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시민은 시민이다
  • 김재태 편집위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19.08.05 08:00
  • 호수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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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 광주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17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7월28일 막을 내렸다. 수영이 비인기 종목인 데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빚어진 한·일 갈등이 워낙 심각해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회는 적지 않은 화제와 성과를 남겼다. 전 세계 193개국에서 7500여 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고, 내용 면에서도 ‘저비용·고효율’의 스포츠 제전이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경찰이 27일 오전 발생한 광주 서구 치평동 한 건물 2층의 클럽 내부 복층구조물 붕괴 사고 현장에 대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경찰이 27일 오전 발생한 광주 서구 치평동 한 건물 2층의 클럽 내부 복층구조물 붕괴 사고 현장에 대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그러나 힘들여 이뤄낸 이 의미 있는 결실은 엉뚱한 곳에서 금이 갔다. 광주의 한 클럽에서 발생한 인명사고가 그것이다. 불법 증축된 구조물이 무너져 2명이 목숨을 잃고 수영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포함해 2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참혹한 피해를 남긴 사고 소식도 놀라웠지만, 또 하나 귀를 사로잡은 것은 한 방송 인터뷰에 나온 구청 관계자의 말이었다.

관할지인 서구청의 한 담당자는 방송에서 “소규모이고 개인 사유 시설이기 때문에 임의로 들어가서 조사할 권한은 별로 없다”고 불법 증축을 확인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풀이하면 우리 주변의 소규모 사유 시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행정부서가 관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눈앞에 불안한 상황을 두고도 손을 쓸 수가 없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의회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들이 선진국 대우를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법에 빈틈이 크게 없다는 점이 그중 하나다. 특히 시민의 안전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다. 호주 시드니에 살던 한 교민은 자신의 집 안에 2층과 마당을 연결하는 목제 계단을 설치했다.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계단은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는 이유로 지역 관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거주자가 계단을 통해 움직이다 자칫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다면서 즉시 철거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결국 그는 엄청난 액수의 벌금에 놀라 애써 만든 계단을 걷어내야 했다. 자기 집인데 그 안에서 뭘 하든 무슨 상관이냐는 항의는 통하지 않았다. 그 지역사회에서 보기에 시민은 집 안에 있거나 집 밖에 있거나 어디에서든 소중한 생명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덕목이다. 어디든 사각지대가 만들어져서는 안 되고, 뚫린 부분이 있으면 법이 막아줘야 한다. 그래서 국회와 지방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야외활동이 많고 폭우도 잦아 안전사고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이 휴가철, 집 안에 있어도 집 밖에 있어도 시민은 시민이다. 우리 법이 그런 시민의 안전을 혹시라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꼭 돌아봐야 하는 때가 지금이다.

당리당략에 매몰돼 몇 달째 국회를 내팽개친 의원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안전을 향한 외침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안전 앞에서는 어떤 변명이나 후회도 부질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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