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줄 서서 계산하던 곳인데…” 유니클로 매장 6곳 둘러보니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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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수랑 손님 수 비슷” “남들 시선 의식돼 매장 못 들어가겠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지난날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일본 본사 책임자가 “한국 불매운동이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국내 유니클로 불매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시사저널은 8월3일과 4일 주말 이틀간 강남, 명동 등 서울 시내 유니클로 매장 6곳을 방문했다. 대체로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대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발길이 거의 없어 음악 소리 외에 특별한 인적을 느끼기 어려웠다.

서울 고속터미널역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
서울 고속터미널역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

하루 유동인구 100만 명을 뛰어넘는 고속터미널역 센트럴시티. 만남의 광장 중앙에 위치한 유니클로는 평소 ‘줄 서서 계산하는 곳’으로 유명할 만큼 사람들로 늘 가득 찼다. 그러나 3일 토요일 저녁 8시경 방문했을 당시, 북적이던 매장 주변과는 전혀 다르게 손님 한 명 찾기 힘들었다. 계산대에는 대기줄은커녕 계산하는 손님조차 없었다. 매장 직원은 “체감상 절반 정도로 손님이 줄었고 줄 서서 계산하는 모습은 안 보인 지 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장 앞에서 만난 정주은씨(31)는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여기 올 때마다 한 번씩 들어가서 둘러보곤 했는데 지금은 사람들 시선이 좀 의식된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의 또 다른 유니클로 매장. 인근 거주민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이용하는 복합 쇼핑몰 안에 위치해 있어, 평소 영업 종료 시간인 밤 10시까지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자주 드나들던 곳이다. 그러나 3일 저녁 9시 기자가 방문했을 때, 널찍한 매장엔 직원수와 비슷한 손님 4~5명만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었다. 매장 앞을 지나던 한 부녀(父女)는 ”유니클로 사면 안 되는 거 아냐?“ ”안 들어갈 거야“라는 대화를 주고 받기도 했다. 유니클로 매장과 마주 보고 있는 이벤트홀 직원은 ”하루종일 봤는데 정말 손님이 없다. 원래는 유니클로 찾는 손님들이 바글바글해서, 거기서 나오는 손님들이 우리 옷도 보고 가고 했는데 이 주변이 다 한적해졌다“고 말했다.

서울 센트럴시티(왼쪽)와 은평구 유니클로 매장
서울 센트럴시티(왼쪽)와 은평구 유니클로 매장

드문드문 외국인들만…유사 국내 브랜드 ”손님 부쩍 늘었다“

주말 낮 시간은 좀 다를까. 이튿날인 4일, 오전 11시부터 1시 사이에 시내 매장들을 몇 군데 더 찾았다. 서울 합정역 쇼핑단지 메세나폴리스 내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도 전날 목격한 다른 매장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았다. 오전 11시30분경 직원 수보다 적은 손님 3명만이 매장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옷을 정리하던 직원은 ”이전엔 외국인 손님보다 한국인 손님이 더 많았는데 요샌 비슷해진 것 같다“며 ”특히 젊은 손님들이 더 눈에 띄게 줄었다“고 귀띔했다. 매장 주변에서 만난 이지은씨(23)는 ”에어리즘 제품 등 싸고 편한 제품이 많아 유니클로를 자주 이용했고 자매 브랜드인 ‘GU’도 좋아했는데 아쉽고 불편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해당 유니클로 매장은 마침 비슷한 컨셉의 국내 브랜드 탑텐(TOP10)과 바로 맞닿아 위치해 있었다. 같은 시간 탑텐 매장은 대략 세어도 10명이 넘는 손님들이 머물러 있었다. 탑텐 직원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히트상품 ‘에어리즘’과 비슷한 기능의 제품 ‘쿨에어’ ‘쿨티’를 찾는 사람들이 근래 부쩍 증가했다.

명동, 서울역 등 외국인들의 방문이 주를 이루는 지점은 앞선 매장들에 비해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같은 날 12시30분, 명동역 6번 출구 바로 앞에 큼직하게 위치한 명동중앙점을 방문했을 때, 20명 넘는 손님들이 매장 내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간간이 매장으로 들어오는 한국인들은 대체로 같은 건물 영화관 등 다른 시설과 이어진 매장 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등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이재민씨(32)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너무 더워서 잠깐 들어왔다“며 ”유니클로 싸고 품질도 좋아서 대학 시절 때부터 많이 이용했는데 요즘엔 일본에 대한 반감 때문에 사고 싶지 않다. 유니클로 SNS 계정도 다 지웠다“고 전했다.

오후 1시 서울역사와 연결돼 있는 유니클로 매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매장 내엔 외국인 손님들이 계산하고 있었고 한국인들은 찾기 힘들었다. 매장 입구만 잠깐 들어온 한 한국인 중년 부부는 ”여기 꺼 사 주면 안 돼. 아주 나쁜 X들이야“ ”그냥 잠깐 구경만 하려던 거야“라는 대화를 나누며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서울 명동중앙점(왼쪽)과 서울역 지점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서울 명동중앙점(왼쪽)과 서울역 지점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종로3가점 폐점·용산아이파크몰점 리뉴얼…”불매운동 영향 아냐“

며칠 전 유니클로 종로3가점에 임대 간판이 붙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번 불매운동의 영향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유니클로 측은 ”계약이 만료됐고 건물주와 입주조건이 안 맞아 임대를 결정했다“는 입장을 내 놓으며 불매운동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에 한 층 가득 위치해 있던 매장 역시 7월29일부터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셔터를 내린 매장 앞엔 ‘매장 리뉴얼 중’이라는 설명문이 세워져 있다. 이 역시 이미 계획된 리뉴얼 공사를 진행하는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의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과 해당 매장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여전히 ‘불매운동의 영향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7월29일부터 리뉴얼 공사 중인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내 유니클로 매장
7월29일부터 리뉴얼 공사 중인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내 유니클로 매장

유니클로 직원들 일동 묵묵부답 ”본사 지침“

기자가 방문한 매장들의 직원들은 대부분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다며 단호하게 대응했다. 직원은 지점장, 지점장은 본사의 지침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앞서 기자에게 매장 상황을 설명한 직원들 역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복수의 직원들은 ”매장에 대한 어떤 얘기도 개인적으로 전하지 말라는 본사의 지침이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는 분위기에서 이들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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