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양치’ 해 줘야 하나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8 15:00
  • 호수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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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주변 스킨십으로 거부감 줄여주면서 칫솔질 시작해야

반려동물에게도 양치가 필요할까. 아직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의 이빨을 닦아주는 데 익숙지 않다. 꼭 닦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개와 고양이의 치아는 사람과 차이가 있다. 사람처럼 꼭꼭 씹는 것보다 음식물을 자르는 기능이 발달했다. 치아의 끝이 뾰족한 형태를 띠고 치아와 치아 사이 공간이 넓은 이유다. 이런 특징 때문에 사람처럼 충치가 잘 생기지 않고 치아와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거의 끼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아 관리가 필요 없다는 건 아니다. 치아와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잘 끼지 않을 뿐 치아와 잇몸 사이에 음식물이 끼고, 이것이 결국 치석이 된다. 치석은 방치해 두면 잇몸 출혈을 비롯해 치은염, 치주염 등을 유발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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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관리의 필요에도 보호자 대부분이 이를 닦아주기보다 반려동물용 껌을 주기적으로 씹게 하는 것으로 치아 관리를 대체하고 있다. 반려동물용 껌이 치아 관리에 일부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껌을 씹는 과정에서 치아에 낀 음식물이 닦여 나가는 효과가 있고, 이는 치석이 쌓이는 속도를 늦춰준다. 그러나 그 어떤 껌도 치아와 잇몸 사이에 있는 음식물을 완벽하게 제거할 순 없다. 여전히 남아 있는 음식물은 치석을 유발한다.   

반려동물의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치석으로 인해 치아가 누렇게 변하고 심한 입냄새가 난다. 또 잇몸이 붉게 변하거나 붓고 심하면 피도 날 수 있다. 심한 염증은 통증을 유발해 식욕을 감소시키거나 사료를 아예 거부하는 증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반려견의 경우 치아의 뿌리에 염증이 생기는 치근단농양이 생기면 눈 밑이 붓거나 한쪽 코에서 누런 콧물이 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발치를 통해 치료해야 한다.

반려동물 치아 건강에 꼭 필요한 칫솔질의 시작은 칫솔을 드는 게 아니다. 입 주변 스킨십에 익숙하게 만들어 거부감을 줄여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칫솔질을 좋아하는 반려동물은 없다. 오히려 감각이 예민한 코와 입 주변을 만지는 건 불쾌한 경험에 가깝다. 

 

반려동물용 껌, 근본적 관리 방법 못 돼 

생후 1개월에서 4개월 사이 사회화 시기부터 꾸준히 칫솔질 훈련을 하지 않으면 입 주변을 만지기만 해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심한 경우 보호자의 손을 무는 등 공격성을 드러낸다. 이렇게 거부 의사를 표하는데도 강압적으로 제압해 양치하는 행위는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보호자와의 신뢰도 무너뜨릴 공산이 크다. 

처음에는 먹어도 되는 반려동물 전용 치약을 스스로 핥아먹도록 하고 입 주변을 가볍게 만져주자. 조금 익숙해지면 손으로 치아를 덮고 있는 피부를 통해 잇몸과 치아를 부드럽게 마사지해 준다. 더 익숙해지면 피부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잇몸과 치아를 직접적으로 마사지한다. 이 단계까지 오면 거즈나 손가락 칫솔을 이용해 칫솔질을 시도해 보자.

비교적 거부감이 적은 송곳니부터 조금씩 어금니 쪽으로 닦아 나가는 게 좋다. 모든 치아를 깨끗이 닦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음식물 찌꺼기가 많이 쌓이는 치아와 잇몸 사이, 그리고 치아 안쪽보다는 치아 바깥쪽 위주로 닦아주면 된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장수도 중요하지만, 반려동물이 우리 곁에서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우선이다. 반려동물의 삶의 질은 치아 건강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려동물은 태어나서부터 입으로 세상을 느끼고 경험한다. 치아는 단순히 음식물을 자르는 기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치아가 불편하면 식욕이 떨어지고 스트레스와 침울함을 유발하며, 이는 또 다른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지금 당장 반려동물의 이빨에 칫솔질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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