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아리랑 택시’…대중교통 사각지대 없앤다
  • 부산경남취재본부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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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택시 ‘아리랑택시’로 명칭변경…고령 오지주민 복지서비스 개선
45대 지역 택시 운행…탑승객 줄어 경영난 겪고 있는 택시업체엔 ‘단비’
대중교통 하루 2회 이하 마을까지만 운행…오지 고령 주민 확대 목소리

경남 밀양시 장날인 8월2일 오전 시외버스터미널 앞에 택시 승강장에 한 대가 들어왔다. 고령의 김정순씨(88·여)를 포함한 4명이 내렸다. 김씨는 힘겹게 택시에서 내리면서 “병원에 갔다가 시내에 있는 딸집에 들러기로 했다. 이 택시가 없었다면 오늘 같은 무더운 날 무척 힘들었을 텐데, 택시기사 양반 덕분에 편안하게 왔다”며 김씨 일행을 시내까지 운전한 택시기사에게 인사를 했다.

이들은 40여 가구가 전부인 산내면 오지마을 이웃들이었다. 이들은 아침부터 서로 연락해 마을회관에 모여 시외버스터널까지 택시를 이용하고 낸 요금은 1000원이다. 나머지 요금은 밀양시가 내준다. 시는 이 사업에 매년 국비 도비를 포함해 2억8000여만 원을 투입하고 있다. 

밀양아리랑택시가 한 오지마을에서 고령의 손님을 태우고 운행하고 있는 모습. ©밀양시
밀양아리랑택시가 한 오지마을에서 고령의 손님을 태우고 운행하고 있는 모습. ©밀양시

밀양시는 버스가 닿지 않는 6개 마을 주민의 교통편익을 위해 2015년 4월부터 시행하던 ‘100원택시’ 제도를 8월1일부터 ‘아리랑택시’로 명칭은 바꿨지만 운용시스템은 비슷하다. 시 대중교통 소외지역 아리랑택시 운행에 관한 조례’ 통과에 따라 택시 명칭 변경과 함께 주민 부담금을 1인당 100원에서 이용 차량 한 대당 1000원으로 조정하고, 운행 지역도 6개 마을 74개 마을로 확대했다. 밀양시는 지난해 6개 마을에서 2만3090회 운행해 3만 4036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했다. 

무안주민 유재호씨(75)는 “아리랑택시 도입 이전에는 버스가 하루 2번 마을에 들어왔는데, 버스 도착시간에 맞춰 시내나 면에 나가려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마을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이어서 주로 병원이나 농협(은행)에 가기 위해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에는 한 번에 4명까지 탈 수 있지만 이용 횟수는 마을별로 제한돼 주민들이 서로 연락해 함께 외출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아리랑택시 남용을 막기 위해 마을별로 주민 수와 교통여건 등을 고려해 한달에 10~40회로 이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지역 택시업계는 반기고 있다. 최근 경영난을 겪는 지역 택시업계에도 이용객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밀양지역에는 현재 개인택시와 6개 법인택시 중 4개 택시회사 45대의 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로 탑승객이 줄어 경영난을 겪고 있는 택시업체로선 단비와도 같다.

 

밀양시 “사업 보완해 운행마을 지속적으로 확대 운행할 방침”

하지만 아리랑택시가 농촌지역 주민들까지 해택이 가기엔 아직까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부터 마을버스를 포함한 대중교통 왕복 운행이 하루 2회 이하인 마을까지만 확대한다는 밀양시의 방침이어서다. 아리랑택시 해택을 보지 못하는 대다수 농촌마을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면사무소 소재지까지 만이라도 운행해주면 하는 바람이다. 

청도면의 요고리의 한 주민(76·여)은 “오지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에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도 있다”면서 “우리마을은 시내버스가 하루에 4번밖에 운행되지 않는다. 택시가 운행되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밀양형 버스노선 체계 개편과 연계해 수요 응답형 교통체계(DRT) 구축 사업을 보완하고 운행마을을 지속적으로 확대 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순복 시 교통행정과장은 “아리랑택시는 적자가 심해 버스 운행이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면서 “지역 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해당마을의 노인 인구비례에 따라 운행횟수에 차등을 두는 노선형을 채택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경남도는 ‘브라보 택시’를 15개 시군을 대상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도 유사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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