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본 자동차부품사들 ‘10년 담합’에 과징금 철퇴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19.08.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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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전기 등 4곳 ‘거래처 나눠먹기’ 적발
과징금 92억원 부과…2개사는 검찰 고발

현대차와 르노삼성, 한국GM 등에 납품해 온 일본의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10여 년 동안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식으로 담합을 벌이다 적발됐다. 이들 업체는 과징금 92억원을 부과받았고, 일부는 검찰에 고발되기까지 했다.

애초 우리 정부는 한·일 갈등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발표를 미뤄왔는데, 최근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등 막무가내식 보복을 이어가자 적극 제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월4일 국내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얼터네이터와 점화코일을 판매하면서 장기간 거래처를 ‘나눠 먹기’한 4개 업체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게 과징금 92억원을 부과했다. 4곳은 미쓰비시 일렉트릭 코퍼레이션(이하 미쓰비시전기), 히타치오토모티브시스템즈 주식회사(이하 히타치), 덴소코퍼레이션(이하 덴소), 다이아몬드전기 주식회사다. 모두 일본의 자동차부품업체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제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모 기업이 전범기업으로 분류되는 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는 검찰에 고발됐다..

얼터네이터는 엔진 구동으로 전력을 생산한 후 각종 전기장비(헤드라이트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자동차 내 발전기다. 점화코일은 자동차 배터리의 저전압 전력을 고전압으로 승압시켜 점화플러그에 공급하는 변압기다.

히타치와 덴소는 2004년 르노삼성의 QM5 모델에 적용되는 얼터네이터를 입찰할 때 미쓰비시전기가 공급할 수 있도록 견적가격을 미쓰비시전기보다 높게 써낸 것으로 조사됐다. QM5 모델에는 2016년 단종될 때까지 미쓰비시전기의 얼터네이터가 장착됐다.

미쓰비시전기는 2007년에는 덴소가 현대차의 그랜저 HG와 기아차의 K7 VG 모델 등에 들어가는 얼터네이터를 공급할 수 있게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 덕에 덴소는 2017년 이들 모델이 단종될 때까지 얼터네이터를 판매할 수 있었다.

일본 자동차부품업체들은 특정 부품을 한 회사가 납품하는 경우 ‘그 회사에 상권이 있다’고 말하며 납품 기득권을 존중하고 경쟁을 피하는 관행이 있다는 식으로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이아몬드전기와 미쓰비시전기는 2011년에는 한국GM이 말리부에 들어가는 엔진용 점화코일을 입찰하자 덴소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덴소와 합의했다. 이에 다이아몬드전기는 입찰을 포기했고 미쓰비시전기는 덴소보다 높은 입찰가를 제출했다. 그 결과 말리부 모델이 2016년 단종될 때까지 덴소의 점화코일이 판매될 수 있었다.

2010년대 초반 일본 자동차부품회사들의 글로벌 카르텔에 대해 일부 해외 국가들도 조사에 들어가 미국과 EU, 캐나다 등이 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 등에 벌금과 과징금 등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는 2014년 조사에 들어가 최근 이들 회사에 대한 제재 의결을 마치고 지난 7월15일 이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일본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해 발표를 연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발표 시점을 두고 정무적인 판단으로 발표를 일시 연기했으나 이제는 일본이 끝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제보복을 한 상황이어서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또 “이번 담합 사건은 우리는 비롯해 EU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경쟁 당국에서 제재한 일련의 자동차 부품 국제담합”이라며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담합행위에 대해선 국적을 불문하고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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