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빗물펌프장 실종자 2명 숨진 채 발견…어쩌다 이런 비극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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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터널에 무전 안 통해…빗물 쏟아지는데 모르고 있다 참변

7월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신월 빗물펌프장 내 지하 배수시설 공사 현장에서 인부 3명이 갑작스런 폭우에 수몰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실종됐던 2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대형 빗물펌프장에 들어가고 있는 119구조대원들. ⓒ박정훈 기자
대형 빗물펌프장에 들어가고 있는 119구조대원들. ⓒ박정훈 기자

소방당국과 양천구청에 따르면, 8월1일 오전 5시 42분과 47분쯤 지하 배수시설에서 협력업체 소속 미얀마 국적의 M씨와 현대건설 소속 직원 안아무개씨(29)의 시신이 차례로 발견됐다. 이들은 현재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겨진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7월31일 쏟아진 폭우로 배수시설 공사장에 수몰됐던 현장 점검 작업자 3명이 모두 숨졌다. 앞서 현장에 투입됐던 협력업체 직원 구아무개씨(65)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쯤 먼저 발견돼 10시26분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고당일 오전 7시10분께 구씨와 미얀마 국적의 M씨는 일상적인 점검을 위해 수로로 내려갔다. 시설 점검은 매일 아침 한 번씩 일상적으로 진행돼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전 7시30분쯤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고, 현장 상황이 위험해지자 이를 알리기 위해 안씨가 7시50분쯤 터널로 내려갔다가 나오지 못하고 함께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상청 관측 자료에 따르면, 이날 양천구에는 오전 7시30분부터 20분가량 시간당 40mm에 해당하는 강한 비가 쏟아졌다.

이 시설은 도심 저지대의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시설로, 지상에서 빗물을 모으는 저류조의 수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자동으로 수문이 열려 지하로 빗물을 흘려보내는 구조다. 사고 당일 폭우로 약 7시40분께 수문이 열렸으나, 지하에 있던 직원들에게는 무전이 닿지 않아 이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곳은 6월말 공사를 마친 뒤 7월부터 시운전 중이었다. 정식 준공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었으며 시공사는 현대건설, 발주처는 서울시 도시기반본부다. 경찰은 현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해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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