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과 비에스종합병원, ‘불편한 동거’ 지속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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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칭 강화백병원 건립에 관한 업무협약’ 해지
산부인과 진료시작…강화군서 11년 만에 출산
성수의료재단 “자금난 겪고 있지만 진료에 집중”

의료법인 성수의료재단이 지난해 11월7일 개원한 비에스종합병원과 강화군의 불편한 동거가 지속되고 있다. 불편한 동거는 강화군이 2018년 8월9일에 ‘강화백병원(가칭) 건립에 관한 업무협약’을 해지하면서 시작됐다.

업무협약은 성수의료재단이 강화군에 2018년 3월15일까지 1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지어 운영하고, 강화군은 이 종합병원에 20억원 규모의 의료장비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게 주요 골자다.

당시 성수의료재단은 날씨와 시공사 내부 문제 등의 이유를 들어 강화군에 업무협약에 명시된 병원 개원시기를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이미 병원 건축 공정도 약 90% 이상 진행된 시점이었다.

하지만 강화군은 이를 거절했다. 이 바람에 성수의료재단은 약 300억원을 들여 강화군에 비에스종합병원을 개원했지만, 강화군으로부터 의료장비 구입비용을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인천 강화군 소재 비에스종합병원 전경. ⓒ이정용 기자
인천 강화군 소재 비에스종합병원 전경 ⓒ이정용 기자

강화군의 ‘러브콜’…‘강화지역 의료선교 활동 부탁’

강화군과 성수의료재단에 따르면, 강화군의 인구는 2010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다가 2013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6년에는 6만8000명을 넘어섰다. 이들 인구의 28% 이상이 노인이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이 때문에 노인성 질환이나 치매환자 증가 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하지만 제대로 된 종합병원이 없었다. 이는 강화군이 군민을 대상으로 적절한 치료와 간병, 요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    

강화군은 2016년 2월3일 ‘강화군 종합의료센터 건립’ 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 공공보건의료 수행에 필요한 의료장비 구입비 20억원 지원과 운영비 보조, 적극적인 행정 지원도 내걸었다. 또 강화군민들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으로 지정해 주기로 했다.

그 대신에 강화군 종합의료센터 건립 사업자는 1만㎡ 이상의 부지를 매입해 6개 이상의 진료과목과 응급실, 심·뇌혈관센터, 분만시설 등을 갖춘 1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지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또 강화군이 의뢰하는 의료취약계층 환자가 강화군이 지원한 의료장비를 사용해 진료나 검진을 받게 될 경우엔, 의료장비 사용료의 전액 또는 일부를 감면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성수의료재단이 강화군에 종합병원을 짓겠다고 나선 것은 이상복 전 강화군수 등의 제안 때문이었다.

이들은 백승호 성수의료재단 이사장에게 ‘해외에서 의료 선교 활동하는 것을 봤다’며 ‘멀리 해외에 있는 환자만 돕지 말고, 우리 강화군에 있는 환자들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백승호 성수의료재단 이사장이 강화군에 종합병원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됐다. 보건복지부가 의료취약지구로 지정한 강화군도 의료 선교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강화군은 산부인과 진료를 보는 곳이 없어서 산모들이 경기 김포시 등으로 원정 출산에 나서야 하는 실정이었다. 또 인천시내에서 웬만한 병원급 의료기관들이면 다 갖추고 있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가 단 한 대도 없었다.

이에 성수의료재단은 2016년 3월15일 강화군과 ‘강화백병원(가칭) 건립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천 강화군청 전경 ⓒ이정용 기자
인천 강화군청 전경. ⓒ이정용 기자

우여곡절 끝 비에스종합병원 개원…강화군 ‘무관심’

성수의료재단은 2018년 11월7일 강화군 강화읍 충령사로 1번지 1만7667㎡부지에 비에스종합병원을 개원했다. 당초 2018년 3월7일에 개원할 예정이었지만, 무려 8개월이나 지연됐다. 이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성수의료재단이 점찍은 종합병원 부지는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 인근이나 강화읍과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강화군은 강화읍 충렬사로 1번지 일대를 점지해 줬다. 대신에 버스 노선 확보와 차선 확장, 성토용 토사 등을 지원했다.

성수의료재단은 강화군이 요구하는 수준의 종합병원 시설을 갖추기 위해 1만7667㎡를 수용(매입)했다. 이는 강화종합의료센터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했다.  

성수의료재단이 강화군에 종합병원을 짓기 위해서는 건축자금을 조달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인구 7만명 미만의 강화군에 종합병원을 짓겠다는 계획은 환영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부정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성수의료재단은 인천백병원 요양원 부지와 건물을 매매하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해 200억원을 대출받아 건축비용을 마련했다.

건축과정도 녹록치 않았다. 건설회사의 경영적인 문제로 공사가 4차례 지연됐고 건축비용도 더 들어갔다. 그 때마다 성수의료재단과 강화군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업무협약서에 명시된 개원 예정일을 연기했다.

하지만, 강화군은 성수의료재단의 다섯 번 째 개원 예정일 연기 요청을 거절했다. 이어 2018년 8월9일자로 ‘가칭 강화백병원 건립에 관한 업무협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종합병원을 제 때에 개원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건축공정은 90%에 달한 상태였다.

이는 강화군이 업무협약에 명시된 ‘강화군민에게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목적을 저버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바람에 성수의료재단은 강화군으로부터 20억원의 의료장비 구입비용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됐고, MRI 등 의료장비 구입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강화군은 성수의료재단에 지원하기로 했던 20억원의 의료장비 구입비용 지원금을 예산으로 편성했다가 ‘불용’ 처리했다.

백승호 성수의료재단 이사장 ⓒ이정용 기자
백승호 성수의료재단 이사장이 강화군에 비에스종합병원을 설립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강화군서 11년 만에 신생아 출산…“환자 돌보는 데 집중할 것”

성수의료재단 비에스종합병원은 295병상 규모다.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치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흉부외과, 안과, 피부비뇨기과 등 14개 진료과목과 응급의료센터, 건강증진센터를 갖췄다. 이는 당초 강화군과 업무협약을 맺을 때보다 확대된 규모다.

앞서 강화군은 산부인과와 외과, 응급의학과, 내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 6개 진료과목에다 응급실과 신생아 분만시설, 심뇌혈관센터, 건강검진센터, 산후조리원을 갖춰줄 것을 요구했었다.

특히 산부인과 전문의는 2017년 11월쯤에 미리 선발했다. 강화군에서 진료할 산부인과 전문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일찌감치 뽑아놓은 것이다. 

성수의료재단은 강화군으로부터 업무협약 해지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비에스종합병원에 굳이 산부인과를 유지하지 않아도 됐지만, 강화군민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비에스종합병원 산부인과에서는 올해 3월4일 오전 4시7분에 3.77kg의 건강한 남자아이가 태어나기도 했다. 이는 강화군에서 2008년 이후 11년 만의 출산이다.

성수의료재단 관계자는 “비에스종합병원 산부인과의 첫 출산이 강화군에서 11년 만의 출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모든 의료진이 보람을 느꼈지만, 강화군 측에선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아 서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산부인과는 병원 내부 사정으로 7월 한 달간 진료를 중단했지만, 8월부터는 다시 정상적으로 진료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비에스종합병원의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일부분은 성수의료재단 인천백병원의 의료진이다. 성수의료재단은 이들에게 따로 파견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비에스종합병원의 규모에 비해 의료진은 부족한 실정이다. 강화군에 머무르면서 진료할 의료진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약 200병상만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비에스종합병원을 건축하면서 투입된 금융비용과 추가 인건비 등의 자금난도 만만찮다.

현재 성수의료재단은 비에스종합병원을 유지하면서 강화군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게 목표다. 성수의료재단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강화군에 ‘소통’을 요청했지만, 강화군은 묵묵부답이다.

성수의료재단 관계자는 “어렵게 비에스종합병원을 개원했지만, 재정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다”며 “성수의료재단의 모든 의료진들이 강화군민들을 위해 나선 만큼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 진료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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