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총선은 다당제 구도로, 정계개편은 총선 이후에”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6 10:00
  • 호수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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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바른미래, 진즉에 합의이혼 했어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은 원내 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만이 아니다. ‘반(反)민주 비(非)한국’ 또는 ‘반한국 비민주’ 성향의 중도층을 아우르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움직임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국민의당이 지난 2016년 총선에서 38석을 차지하며 상당한 선전을 한 뒤, 사실상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쪼개지는 결과로 이어진 후, 내년 총선에서 제3당이 중도 표심을 어떻게 흡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현재 평화당은 당내 10명의 의원이 주축이 돼 대안정치연대(가칭)를 발족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당의 핵심 인사인 박지원 의원이 있다. 시사저널은 7월30일 국회에서 박 의원을 만나 내년 총선 전망을 비롯해 총선 이후 대선구도 체제에서 정계가 어떻게 재편될지에 대해 물었다. 박 의원은 최근 바른미래당의 내홍과 관련해 “바른미래당이 빠르게 ‘합의이혼’을 해야 하는데, 돈과 기득권에 연연해 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년 총선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다당제 구도에서 치러질 것이며, 이후에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평화당 분위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바른미래당의 중도보수 세력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정체성이 맞지 않는 경우에는 같이 가기 힘들다”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보수 세력에 대해서는 “만약 친박신당이 원내교섭단체를 달성할 경우, 보수 대권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내년 총선, 한국당이 기호 1번 될 수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정계개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정계개편의 불씨를 댕길 수 있었다. 손 대표가 유승민 의원 측과 ‘합의이혼’을 했어야 했다. 그래서 비례대표를 제명해 주고 자유롭게 놔줬어야 했다. 하지만 내년 선거를 앞두고 바른미래당에 있는 현금 자산 50억원가량과 기득권 때문에 서로 놓지 못하고 있다.”

내년 선거를 두고 여러 계산이 나오는 것 같다.

“지금은 돈으로 선거하는 세상이 아니다. ‘원가 계산’을 한 정치인이 잘된 경우가 없다. 역대 제3당을 모색했던 문국현·정주영 등이 다 그렇다. 손 대표도 원가 계산하면 안 된다. 그러면 결국 실기하게 된다. 그러니 아무것도 안 되지 않나.”

안철수 전 대표도 곧 정계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내에서 가지고 있는 지분이 많다. 안 전 대표가 복귀할 경우 바른미래당은 ‘한 지붕 세 가족’ 양상이 된다. 진보와 보수가 모두 뒤섞이게 되는데, 정체성이 다른 경우에는 절대 함께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손 대표가 몰락하거나 쫓겨나야만 바른미래당이 깨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돈 가지고 모두가 얽혀 있다. 내가 볼 때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자유한국당 쪽으로 갈 것이다. 이미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나. 보수대통합을 노릴 것이다. 그러면 그 정당이 기호 1번이 된다. 민주당이 성가시게 될 수 있다.”

민주평화당도 현재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 내려놔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정동영 대표에게도 내려놓자고 제안했다. 정 대표는 안 내려놓기 때문에 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려놓고 가다 보면 제3세력이 자연스럽게 뭉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 전 총선에선 ‘안철수’라는 새로운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선전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감동을 주는 새로운 지도자가 없다. 아직까지는 ‘제3지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

보수진영도 극우 성향의 우리공화당이 출연했다.

“사실상 ‘친박신당’이지 않나. 내가 제일 먼저 친박신당의 출연을 예상했다. 20석 이상의 원내교섭단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구도를 보자면 내년 총선은 어떤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다당제 구도 아래에서 치러질 수밖에 없다. 보수는 한국당과 친박신당이 있고, 진보는 민주당과 평화당이 있고, 급진적 진보정당인 민중당도 있지 않나. 자칫하면 평화당이 줄어든 채 우리(대안정치연대)가 나오고, 바른미래당도 줄어든 상태로 총선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대안정치연대)는 제3세력을 만들게 될 것이다. 한국당·친박신당·민주당·제3세력·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등 다당제 체제가 될 수 있다. 거기다 패스트트랙으로 선거제 개혁 이슈도 남아 있다.”

 

“‘친박신당’ 입성, 박근혜 측 대권후보 될 수도”

총선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총선 이후에야 비로소 통합 움직임이 생길 것이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각각 통합될 것이다. 만일 친박신당이 정말 원내교섭단체를 달성한다면, 보수진영 후보는 황교안 대표가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절대로 자신을 탄핵한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다.”

황교안 대표 역시 박 전 대통령 사람이지 않나.

“황교안 대표는 시대정신을 거스르고 있다. 도로박근혜당으로 만들지 않았나. 탄핵과 5·18을 부정해서 되겠나. 리더십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세계 정치지도자들은 정치 개혁을 하고 새로운 어젠다를 들고나온다. 하지만 황 대표는 구정치보다 더 나쁜 구정치를 하고 있다. 태극기부대를 몰고 다니면서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다. 대일(對日) 문제에서도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면서 일본을 향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만 공격한다. 자꾸 ‘친박’만 보니 ‘비박’도 부글부글 끓는다. 대안 제시도 없다. 그러니 국민이 실망할 수밖에.”

그렇다면 민주당에 총선이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경제문제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국민도 많겠지만 문 대통령이 ‘야당 복’은 있다. 민주당은 PK(부산·울산·경남)에서의 승리를 전체적인 승리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PK에서 상황이 좋지 않다. 3년 전 총선에서 김경수 경남지사라는 인물을 앞세웠지만 최근 악재가 생겼고, 그에 따라 조국 전 민정수석이라는 새 인물을 발굴했다.”

조국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 이후 대선가도에 올라설 것이란 예상인가.

“법무부 장관이 될 가능성은 120%다. 이후에 대선으로 향할 것이다. 그렇게 성장시키는 것으로 본다.”

다당제 체제라면 총선 상황이 민주당에 유리하지만은 않을 텐데.

“총선은 민주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이다. 진보세력이 분열된 채 총선을 치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에서는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을 버린 후보를 두고 볼 순 없기 때문에 진보세력이 한데 뭉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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