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무역전 도발한 日…SK, 현대, 또 ‘중소기업’이 위험하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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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부품(SK이노), 미래차 소재(현대차), 기계류(중소기업) 등 수출 규제 예상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수출 규제 대상이 대폭 늘어났다. 당장 관련 품목을 취급하는 국내 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기계 분야의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8월2일 일본 정부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의결로 ‘리스트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품목은 총 1120개의 전략물자다. 이 중 857개는 기존에 ‘일반 포괄 허가’를 받으면 3년간 자유롭게 수출이 가능했던 품목이었다. 하지만 이젠 수출할 때마다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에는 약 90일이 걸린다. 수입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선 즉각적인 수급이 힘들어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아예 해당 품목을 들여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규제 대상인 전략물자에는 첨단소재와 전자·통신부품, 정밀기계 등이 있다. 이미 7월에 수출 규제 품목에 꼽힌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도 여기에 포함된다. 주로 소재·부품 분야다. 이 분야에서 일본은 세계적인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 연합뉴스

소재·부품 강국 일본, 관련 기업 영향 예상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재·부품 분야에서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67억 달러(약 8조원) 적자를 봤다. 지난해 그 규모는 151억 달러(약 18조원)에 달했다. 2010년에 한국 정부가 ‘10대 소재 국산화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적자가 조금씩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쟁력에서 일본에 밀리는 모양새다. 

때문에 소재·부품을 다루는 국내 기업은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차 타깃은 반도체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다음으론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업이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의존도가 높은 상위 10개 품목 중 △정밀화학원료(3위) △플라스틱제품(4위) △화학공업제품(7위) △자일렌(석유화학품목·8위) 등 4개가 화학 관련 제품이었다. 이 가운데 수입산 자일렌의 일본산 비중은 95.4%였다. 자일렌은 인쇄나 고무, 가죽 산업 등에서 용매제로 사용된다. 국내에선 SK이노베이션과 한화토탈, 현대케미칼 등이 자일렌을 취급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탄소섬유와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높은 업체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현대자동차가 그 중 하나다. 현대차의 수소차 내 연료탱크에 들어가는 탄소섬유 소재는 도레이, 도호, 미쓰비시레이온 등 일본 회사가 세계 시장의 66%를 점유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포장재 역할을 하는 ‘파우치필름’의 경우 일본 점유율이 85%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을 기준으로 하면 일본 파나소닉이 전 세계 점유율 1위(23.7%)다. 

현대차는 선제 대응에 나섰다. 우선 부품의 수입선 다변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효성이 수소차용 탄소섬유 생산을 준비 중이다. 수소차나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차의 경우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이 미미하다. 부품 국산화율이 95%에 달해서다. 

화학업계도 대일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경쟁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에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분리막은 주로 일본에서 수입해 써온 화학소재였다. 자일렌의 경우 일본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전 세계 어디서든 구매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번 소재가 대체되면 기존에 일본 업체들이 누렸던 기득권은 오히려 진입장벽으로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본과의 합작사를 통해 자일렌을 들여오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상관 없다는 입장이다.

울산과학기술진흥센터에서 열린 전기자동차산업 기술교류회 장면 ⓒ 울산시
울산과학기술진흥센터에서 열린 전기자동차산업 기술교류회 장면 ⓒ 울산시

선제대응 나선 대기업, 중소기업은 "자체 대응책 없다"

단 상대적으로 거래처 다변화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계는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소기업중앙회가 7월9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269개사 중 “일본 수출규제를 6개월 이내로만 견딜 수 있다”고 답한 곳은 59.0%로 나타났다. 또 46.8%는 “수출규제에 대한 자체적 대응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품목은 기계 분야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중소기업 상위 10대 수입 품목 중 1위는 일반기계, 2위는 정밀기계로 조사됐다. 특히 일반기계 중 ‘기계를 만드는 기계’로 불리는 공작기계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2017년 한국의 공작기계 수입국 중 일본 점유율이 41.5%로 가장 높았다. 중소기업 대응책과 관련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8월2일 뉴스1에 “9월 초에 경제사절단과 함께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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