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이 무지외반증이다. 무지(엄지발가락)가 외반(새끼발까락 쪽으로 휘어짐)되는 증상을 말한다. 보통 엄마가 무지외반증이면 딸도 발이 그렇게 된다. 무지외반증은 모계유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들은 무지외반증이 안 생길까. 아들도 유전적으로 무지외반증이 발생한다. 하지만 남성은 근육과 뼈가 여성에 비해 강하기 때문에 발의 변형이 심하지 않다. 또 여성은 발볼이 좁은 신발이나 하이힐을 즐겨 신는 경향으로 발의 변형이 가속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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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서 딸에게로 유전되는 질병

무지외반증 때문에 병원을 찾으면 일반적으로 교정기와 깔창을 처방받는다. 증상이 심해져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건막류(腱膜瘤)가 발생하면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약물과 주사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엄지발가락 사이에 실리콘을 끼워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지 못하도록 하는 교정기는 증상을 호전시키고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지만 이미 휘어진 발가락을 정상으로 교정하는 기능은 없다. 깔창은 무지외반증이 생기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교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발의 안쪽 아치가 무너지는 평발이 되면 엄지발가락 뼈가 가라앉고 발가락은 바깥쪽으로 휘어진다.

엄밀히 말하면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휘어지는 엄지발가락이 아니라 평발일 수도 있다. 발가락이 닮은 것이 아니라 발이 닮은 것이다. 따라서 평발을 교정하면 엄지발가락이 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깔창으로는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지만 무지외반증을 교정하기는 힘들다.

 

걷는 데 문제 있거나 아프면 수술 고려해야

미용적인 목적이라면 수술을 받는 것이 맞다. 수술로 휘어진 뼈의 각도를 맞추면 미용상 문제는 해결된다. 무지외반증은 심한데 걷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보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수술을 안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지외반증 때문에 걷는 데 문제가 있거나 발이 아파 신발을 못 신는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요즘은 수술도 간단해져 4~5일 입원하고 6주간 보조기를 착용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수술 후 재발이다.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는 이유가 평발과 관련돼 있으므로, 평발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술을 해서 돌아간 뼈를 제자리로 돌려놓아도 또 걸어다니면 재발할 우려가 있다. 깔창을 사용하고 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을 하는 것이 수술 후 무지외반증의 재발을 막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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